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거장 감독 새 영화서 '좀도둑'은 왜 삭제됐나

칸 황금종려상 수상 고레에다 히로카즈 '만비키 가족'
국내서 '어느 가족'으로 제목 바꿔 다음달 26일 개봉
"'확장된 가족'이란 메시지에 더욱 부합한다고 판단"

한 달 전 막을 내린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 신작 '만비키 가족'이 우리나라에서 '어느 가족'으로 제목을 바꾸고 다음달 26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할머니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생계를 잇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들과 결을 같이 하는 흥미로운 물음을 던진다.

영화 '어느 가족'의 원제 '만비키 가족'에서 일본어 '만비키'(まんびき)는 우리말로 '좀도둑'을 뜻한다. 영화의 소재와 메시지 등을 제목에서 단적으로 드러내는 셈이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 '샵리프터스'(Shoplifters) 역시 직역하면 '좀도둑들'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 '만비키 가족'의 한국어 제목을 '어느 가족'으로 정한 데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위터에서는 "중요한 정보값을 없애고 있다"(@n*****), "'만비키 가족'이 더 눈에 띄고 호기심 자극인데 뭐 어련히 알아서들 정했겠냐만 내심 좀 아쉽다"(@l*********) 등의 의견이 눈에 띈다.

제목을 바꾼 데 대해 '어느 가족' 측 관계자는 18일 "특별한 이유이면서도 보통의 이유"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일본어 '만비키'는 누구나 아는 일상적인 단어가 아니어서 일단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한 제목으로 바꾸려 했다. 원제를 직역해 '좀도둑 가족'이라고 하면 한정된 느낌이 강했다. 여러 안이 나왔는데, '진정한 대안 가족'에 관한 메시지를 열어두자는 의미에서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어느 가족'으로 결정했다."

결국, 고레에다 감독이 전작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을 통해 줄곧 '가족의 확장성'을 다뤄 온 만큼, 감독 특유의 메시지에 부합한다는 판단에서 한국어 제목을 '어느 가족'으로 정했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 영화는 새로운 가족, 대안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면서 항상 감독이 말하는 '진짜 가족이란 어떤 의미일까'로 마무리 된다"며 "그만큼 '만비키'라는 단어가 관객들에게 쉽지 않아서 원제를 그대로 가져가기는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좀도둑 가족'이라고 하면 영화를 너무 많이 보여주는 느낌이어서, 영화를 보기 전에 관객들이 '어떤 가족의 이야기일까'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열어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국어 제목이 영화의 메시지를 희석시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바뀐 제목을 알린 뒤 SNS나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반응을 확인하고 있다"며 "우려보다는 '괜찮다'는 반응이 많아서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홍보에 매진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영화 개봉까지 5주 정도 남았는데, 메인 포스터 등에 메시지를 구체화 하는 홍보 문구가 들어갈 예정"이라며 "이러한 작업을 통해 내용을 보완하고 잡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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