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연 사가세요"…공연·예술 1년장이 열렸다

[현장] 제11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 아트마켓

제11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아트마켓 현장.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우리 공연 잠깐만 보고 가세요. 이게 지난번 부산 공연 영상이거든요. 관객분들이 너무 좋아해요."

시골 장터 5일장 같이 1년에 한번 공연·예술 '시장'이 제주에 열린다. 바로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회장 김혜경, 한문연)가 제주특별자치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공동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현대자동차그룹, JIBS가 후원하는 행사다.

1년 중 6월 둘째 주만 되면 전국 문예회관 관계자들 공연예술 종사자들이 제주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직접 만나 공연을 사고 판다. 올해는 전국지방선거로 인해 셋째 주에 열렸다.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둘째날인 19일 오전 10시, 아트마켓이 열리자마자 이곳저곳이 시끌벅적했다.

지나가는 문예회관 극장 관계자들에게 팸플릿과 브로셔를 건네면서, 조금이라도 그들의 관심을 사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펼쳐진다.

브로셔나 팸플릿만으로는 부족해 사탕이나 음료 등의 간식류를 또는 물통·미니 선풍기·보조 배터리 등을 건네기도 했다.

극장 관계자들이 걸음을 멈추면 그때부터 공연 소개를 위한 준비된 멘트가 거침없이 터져나온다. 이전에 찍은 공연 영상을 모니터로 보이며, 공연의 특징·무대 구성 등을 설명한다.

이들이 이렇게 관심을 사려는 이유는 자신들이 정성들여 만든 공연을 판매하기 위해서다.


개그맨 김재욱 씨.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올해 아트마켓에 3년째 찾아왔다고 한 '쇼그맨'의 멤버 개그맨 박성호 씨는 "아트마켓에 온 뒤 성과를 많이 거둬 계속 찾아오게 된다"고 전했다.

쇼그맨은 KBS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 박성호·김재욱·김원효·이종훈·정범균이 함께 활동하는 개그 팀이다.

그는 "개그맨으로서는 개개인적으로 모두 인지도가 있지만, 팀으로 따지면 우리는 신인이나 다름 없다. 인터넷 등을 보고 섭외 문의가 오기도 하지만, 이렇게 직접 우리가 찾아와 문예회관 관계자들을 1:1로 만나 인사하고 공연을 소개하면 반응이 더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비치에 올 때마다 아트마켓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우리 '쇼그맨'이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의 부흥기 이끈게 아닌 싶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개그맨 김재욱 씨는 "전화로만 연락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직접 만나 눈을 보고 이야기하면 신뢰가 생기는 것 같다. 잘되는 경우는 바로 스케쥴을 묻고 공연 일정을 맞춰보기도 한다"고 했다.

또 그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아트마켓을 둘러보면 우리가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나 재료를 얻기도 한다. 요즘 공연의 흐름이 어떤지도 알 수 있고, 특히 새로운 공연을 하는 젊은 극단들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고 이야기했다.

'아트마켓'의 도움을 많이 받은 그들은 다른 개그팀들도 이곳으로 전도했다.

개그맨 정경미·김경아·조승희가 함께하는 공연 '투맘쇼'와 손헌수·김영·졸탄 등이 함께하는 '극락기획단'이 이번에 처음 부스를 차렸다.

'투맘쇼'의 멤버 조승희 씨는 "'쇼그맨' 선배들이 여기에 꼭 오라고 추천해서 한번 오게 됐다. 오늘 아침에 가계약도 1건 했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많은 성과를 내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많은 극장 관계자분들에게 우리를 알려서 눈도장을 받고자 한다.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아트마켓 앞에 여러 공연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개그 공연만 있는 건 아니다. 빈체로나 크레디아 같은 유명 클래식 공연 기획사를 비롯해 연극·뮤지컬·발레·무용·마술·전통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 부스 180여 개가 아트마켓에 설치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30여 개가 늘어난 규모이다. 이로 인해 페스티벌 참가자도 매해 늘고 있다. 올해는 전국 200여 개 문예회관과 250여 개 공연예술단체 등 역대 최다인 2000여 명이 참석했다.

문예회관 등 극장 관계자들 입장에서도 이렇게 많은 공연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다.

한 극장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작품도 지역 극장에서는 공연하기가 쉽지 않은데, 해비치에 오면 한문연이 선별한 훌륭한 작품들을 한번에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문연의 지원 덕에 조금은 더 저렴하게 공연할 기회를 만든다. 이로 인해 지역민들도 다양한 공연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제11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쇼케이스.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공연팀들의 말이나 소개자료·공연 영상 등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면, 부스가 설치된 곳 아래층 홀에서 30분 단위로 선보이는 쇼케이스를 관람한다.

문예회관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관람할 수 있다. 문예회관 관계자들은 공연 콘텐츠를 보는 동시에 일반 관객들의 호응도를 살피며, 어떤 공연을 지역민들을 위해 올릴지 신중하게 고르는 모습이었다. 올해는 쇼케이스도 25개 작품으로 지난해보다 5작품 늘어났다.

해를 거듭할수록 아트마켓의 규모가 커지고, 쇼케이스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페스티벌 참가자까지 늘고 있다는 점은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 공연예술유통시장의 선순환 및 극장-공연인 사이의 소통과 교류에 제대로 기여하고 있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문연에 따르면, 지난해 페스티벌은 2만여 명의 참가와 220억여 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 시작한 첫해 참가 인원에서 약 20배 늘었으며, 10년간 경제적 효과는 약 1000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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