김 대행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진행한 국회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구체적으로 판문점 선언 지지결의안 통과에 협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명확하게 가부를 밝히진 않았지만, 큰 틀에서 한반도 평화 국면을 위한 협력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앞서 '수구·냉전 보수의 탈피'를 선언하기도 했던 김 대행은 "평화를 위한 안보정당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구체적인 행동이 현실화 될 지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한국당도) 과거의 수구 냉전적 사고나 메시지가 있었다면 그런 것을 고쳐나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김 대행은 이 같은 노선 수정 의지를 언급함과 함께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중앙당 해체'를 혁신안으로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그는 "당권에는 관심이 없다"며 이번 혁신안이 본인의 정치적 이익과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특정 계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데 대해서도 "그런 게 우려된다면 복당파 모임도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혁신 비대위의 핵심 역할로 '인적청산'을 꼽으며 "우리당 의원들은 전부 수술대 위에 드러누워야 한다"며 "정말 살릴 사람과 죽일 사람, 이 대(大)수술을 집도할 명의를 우리가 모셔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산의 '칼'을 쥘 비대위원장은 중립적인 외부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 '중앙당 해체론'을 꺼내든 이유와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 보수의 심장, 중심부가 보수 적통정당인 한국당의 중앙당이다. 모든 권력은 거기서 다 나온다. 비대한 중앙당 체제를 유지해서는 타성에 젖은 우리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원내정당화를 얘기한 것이다. 기존 보수우파 세력의 본산인 중앙당을 사실상 해체, 청산함으로써 기득권을 타파하겠다는 거다. '당직자 일괄사퇴'도 얘기했는데, 당 사무처 직원을 먼저 희생양으로 얘기한 게 아니다. 현역의원이나 원외 인사 가운데 주요 당직자들, 그러니까 사무총장과 대변인, 본부장 등 이런 당직자들의 일괄사퇴를 얘기한 거다. 앞으로 원내정당화 차원에서 정책국이든 조직국이든, 기획조정국이든 전부 국회 공간으로 와서 정책정당으로서의 성격과 맞물리게 가야 한다. 그게 본질이다.
▶ 미국처럼 원내정당화를 지향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당 대표는 없어지고 향후 전당대회도 할 필요가 없나.
=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한국당을 해체하고, 완전히 원내정당이 된다는 건 아니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한국당의 중앙당 기능을 '슬림화'하는 것이다.
▶ 원내정당화가 되면 당 대표의 핵심 권한인 공천권이 축소되고 오픈프라이머리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그렇게 될 경우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때문에 인적청산과는 배치되는 대목으로도 읽힌다.
= 완전한 원내정당화까진 아직 좀 더 가야 할 거다. 더불어민주당도 시도하다가 덮었다.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에 한국당이 대한민국 정당역사상 원내정당화를 제일 먼저 하려는 것이다. 중앙당의 기능이 국회로 들어오면 그 때부터 첫 걸음이 되고 시작이 되는 것이다. 당 대표의 공천 권한 문제는 어떻게 되느냐에 대해선 완전한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은 앞으로 정착해야 한다. 대신 이번에 비대위는 전권 혁신비대위로 가야 한다. 지난 수차례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비대위를 구성하고, 거기선 (혁신) 시늉만 하고, 또 전당대회로 모든 걸 마무리 했는데, 그러다보니 오늘의 이 결정적 위기까지 왔다. 앞으로의 전권 혁신비대위는 누가 뭐라해도 인적쇄신, 청산에 가장 중점을 두지 않겠나. 이런 내용들이 아무래도 다음 공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차기 총선불출마를 선언한 뒤 당협위원장 사퇴서도 제출했다. 이를 인적청산의 첫 걸음으로 볼 수 있을까.
= 그런 내용들이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이 우리 당을 응징한 분노의 마음에 화답하는 내용 중 하나다. 아무리 우리가 미사여구를 동원하더라도, 실천하는 행동이 우선하는 것이다.
▶ 탄핵이나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분들에 대해서는 당협위원장 사퇴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건가.
= 혁신 비대위에서 그런 부분은 논의하고 결정할 사안이기에 저는 말을 아끼겠다.
▶ 혁신 비대위원장으로는 어떤 인사가 와야 한다고 생각하나.
= 우리당 의원들은 전부 수술대 위에 드러누워야 한다. 정말 살릴 사람과 죽일 사람, 이 대수술을 집도할 명의를 우리가 모셔와야 한다. 꼭 살려야 할 사람은 죽이고, 죽어야 할 사람을 살리는 돌팔이로는 안 된다. 정확하게 집도할 수 있는 그런 인사가 (외부에서) 와야 하고, 내부의 우리 구성원이 돼서는 누가 누구를 판단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 혁신안을 둘러싸고 계파갈등이 다시 시작됐다는 시각이 있다. 실제로 친박계와 범친박계에서는 김 대행의 행보를 두고 '월권이다', '김 대행 중심으로 특정 세력이 결집해서 비주류에서 주류로의 전환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전혀 오해를 가질 필요가 없다. 제가 친박과 비박을 따졌다면 그동안 대여투쟁력을 강화하면서 선봉에 설 수 있었겠느냐. 최근에 홍문종, 염동열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가 불발되면서 욕은 제가 다 먹었다. 그 과정에서 제가 계파적인 시각이 있었다면 그런 결과가 나왔겠느냐. 그래서 어떤 경우든 그런 인식과 오해를 갖는 건 정말 맞지 않다. 월권이라고 하는데,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서 중앙당을 슬림화 하고 기존의 기득권을 타파하겠다는 거다. 그래서 원내정당화로가는 초석을 까는 것이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제가 만약 조직을 장악해야겠다는 욕심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비대위원장을 어떻게든 맡으려고 하지 않겠나. 저는 우리 모두가 죽어서라도 당이 살기를, 그런 처절함밖에 없는 사람이다.
▶ 당권에는 관심이 없다는 얘긴가.
= 저는 관심없다.
▶ 오전에 김무성 전 대표 등 의원들과 만나 이번 혁신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하던데, 이를 두고 비박의 결집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따른 당내 반대 의견은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 저는 안 만났다. 의원 축구연맹 활동이 있다고 해서 잠깐 지나가는 길이었을 뿐, 앉아서 논의하고 하진 않았다. (비박의 결집이라는 시각에 대해선) 그럴 취지를 갖고 (그 분들이) 모였다고 보지도 않지만, 만약 그런 게 우려된다면 복당파 모임도 못하게 하겠다.
▶ 범(凡)보수 통합에 대한 전망도 나오는데, 이에 대한 로드맵이 있나.
= 범보수 통합을 먼저 얘기하는 건 6.13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국민적 분노나 보수진영에 대한 응징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정치공학적인 그런 범보수 연합을 이뤄 문재인 정권에 대응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일단은 그래도 과거 집권 세력이고, 보수정당인 우리 자신들이 환골탈태하고 뼈를 깎는 반성과 자성의 기틀 속에서 환골탈태가 이뤄졌을 때 그 때 범보수 통합의 장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그런 반성을 소홀히 한 채 정치공학적인 의원 숫자 늘리기에 뜻을 맞추는 건 이젠 안 된다.
▶ 수구·냉전보수 탈피선언을 했는데, 판문점 선언 지지 결의안에도 협조할 의향이 있나.
=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구체적인 행동이 현실화 될 지 지켜보겠다. 또 우리 자신들도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 과거의 수구 냉전적 사고나 메시지가 있었다면 그런 것을 고쳐나가겠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안보정당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겠다. 이건 지지결의안의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 정상회담이든, 미북 정상회담이든 그 결과물을 국회가 뒷받침 해야할 게 있으면 가리지 않고 협조하겠다.
▶ 하반기 국회에서 민주당이 보유세 인상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을 주장하면, 협조할 생각도 있는가.
= 검경 수사권 조정이든, 보유세 인상이든, 세법개정안이든 이런 내용들은 앞으로 안건별로 검토돼야 하며, 협조하고 안 하고의 차원이 아니다. 전체적인 국회 차원에서의 진정한 협치가 이뤄지길 바란다. 그래서 정쟁을 일삼는 국회 운영은 저는 지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