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형님, 조폭 재건되나

1993년 폭력조직간 감정대립으로 발생한 ''''실버스타나이트클럽 살인사건''''의 범인 중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2명을 뺀 35명의 조직원들이 올해를 끝으로 모두 출소했다.

20대의 꽃다운 나이에 조직을 위해 충성을 바친(?) 이들은 이제 40대의 중년이 됐다. 이들의 출소는 과연 청주지역 폭력조직 구도에 어떠한 영향을 줄까?

충북도내에는 모두 10개의 폭력조직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중 청주에는 ''''파라다이스'''' ''''시라소니'''' ''''화성파'''' 등 3개 조직이 있다. 1980년대 후반 청주지역을 주름잡았던 폭력조직 중 하나인 ''''야망파''''가 조직원간 내부분열로 1989년 현재의 파라다이스파와 시라소니파로 분파(分派)됐다.

◈ 피를 부른 보복전쟁

폭력조직간 발생한 유혈다툼 중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은 1993년 시라소니파 조직원이 파라다이스파 두목을 살해한 ''''실버스타나이트클럽 사건''''.

사건의 발단은 93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5월28일 밤 11시30분께. 건장한 남성 20여명이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청주관광호텔 앞에 집결했다. 전쟁에 나가는 듯 얼굴은 상기돼있다.

손에는 생선회칼, 일본도 등 이름만 들어도 오싹한 각종 ''''연장''''들이 들려있다. 사전에 치밀한 계획이 있었는지 시계 바늘 침이 일정시간을 가리키는 순간 일사분란하게 조를 나눠 이동한다.

한 개조는 호텔 지하 나이트클럽 앞을 봉쇄하고 다른 한 개조는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조직원들은 종업원과 손님 등 70여명을 한 구석으로 몰아놓고 대기실로 향했다. 이들은 대기실에서 자고 있던 파라다이스파 두목인 나이트클럽사장 신모씨(당시 38세)를 살해한 뒤 밖에서 대기 중인 10여대의 승용차에 나눠 타 달아났다.

사건발생 후 경찰은 45명의 형사들로 구성된 수사본부를 차린 뒤 검거작전에 들어갔다. 당시 이 사건으로 옛 청주서부경찰서 수사과장이 한직으로 밀려나는 등 수사간부 4명이 문책성 인사조치 되기도 했다.

사건을 주도한 조직원과 이들에게 은신처 및 도피자금을 제공한 조직원 등 37명은 6개월 여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사건 당일 후배조직원이 파라다이스파 조직원들에게 집단구타 당한 것에 앙심을 품고 보복살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살인 등의 혐의로 모두 기소돼 김모씨 등 주범 2명은 무기징역을, 오모씨 등 나머지 35명은 징역 5년∼15년을 선고받았다.

◈ 조직재건·세력규합 힘들 듯

오씨 등 2명이 지난 7월 15년간의 복역을 마치는 등 주요세력들의 출소가 잇따르면서 폭력조직의 재건여부가 사정당국의 최대 관심사였던 게 사실이다. 전·현직 조직원들과 이들의 추종세력이 규합돼 유명무실해진 조직을 재건할 경우 각종 이권다툼이 벌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재건이나 세력규합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1993년 ''''범죄소탕 180일 작전''''을 시작으로 그동안 검·경의 강도 높은 단속과 수사로 대부분의 폭력조직이 와해되면서 ''''집단적 범죄활동''''을 통한 조직재건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이들의 자금줄이 차단됐다. 비호를 목적으로 대형 유흥업소에 하급 조직원들을 대거 투입시켜 조직자금을 마련하고, 아파트건설 등 굵직한 사업에 개입하기도 이제는 ''''하늘의 별따기''''가 돼버린 것이다.

조직존속을 위한 충성이 훗날 경제적 지원과 함께 조직 내에서의 높은 서열을 보장해준다는 것은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포장된 얘기''''에 불과하다.

아무런 대가가 없다보니 조직을 믿기보다는 ''''내 밥그릇은 내가 챙겨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대부분 개별적 생활을 하고 있다. 결국 폭력조직 이름만 존재할 뿐 회생은 불가능하다는 게 수사당국의 분석이다.

경찰의 한 수사간부는 ''''최근 출소한 조직원들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조직 수뇌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게 아니다''''며 ''''이 때문에 상당수 조직원들이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권장악과 구역침탈 등 조직존속을 위한 과거의 범죄양상도 이제는 단순폭력, 사기 등 개별적 범죄로 바뀌고 있는데다 수사기관에 검거되는 조폭 수가 매년 감소하는 점 등이 이를 방증해주고 있다.

조폭범죄에 능통한 한 수사관은 ''''각 조직의 지휘부 등 핵심인물들이 출소를 한 뒤 세력규합 움직임을 보이기는 했다''''면서 ''''경제사정이 좋지 않고 지휘체계도 상실되는 등 과거와 많이 달라져 있다 보니 사실상 조직재건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 현재 검거된 조직원 수는 34명으로, 이는 지난해 44명에 비해 22%(10명) 감소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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