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김 대법원장 취임후 두 차례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조사를 했지만 의혹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의견수렴기간 동안 여러차례 입장을 바꾸는 듯한 의견을 밝히면서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오늘 [Why 뉴스]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 왜 결단않고 시간만 끌고있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26일 취임했으니까 9개월이 다됐다. 취임후 한 달여만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추가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위원장에는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을 임명했다.
그러나 추가 조사위원회는 핵심인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의 컴퓨터조차 조사하지 못하는 부실조사를 했고, 김 대법원장은 다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단장으로 하는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을 꾸려 100일 넘게 조사해서 5월 25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조사결과는 여전히 한계를 드러냈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은 조사조차 하지 못했다. 심지어 사법부 스스로 의혹을 철저히 밝히겠다며 외부 위원도 배제한채 조사를 했지만 조사결과는 금요일 밤에 슬그머니 내놨다.
특조단장인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수사의뢰하거나 고발하거나 하는 조처를 할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았다"고 못 박았다.
여론이 악화되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내 여론수렴에 나섰다. 5월 28일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형사고발도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5월 31일에는 "각계 의견을 종합해 형사상 조치를 최종 결정하겠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 필요하다.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대법원장의 권한 행사는 당사자들이 고뇌에 찬 결단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의 의사도 반영되는 훌륭하고도 민주적인 절차와 방식에 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나치게 눈치보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드는게 사실이다. 3차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처리하는 과정은 각급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지만 취임 이후의 추가조사위나 특별조사단의 처리 과정을 보면 지나치게 신중하다.
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이다. 사법부 내부 결속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의 권위를 앞세우기보다는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항상 살피고 유념하겠다."고 취임사에서 밝혔지만 지금의 태도는 국민보다는 사법부 입장에서만 고뇌하는 걸로 비쳐지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특별조사단을 구성하면서 "조사단에 조사의 대상과 범위, 방법 등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하면서 의혹에 관한 철저한 조사 등을 지시했고,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번 사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약속"했다.
▶ 그런데 약속대로 안 됐다?
= 그렇다. 약속을 했지만 사법부는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오히려 관련자들에게 면죄부만 주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조사결과가 발표된 뒤 전국 법관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에게는 다시 제 뼈와 살을 도려내야 하는 긴 고통의 시간이 예정되어 있다."면서 "각 법원의 판사회의와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을 통하여 지혜와 의지를 모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지만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고발이나 수사의뢰에는 미온적인 것이다.
▶ '형사조치'를 안할 수 있을까?
= 고발이나 수사의뢰 없이는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김 대원장은 형사조치 보다는 내부해결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대법관 간담회를 끝으로 법원 내외부의 의견수렴 절차를 마무리했다. 결단만 남았는데 이르면 오늘(15일) 중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어느 정도 입정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며 "빠른시일안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왜 고발이나 수사의뢰 같은 '형사조치'를 피하려는 거냐? 결단하면 되는 것 아닌가?
= 첫 번째는 대법원장이 고발의 주체가 되는 게 맞느냐 하는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장이 고발하는 건 이미 유죄의 심증이 있다는 것이고 그럴 경우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에게 부담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대국민담화에서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대법원이 형사조처를 하는 것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각계 의견을 종합해 관련자에 대한 형사상 조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6월 8일에는 "원칙적으로 법원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기본 마음가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대법원장이 고발하거나 수사의뢰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이니까 자신이 담당할지도 모를 사건의 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유죄의 심증을 갖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리고 대법원장이 고발한 사건관련 압수수색영장이나 구속영장을 담당판사가 기각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라고 본다. 헌법 103조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리고 제106조 ①'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법관이 고발주체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이런 입장은 그동안 상부의 지시에따라 재판을 해왔다는 걸 시인하는 건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조직보호 논리로 비쳐진다.
법원장과 고법부장 등 법원 상층부를 제외한 일선 판사들은 '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에 공감하고 있다. 대법관 출신 한 원로 법조인은 "평 판사들의 입장은 매우 격앙돼 있다"고 법원 분위기를 전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규탄 전국변호사비상모임은 11일 변호사 2천여명이 서명한 시국선언을 통해 "자의적 판단을 배제하고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며 "더이상의 셀프조사는 의미가 없으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원행정처 책임자들을 형사고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번째는 '형사조치'가 아닌 다른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택 할 수 있는 '형사조치'는 직접 고발하거나 법원행정처장을 통한 간접적 수사 협조 의사를 표시하는 방안, 또는 상설특검 요청 등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런 형사조치가 아닌 국정조사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지난 7일 출입기자와의 오찬에서 "국회가 나서 진상규명을 하고 문제가 있는 법관은 헌법상 탄핵할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했고, 김 대법원장은 출근길에 "그 역시 여러가지 의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은 2차 추가조사위 위원장이었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원장에 임명했다. 사법부 내에서는 김 대법원장의 복심으로 불리기도 한다.
물론 대법원에서는 전혀 교감이 없는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선을 긋지만 김 대법원장을 잘아는 전현직 법관들은 김 대법원장의 의중을 담은 의견이라는 게 중론이다.
세 번째는 빗발치는 여론을 기피하려는 의도는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법부는 아직도 민심의 무서움을 모르는 것 같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5월 31일
대국민 담화에서 "최고 재판기관인 대법원을 운영하는 조직과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의 조직을 인적·물적으로 완전히 분리하고 법원행정처를 대법원 청사 외부로 이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상당히 전향적인 조치임이 분명하지만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보다는 앞으로의 조치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 대법원장이 '재판거래'와 '판사사찰' 의혹에 대해 미온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할 경우 촛불민심은 사법부 개혁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 사법부와 마찬가지로 눈치보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검찰에는 17건 이상의 고발장이 접수돼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대법원의 시그널이 있어야 수사에 착수 할 수 있다며 아직까지 미적대고 있다.
일반 사건일 경우 이렇게 눈치만 보고 있을까?
검찰의 한 핵심관계자는 "법관의 뇌물범죄가 아니라 외관상 법원의 직무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사법부의 독립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검찰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사법부의 시그널이 없는 상태에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경우 영장을 기각하면 수사가 안 된다"면서 "최소한 검찰이 달라고 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수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관련된 판사들을 소환해야 하는데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면 되는 것이지 법원이 하라고 해야 하겠다는 것 아니냐?
= 검찰이 사법부의 입장을 배려하는 건 이해가 간다. 검찰이 사법부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고 법관들을 체포하고 그런 모습이 바람직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법부의 시그널이 없으면 수사할 수 없다는 입장은 지나치게 미온적이고 법원 눈치보기일 뿐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검찰이 법원의 메시지 없이 수사할 수 없다는 건 법과 원칙에 맞지 않는 태도"라면서 "사법부가 수사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도 검찰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의 한 중견법관은 "법원장들이 검찰수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건 잘못된 것"이라면서 "사법부가 고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지 수사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재판을 담당해야 하는 사법부가 고발의 주체가 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었다는 설명이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미 10여건 이상 고발이 된 상태에서 하나를 더 보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반문하면서 "대법원장이 고발 또는 수사의뢰했다고 영장발부 사유가 안 되는 걸 발부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대법원장이 영장발부에 관여할 수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되는데 대법원장이 고발하기를 기다린다는 건 영장발부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얘기가 아니냐는 입장이었다.
= 그렇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사법부에 대한 수사에 나서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도 "다만 국민여론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의 압박이 심할 경우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검찰이 법원행정처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고 법관들을 소환하기 시작하면 사법부 독립이 침해된다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김명수 체제의 사법부가 과거 양승태 사법부에서 했던 재판거래 의혹과 판사사찰 의혹에 대한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김 대법원장이 선제적으로 해야할 일은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410건의 문건을 공개하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경우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이다. 그래야 검찰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설 수 있을 것이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사법신뢰를 회복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