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당국이 19일 북미대화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올해 8월로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일시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그동안의 연합훈련 중단 사례와 이번 훈련 중단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국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과거에는 연합훈련 중단에도 다시 대화가 중단되거나 갈등이 반복되는 사례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사상최초로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뤄진 뒤 나온 조치여서 큰 성과로 이어질지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가 크다.
한미가 연합훈련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4번째로 24년 만이다. 북한이 체제위험 요소라며 줄기자체 요구해온 연합훈련 중단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독려하기 위한 결단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1976년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인 '팀 스피리트'가 시작된 이후 줄곧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해왔다.
한미가 연합훈련을 처음으로 중단한 것은 1990년으로 그해 9월 사상 첫 남북총리회담 일정이 잡히자 한미는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8월로 예정됐던 UFG의 전신인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을 중단했다.미국이 걸프전을 벌이느라 연합훈련에 나설 여력이 없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연합훈련 중단으로 대화 분위기가 고조됐으며 결국 수차례의 고위급회담 끝에 1991년 12월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는 성과를 끌어냈다.
1992년에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안전협정에 서명하고 남북 상호 핵사찰에 동의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그해 팀 스피리트 훈련이 중단됐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북한이 IAEA의 특별사찰 요구에 반발하며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함으로서 1993년 팀 스피리트 훈련이 재개된다.
한미는 그러나 1994년 10월 북미 간에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네바 합의가 타결되자 다시 팀 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했으나 1994년부터 '전시증원연습'(RSOI: Reception, Staging, Onward Movement and Integration of Forces)이라는 이름으로 팀 스피리트 훈련보다 동원되는 병력과 장비의 규모가 축소된 연합훈련을 진행했다.
이후 한미는 북핵 상황과 관계없이 연합훈련을 중단하지 않았지만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24년만에 같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국방부는 북한에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미사일 시험장 일부 시설 폐쇄에 이어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나 핵신고와 사찰단 수용 등 핵폐기를 위한 후속조치를 내놓을 경우 북미대화와
남북교류와 협력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연합훈련 중단이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도 보고 있다. 훈련이 일시 중단됐지만 대화나 비핵화 프로세스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다시 훈련이 재개된다는 것 자체가 북한에 압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당초 훈련이 실시될 예정이던 8월까지 아직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다"며 "북한이 이르면 이달 중으로 미사일 시험장 폐쇄 등 핵폐기를 위한 후속조치를 발효하고 8월 전에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