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1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3년을, 이병호‧이병기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에게는 징역 3년이 내려졌고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엄정하게 집행해야할 국민의 예산을 최소한의 검토 없이 함부로 특활비를 지급했다"며 "이로 인해 국가와 국민의 안전에 영향을 끼쳤다"라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다만 자발적으로 특활비를 준 게 아니라 지휘를 받는 국정원장으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에 소극적으로 응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참작했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병기 전 원장이 국정원 특활비 1억원을 당시 기재부장관이던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에게 관련해 유죄로 판단했다.
최 의원은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를 받은 혐의와 관련해 오는 29일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번 선고로 이병기 전 원장의 뇌물 공여 혐의가 유죄로 판단된 만큼 최 전 의원의 선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남 전 원장 등은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의 업무상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36억 5000만원을 뇌물로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이원종 전 비서실장은 이 가운데 1억 5000만원을 직접 받아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밖에 남 전 원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을 압박해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 산하 영리법인인 경안흥업에 25억 6400만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이병기 전 원장은 국정원 특활비 1억원을 최 전 의원에게,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에게 4800만원 상당의 뇌물을 각각 건넨 혐의도 받는다.
한편 이들에 대한 선고는 국정원 특활비 관련 사건 가운데 처음이다.
국정원 특활비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도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아챙긴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2년에 벌금 80억원, 추징금 35억원을 구형했다.
또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각각 징역 5년에 벌금 18억원,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편 검찰은 국정원 자금이 박 전 대통령에게 상납된 혐의가 무죄로 판단된 부분에 대해 "뇌물 공여자가 나랏돈을 횡령해 전달하면 뇌물이 아니라는 비합리적인 논리"라며 "뇌물이 아니라 예산지원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