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서지현(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
이 자리에 나와서 성폭력 피해자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을 얘기해 주고 싶어서 나왔습니다. 제가 그것을 깨닫는 데 8년이 걸렸습니다.
여러분, 이 목소리 기억하시죠? 지난 1월 29일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미투 운동을 불러왔던 이 인터뷰. 바로 서지현 검사의 인터뷰였죠. 검찰 내에서 자신이 겪은 성폭력 사실을 고백하고 제대로 된 수사 그리고 가해자의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었는데요. 이때를 시작으로 촉발된 우리 사회의 미투 운동, 이제 5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뭐가 변했을까요. 변하기는 변한 걸까요? 저희가 오늘부터 몇 회에 걸쳐서 지난 5개월을 좀 돌아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그 첫 순서로 서지현 검사를 만나보겠습니다. 서지현 검사는 지금 계속해서 휴직을 연장하고 있다는데요. 어떤 상황일까요. 그 고백 후에 어떤 일들이 서 검사에게는 벌어지고 있을까요?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 연결해 보겠습니다. 서지현 검사님, 안녕하세요?
◆ 서지현>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직 휴직 상태?
◆ 서지현> 네, 휴직 상태에 있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지내셨어요, 지난 5개월?
◆ 서지현> 아이도 돌보고 치료도 받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치료라면 무슨 치료를 받으세요?
◆ 서지현> 일단 공황장애 부분에 대해 치료를 받고 있고요. 그리고 제가 목디스크, 허리디스크 같은 게 발병해서 그 치료도 받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돌아가는 지금의 상황들이 흡족하다면 몸이 계속해서 안 좋을 리는 없을 것 같은데... 뭔가 지금 몸과 마음 다 편치 않다는 얘기로 저는 들리네요.
◆ 서지현> 5개월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결과적으로는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해가 회복된 것도 없고요. 정상적인 근무는 어려운 상황이고 또 2차 가해자들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고 여전히 2차 가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2차 가해가 계속되고 있다. 지금 그런 말씀하셨어요?
◆ 서지현> 네.
◇ 김현정> 이 문제 제기가 있고 나서 바로 성추행 조사단이 꾸려졌고, 검찰 내에서. 가해자 안태근 전 검사장은 재판에 넘겨져서 이미 재판이 시작됐고 겉으로 보기에는 착착 잘 진행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절차적으로는. 아닙니까?
◆ 서지현> 검찰은 곤란한 수사에 관해서 대충 수사한 후 기소를 해서 무죄를 받는 식의 수사를 하기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처음 조사단 구성시부터 그런 우려가 컸고요. 결국 처음의 우려대로 수사가 진행되었습니다.
◇ 김현정> 빨리 수사에 착수는 했지만 그리고 빨리 기소를 했지만 그게 다다. 대충 수사한 것이다. 이 말씀이세요?
◆ 서지현> 예, 제 발언 이후에 조사단이 구성이 되었었는데요. 그 명칭이 ‘여검사 성추행 진상 조사 및 피해 회복 조사단’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 서지현> 명칭만 보더라도 ‘성추행 진상 조사단’이거든요. 진상 조사는 성추행 부분만 하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추행 부분은 고소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수사단이 아니라 조사단을 구성했었고요.
◇ 김현정> 고소를 할 수가 없다는 거죠, 성추행은.
◆ 서지현> 네. 그런데 성추행 부분은 피해자인 제가 진술을 했고 가해자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실이라면 사과하겠다라고 한 상태였기 때문에 중요한 진상 조사 대상이 아니었고요. 그 이후에 이루어진 인사 보복 등이 중요 대상이 돼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성폭력 전담 여검사들로 구성된, 수사단도 아닌 조사단을 구성한 것은 검찰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가 보더라도 처음부터 수사 의지와 능력 없이 조사단을 구성한 것이었습니다.
◇ 김현정> 저 같은 일반인이 듣기에는 수사단이나 조사단이나, 수사나 조사나 그게 그렇게 큰 차이인가 싶은데. 그게 큰 차이예요?
◆ 서지현> 수사단이라는 것은 강제 수사 등을 염두에 둔 것이고요. 조사단이라는 것은 고소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수사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한 상태에서 만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 김현정> 강압적으로까지 뭔가 하지는 않겠다는.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말씀이에요.
◆ 서지현> 예, 처음에는 제 말을 전혀 믿지 않고 아무런 인사 보복이 없었다는 전제하에 성추행 부분만을 조사하겠다, 이렇게 구성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수사 능력도 수사 의지도 공정성도 없는 3무 수사가 진행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3무 수사. 수사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는데 공정성까지 결여된 수사였다라고까지 보세요?
◆ 서지현>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수사도 아니고 조사였다.
◆ 서지현> 네.
◇ 김현정> 그 상황에서 어쨌든 안태근 전 검사장이 재판에 넘겨지고 첫 재판까지 있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어쨌든 재판 넘어간 거 보면 뭔가 그래도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기소하고 그런 거 아니에요?
◆ 서지현> 저희는 그 조사 과정이 굉장히 부실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과연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될지 의문입니다.
◇ 김현정> 무죄, 무혐의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세요?
◆ 서지현> 그런 우려가 있습니다.
◇ 김현정> 조사한 내용을 들여다보자면, 검사로서...
◆ 서지현> 예.
◇ 김현정> 그래서 그런가요. 첫 재판 때 안태근 전 검사장이 행위들에 대해서 다 부인을 했습니다. 그런 적 없다라고. 그 자리에 서 검사님은 안 계셨잖아요. 만약 계셨다면 뭐라고 말씀하셨을 것 같아요?
◇ 김현정> 제가 가진 건 진실밖에 없습니다라는 말이 참 서글프게 들리는데. 그래요. 그러면. 그냥 조사만 부실한 겁니까? 그게 아닌 2차 피해도 심하게 시달리신 거예요? 아까 전에 그러셨어요. 2차 가해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인가요?
◆ 서지현> 법무부나 검찰, 조사단에서 오히려 주도적으로 2차 가해를 가했거든요.
◇ 김현정> 여론이 아니라 조사단, 검찰, 법무부에서 2차 가해가 있었다고요?
◆ 서지현> 네, 일단 공식적으로는 수회 허위 발표를 통해서 저를 거짓말쟁이 내지 피해를 미끼로 인사를 요구한 검사로 만들었습니다.
◇ 김현정> 공식 언론 발표 이런 걸 통해서?
◆ 서지현> 구체적으로는요. 먼저 처음 제가 검사 게시판에 글을 올리자 바로 몇 시간 후에 법무부에서는 제 인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발표를 하였습니다. 제 이야기를 허위로 치부해버려서 그냥 덮으려고 했던 허위 발표였고요. 그 후 제가 법무부 장관에게 면담 요청 메일을 보냈다고 하자 그런 적이 없다고 또 바로 허위 발표를 하였습니다. 제가 면담을 요청한 메일을 제시하자 제가 면담을 하면서 진상 규명 요청은 하지 않고 인사 요구만 했다고 또 허위 발표를 했습니다.
◇ 김현정> 그것도 허위 발표입니까?
◆ 서지현> 네. 저는 당시 인사 요구는 전혀 하지 않고 사실 확인. 즉 진상 규명 요청만 하였음이 당시 녹취록에 전부 남아 있거든요. 그런데도 그렇게 허위 발표를 하였고요. 그리고 비공식적으로는 법무부 등에서 기자나 정치권을 상대로 제가 업무 능력이나 대인 관계 등에 문제가 있었고 정치적인 목적 내지 다른 목적이 있어서 폭로한 것이라고 허위로 음해하는 내용을 퍼뜨렸다고 들었습니다.
◇ 김현정> 이게 무슨 얘기인가요? 아까 공식적인 발표는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인데 그거 말고 뒤에서 출입하는 기자들이나 아는 정치인들을 통해서 안 좋은 소문들을 퍼뜨렸다?
◆ 서지현> 맞습니다.
◇ 김현정> 이건 어떻게 들으신 거예요, 이 얘기는?
◆ 서지현> 기자들이나 정치권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 김현정> 당신 업무 능력이 부족했다고 얘기하던데, 대인 관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얘기하던데. 이런 얘기를 귀로 들으셨어요?
◆ 서지현> 예, 직접 들었고요. 또 조사단에서는 기자들을 상대로 제가 협조를 하지 않아서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허위 사실까지 유포했다고 들었습니다.
◇ 김현정>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듣고 계신 청취자들께 한마디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청취자들 중에도 그런 소문이나 이른바 찌라시 이런 것들을 들으신 분들이 계실 수 있거든요. 그러면서 혹시 정말로 그런 거 아니야? 혹은 인사에서 이득을 좀 얻고자 하다가 안 되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 서지현> 지금까지도 그렇게 믿고 계신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성실히 일해 왔고 근무하는 청마다 우수한 실적으로 수상도 많이 해왔습니다. 또 같이 근무한 직원들과 동료들을 진심으로 대했고 잘 지내왔을 뿐만 아니라 사건 당사자들에게까지도 감사 편지를 많이 받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사실이 아닌 이야기에 크게 상관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제가 15년을 근무해 온 곳에서 그와 같이 저를 음해한다는 사실이 너무 마음이 아팠고요. 또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은 매뉴얼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정말 전형적인 2차 가해 유형이거든요.
◇ 김현정> 매뉴얼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이런 일이 터졌을 때 이런 식으로 대응해라라는 매뉴얼이 실제로 존재해요?
◆ 서지현> 글쎄요. 저도 알지 못하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발언을 한 피해자들이 업무 능력과 대인 관계에 문제가 있었다라고 2차 가해가 가해져왔거든요.
◇ 김현정> 내부 고발이 있을 때마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패턴이.
◇ 김현정> 검찰 조직 안에 수많은 피해자.
◆ 서지현> 검찰 조직도 그렇고요. 일반 사회에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조사단 측에 수회에 걸쳐서 2차 가해에 대한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2차 가해자들은 아무런 일 없이 잘 근무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아무도 이런 2차 가해, 눈에 보이지 않는 2차 가해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고 있다... 지난 5개월 쭉 돌아볼 때 제일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세요?
◆ 서지현> 모든 순간이 힘들고요. 또 모든 순간이 감사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고요한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이렇게 사람들 앞에 나서고 이야기하고 이런 것들이 참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로 인해서 용기를 냈다고 고맙다고 하시는 분들을 만나고 그런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참 감사한 마음도 듭니다. 제가 참 힘들게 검사 생활을 해 왔었는데 그 검사라는 직업이 이렇게 성폭력과 불공정함에 대한 관심과 자각을 촉발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그렇게 힘들게 생활한 보람이 있었구나 하는 감사함도 듭니다.
◇ 김현정> 혹시 그냥 참을 걸 그랬나라고 후회하신 적은 없습니까?
◆ 서지현> 사실 꽤 힘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가 당시 도저히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앞으로 나왔던 것이고요. 그냥 당시는 사실 사표를 낼 생각으로 이야기를 했던 것이고 그런데 그렇게 앞으로 나서지 않고 조용히 사표를 냈더라면 과연 저는 행복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 김현정> 그 말씀은 후회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그런 말씀으로 들리네요.
◆ 서지현>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굉장히 모순된 얘기지만 후회하지만 이런 일상들이 힘들어서 후회하지만 또 안 했으면 후회할 거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
◆ 서지현>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럼 그 당시 1월 29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지금처럼 하셨을까요?
◆ 서지현> (한숨) 네, 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서지현 검사, 여러분 지금 만나고 계십니다. 사표 내실 거예요?
◆ 서지현> 사실 처음에는 무조건 사표를 낸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조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먼서도 그런 생각은 변함이 없었고요. 그런데 많은 분들께서 저 때문에 용기를 냈다, 저 때문에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절대로 사표를 내지 말고 제가 견뎌내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제 개인적인 행복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그만두고 조용히 가족들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그런 목소리, 그런 바람을 내팽개친 채 제 개인의 행복만을 추구하기는 좀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든 꿋꿋이 버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이런 일이 있고 나서 여기저기서 (미투)고백들을 했고요. 법률 개정안들 동시다발적으로 추진이 됐습니다. 하지만 통과된 건 별로 없어요. 그리고 정부에서도 뭔가 대책들을 만들기는 했는데 그게 얼마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지도 좀 미지수인 상황. 어떤 대책들이 절실하다고 생각하세요? 누구보다도 이 대책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신 분일 텐데.
◆ 서지현> 일단은 성폭력 또 성희롱 2차 가해 등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회에서 좀 열심히 일을 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또 그뿐만 아니라 이런 가부장적인 남성 우월적인 문화 또 취업과 결혼이 어려워진 사회구조 등 성폭력, 여성 혐오 등이 발생하는 그 근본 원인과 사회 구조에 대한 분석과 논의도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서로 이해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김현정> 예, 지금 듣고 있는 분들 중에도 내가 이걸 세상에 알려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는 여성 혹은 남성도 있을 수 있고요. 또 발표를 한 후에 세상에 알린 후에 고민하고 있는 또 고통 겪고 있는 2차 피해자들도 있을 수가 있습니다. 그분들을 위해서 한마디 해 주신다면.
◆ 서지현> 사실 힘내라, 용기내라.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그러하듯 각자 최대한의 힘과 용기로 버티고 있음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이 큰 용기를 내지 않아도 절도나 상해 이런 피해를 당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피해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할 수 있고 또 2차 가해에 대한 어떤 두려움도, 고통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강자도 약자도 여성도 남성도 모두 함께 행복한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서 검사님, 다른 것보다 건강 잘 챙기시고요. 꿋꿋하셔야 돼요.
◆ 서지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이 상황들, 어떻게 돌아가는지 끝까지 관심 있게 지켜보겠고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어려운 상황에서 인터뷰 고맙습니다.
◆ 서지현> 감사합니다.
◇ 김현정> 우리 사회에 미투 운동, 5개월 전에 처음으로 촉발시킨 분이죠.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