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대내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정당화할 수 있는 명분도 제공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그동안 해마다 8월이면 UFG 훈련에 대해 "(한미 양국이)연례적이며, 방어적이니 하며 침략적 성격을 은폐하면서 또다시 전쟁광기를 올리려 한다"고 맹비난해왔다.
특히 3대 핵 전략폭격기로 알려진 'B-52H'와 'B-1B', 'B-2A' 등 전략 자산의 한반도 인근 배치와 전개에 대해 "우리 공화국에 대한 핵 선제공격을 노린 침략전쟁 연습"이라며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급기야 북한은 지난 2015년 UFG 연습 기간에 대북확성기 방송에 반발해 경기도 연천 지역에 포탄 1발을 발사했고, 우리 군이 수십 발의 포탄을 대응 사격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기도 했다.
최근에도 북한은 F-22 스텔스 전투기가 참가했던 한미연합공중기동훈련인 '맥스 선더(Max Thunder)'를 빌미로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하기도 했다.
북한이 이처럼 대규모 한미합동군사훈련에 극도로 민감하게 대응해온 이유는 분명하다.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와 핵 폭격기가 출격하면 북한군은 초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단추 하나만 잘못 누르면 곧바로 북침 전쟁이 될 수 있어서 한미연합훈련 자체가 북한의 체제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인식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 군 당국의 공식적인 한미연합훈련 중단 발표는 체제안전 보장을 약속한 북미 정상간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추동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연구기획본부장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결정은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적대감과 안전보장 요구를 고려한 조치"라며 "이로인해 김정은 위원장은 더욱 신속하게 비핵화를 진전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임수호 북한연구실 책임연구위원도 "UFG 중단 발표는 비핵화 프로세스를 앞당기기 위한 북미간 신뢰를 구축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들어 북한은 핵무기를 들어내는 상응대가로 한미연합훈련시 핵전력자산 전개 중단으로 목표를 하향조정했다"면서 "비핵화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한 '북한의 중대 초기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여건이 마련되는 의미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 조치와 미국과의 급격한 관계 개선을 둘러싼 북한 내부의 반발을 다독일 수 있는 명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정성장 본부장은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강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으므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매우 고무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비핵화 조치의 진전을 대내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대북 제재 이후 경제사정 악화로 '핵과 미사일에서 쌀이 나오는가' 하고 불만이 많던 중에 김정은 위원장이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내리지 못한 비핵화 결단을 한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는 게 최근 북한 주민을 만난 한 인사의 전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UFG 중단에 상응하는 북한의 비핵화 초기 조치는 무엇일까. 이에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일부 핵무기와 ICBM을 초기 단계에서 폐기하는 '프런트 로딩'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분석과 함께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UFG 중단에 대한 북한의 상응조치'에 대한 질문에 "북한은 지금까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비핵화 의지를 실천적이고 선제적으로 보여준 측면이 있다"며 "대화가 지속되고 비핵화의 실천적인 모습이 지속되는 한 군사연습도 계속 유예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기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묻자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함께 북한은 세 번째 방북을 예고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후속 고위급 협상 과정에서 핵탄두와 핵물질, 핵시설 등 모든 핵프로그램을 신고하고 이에 대한 사찰을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임수호 연구위원은 "북한이 취할 초기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폼페이오 장관 방북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세부 사항을 조정하고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