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약한 고리'였던 시사 프로그램, 이젠 달라질까

[현장] KBS '엄경철의 심야토론', '저널리즘 토크쇼 J', '사사건건' 론칭 기자간담회

14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KBS 새 시사 프로그램 론칭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사사건건'의 김원장 기자, 양승동 사장,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정세진 아나운서, '엄경철의 심야토론'의 엄경철 취재주간 (사진=KBS 제공)
KBS(한국방송공사)는 국민의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으로써 많은 공적 책임이 주어져 있다. 현행 방송법에는 방송의 공정성 및 공익성 실현, 시청자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송 프로그램 개발 등이 KBS에 부여된 '공적 책임'으로 나타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이후 이른바 '낙하산 사장'이 줄줄이 임명되면서 제작자율성 침해가 가속화됐고, KBS는 오랫동안 '권력 감시와 비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다.

KBS의 메인뉴스 '뉴스9'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부동의 시청률 1위였으나 정작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뉴스에는 소홀했고, 시사 프로그램의 역시 경영진에 뜻에 따라 폐지되거나, '날'이 무뎌진 채 무관심 속에 명맥만 이어가는 경우가 잦았다.

국정농단 사태 때 가장 많이 나왔던 국민의 요구 중 하나가 '언론 정상화'였다. KBS 또한 KBS 정상화를 외치며 142일 동안 파업을 한 끝에 '기존 체제'를 바꿔낼 수 있었다. 지난 4월 취임한 양승동 사장은 '완전히 새로운 KBS'를 만들겠다며 취재·제작의 자율성 보장, 인적 쇄신 2가지를 약속하기도 했다.

14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KBS 새 시사 프로그램 론칭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양승동 사장도 참석해 인사말을 전했다.

양 사장은 "새 출발 하면서 가장 중요한 약속 중 하나가 우리 KBS 저널리즘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여러 가지 일을 하려다 보니 제작 인원이 부족해 아주 힘들게 하고 있다. 초반에 조금 부족하더라도 계속 잘 지켜봐 주시고 많이 아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KBS 1TV는 이번 주부터 총 3개의 새 시사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KBS에선 드물게 진행자 이름을 걸고 새로 단장한 '엄경철의 심야토론'(진행 엄경철, 16일 오후 10시 30분), '미디어 인사이드' 폐지 이후로 2년 만에 부활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진행 정세진, 17일 오후 10시 30분)', 평일 낮을 책임질 데일리 시사 토크 프로그램 '사사건건'(진행 김원장, 18일 오후 4시)이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다음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을 프로그램별로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엄경철의 심야토론'은 오는 16일 오후 10시 KBS 1TV에서 첫 방송된다. (사진=KBS 제공)
◇ 대담하고 용기 있게, '엄경철의 심야토론'

▶ 프로그램에 관해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강희중 TV프로덕션3 담당 : 진행자의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을 론칭한 건 KBS 역사상 처음인 것 같다. '심야토론'이 토요일 밤 10시 30분에 편성됐는데, 황금시간대에 한 것은 그 정도로 (KBS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대담하고 용기 있는 그런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한다.

엄경철 취재주간 : 원래 있어야 할 프로그램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엄경철의 심야토론'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고 갑자기 새로워지거나 할 순 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나. 핫한 기사에 수만 개의 댓글이 달리듯, 사람들은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다양한 주장과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반드시 필요하고 공영방송 KBS는 그 역할을 해야 한다. 2년 공백이 있었고,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여러 가지 질곡이 있었다. 건강한 토론이 아니라 의도적 토론으로 느껴질 만큼 여러 가지 차원의 홍역이 있었는데, 좀 더 새롭고 좀 더 적극적이고 용기 있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한다.

▶ 진행자로서 가장 주안점으로 둘 부분은 무엇인가.

엄경철 : '심야토론'이 2년 만에 복원되는 것이다. 토론이 가능하지 않은 사회에 토론 프로그램이 문을 닫았던 것이다. 토론이 불가능하다는 건 민주주의 후퇴를 반증하는 것이고, (프로그램) 복원은 그 반대라고 본다. 작은 톱니바퀴의 역할을 하고 싶다. 어제 선거가 있었는데, 표로 의사를 전달하는 다소 거친 방식이지만 그 여론이 형성되기까지 다양한 것들이 반영됐다고 본다. 공영방송 KBS 토론 프로그램에서 의견을 누군가가 말해주는 과정을 통해 (거기에) 찬성하건 찬성하지 않건 여론이 형성된다고 본다. 어떤 의견이 있을 때 그게 세상에 전혀 표현되지 않는다면 불만이 나올 수 있다. 복원된 '심야토론'에서는 좀 더 과감한 주제를 잡을 예정이다. 사회가 갈수록 복잡해져서 성별, 계층별 등 이슈가 많다. 회피하지 않겠다. 고민하되, 자기주장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상대방 주장 경청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짚어서,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던져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진행자로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 결국 토론 프로그램은 누가 나와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가 중요하지 않나. 패널 구성에서 어떤 부분을 신경 쓰는지.

엄경철 : 특별하게 원칙을 정한 건 없다. 가장 치열하고 뜨겁게 논쟁할 수 있는 당사자를 섭외해서, 가급적 찬반을 명확하게 나눠 얘기할 수 있게 하겠다. 워낙 다양한 쟁점이 많아 현장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필요하다. 사회적 주목도 높은 분들을 모셔서 많은 시청자들이 두루두루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열어주려고 한다.

▶ 첫 방송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엄경철 : 내부 토론 결과, 북미정상회담으로 가자고 했다. 한반도 운명과 관련된 것이니까. 그런데 지방선거 치르면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지방선거 결과를 가지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한쪽 압승으로 끝났지만 그 자체가 토론이지 않나. 이 선거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수와 진보는 어떻게 될 것인지 격론이 나온다. 북미정상회담을 밀어낼 정도로. 어떤 주제로 결정될지, 누가 나올지는 지금도 여전히 미지수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오는 17일 오후 10시 KBS 1TV에서 첫 방송된다. (사진=KBS 제공)
◇ 자사 비판도 하는 미디어 비평 '저널리즘 토크쇼 J'

▶ 프로그램에 관해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이재강 TV프로덕션2 담당 : 2003년 6월 28일 '미디어포커스'가 시작된 후 '미디어 비평', '미디어 인사이드'까지 약 13년간 명맥 이어오다 2016년에 폐지됐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업그레이드해 부활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정세진 아나운서 : 다시 TV 프로그램을 맡게 돼서 상당한 부담감이 있다. KBS 미디어 비평 프로를 토크쇼 형식으로 하게 됐는데, 다른 언론사를 공격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누군가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저희가 얼마나 잘해야 하는지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저희가 스스로 잘하기 위해서 이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다. 어제(13일) 첫 녹화를 했는데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명맥만 이어가게 내버려 두지 마시고 아니다 싶으면 빨리 내려갈 수 있도록 아주 날카롭게 평가해주셨으면 좋겠다.

▶ 어떤 점에서 차별점이 있는지.

정세진 : 최강욱 변호사, 정준희 교수, 최욱 씨, 안톤 숄츠(독일 ARD PD/기자)가 나오는데 저널리즘이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하는 프로그램이다. 요즘 추세에 맞게, 대중하고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길 바란다. (기존 프로그램이) 업계에서 하는 느낌이었다면, 조금 더 일반 시청자 대중이 비평하는 느낌이 될 것 같다. 더 많은 공격, 비판, 비난받을 수도 있지만 저희가 지키고자 하는 점은 저널리스트, 언론인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매주 다짐하는 것이다. 거기서 벗어날 때는 꾸짖어주시면 좋겠다.

▶ 패널 구성한 이유가 궁금하다. 일부 출연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정세진 : 보는 입장에서는 편향돼 보일 수도 있고, 전문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문적이라는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다. 정준희 교수는 저널리즘 기본을 담당하고, 최강욱 변호사는 다른 채널에서도 노출이 많이 되신 분이고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만큼 업계에서 생각하는 걸 말씀해주실 것 같다. 최욱 씨는 팟캐스트를 통해 시사를 건드리고 있고, 가장 일반적인 사람 시각에서 업계 사람들이 질문하지 못하는 걸 과감하게 묻는다. 외신 기자(안톤 숄츠) 분은 외국 저널리즘과 비교해 (우리의) 잘못한 부분을 짚어줄 거라고 생각한다.

▶ 패널이 전부 중년 남성으로만 돼 있다. 특별 게스트 등을 통해 여성 패널도 등장하는지.

정세진 : 첫 방송이기 때문에 그렇다. 패널은 사안과 해당 분야에 따라 맞는 출연진을 섭외할 계획이고, 얼마든지 열려 있다.

▶ 자사 비판도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원칙을 갖고 할 것인가.

정세진 : 매 편 KBS에 대한 비평이 들어가야 한다고 봤다. 그래야 다른 것(보도)들을 비평하거나 비판하거나 해도, (시청자들 입장에서) 어느 정도 이해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첫 방송에서는 (자사 비판이) 들어가지 못했다. 패널들에게 이제까지 KBS 프로그램 보도 비평할 게 있으면 해 달라고 했는데 아무도 보시는 분이 없는지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다. KBS 내부에 대한 비평은 무조건 들어갈 것이라고 보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사를 통해 ('저널리즘 토크쇼 J'에 관한) 많은 비평을 해 주셨으면 한다. (저희) 보도와 프로그램의 문제점에 대해서. 그래야 프로그램 존재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그게 안 되면 바로 문 닫아야 할 듯하다.

▶ 공영방송에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하는 의의가 있다면 무엇일까.

정세진 : 수신료를 받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방송사, 언론사보다 그런 면(미디어 비평)을 더 파고들 수 있는 여력도 있다고 본다. 요즘 찌라시와 가짜 뉴스가 넘쳐나고, (뉴스를) 어느 정도 신뢰할 것인지에 대해서 너무나 말도 많다. 뉴스를 다 봐도 이게 진짜 팩트가 뭔지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미디어 비평에서 꼭 짚어줘야 한다고 본다. 특히 공영방송에서는.

▶ 첫 방송에서 YTN 오보 사태를 다루는 과정에서 형사고발 시사 등 언론사 차원의 대응이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태도를 유지할 것인가.

정세진 : 지켜야 할 절차는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방송은) 팩트 위주로만 했다.

(* YTN 관계자는 이에 대해 14일 CBS노컷뉴스에 "경영지원실 입장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재한 것들을 보도한다면 소송을 하겠다는 것이다. 방송 내용을 본 후 향후 대응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 첫 방송에서는 또 어떤 내용이 나오나.

정세진 : 한국 저널리즘의 문제점을 다룬다. 기존 언론이 관행적으로 해 온 보도의 문제점을 짚는다. 드루킹 사건, 남북 관련 보도 등이 나온다.

'사사건건'은 오는 18일부터 매주 평일 오후 4시 KBS 1TV에서 첫 방송된다. (사진=KBS 제공)
◇ 진실을 향한 거친 질문 '사사건건'

▶ 프로그램에 관해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이재강 TV프로덕션2 담당 : 본격 시사 토크 프로그램이다. 방송 능력이 입증된 김원장 기자를 원톱으로 해 말과 글이 아주 센 국회의원들을 매일 모셔 정치 현황, 정치와 연결된 사회 현안을 다루려 한다. 오후 4시 뉴스를 이슈에 집중해 핵심 인물에 접근하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들려고 한다.

김원장 기자 : 평일 오후 4시에 '뉴스집중'이란 프로를 하는데 '사사건건'으로 제목이 바뀐다. 센 시사 프로그램, 정치 토크 프로그램을 론칭한다. 제작진은 '하드보일드 정치 토크쇼'라는 콘셉트를 갖고 가고 있다. 월화수목금 모두 쟁쟁한 현역 의원들이 고정 출연자로 자리 잡고 있고, 저희는 그분들에게 돗자리를 깔아주는 역할을 할 것 같다. 표창원, 장제원, 안민석, 이철희 의원 등이 그날 나왔던 주제를 갖고 (이야기)할 것이다. 공영방송에서 하는 시사 토크는 사실 명맥만 유지돼 왔지 종편보다 재미없었다. 핵심으로 가는 질문을 기계적 중립이란 이름으로 에둘러왔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그런 일 없을 거다. 저희 헤드 카피가 '진실을 향한 거친 질문'이다. 기자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한다.

▶ '사사건건'이 가질 차별점은 무엇인가.

김원장 : 매우 강력한 출연진이 섭외됐다. 진짜 알고 싶어 하는 정치, 시사 사건 근저에 깔린 모든 맥락을 피해가지 않고 이야기하는, 거친 질문이 이어지는 그런 토크 프로를 만들어보겠다. 개편한다고 해서 프레임, 조직, 포장이 바뀐다는 이유로 절대 시청률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본다. 결국 프로그램의 내용이 중요하다. 매우 강력한 질문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 고정 패널이 이미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많이 노출된 분들이라 신선함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어떻게 새롭게 꾸밀 것인지.

김원장 :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부 의원들은 (거기) 출연을 그만두고서라도 모셔온 분들도 있다. 식상하다는 말씀에도 일리가 있다. 저희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논의를 해 가고 있는데 결국 시청자들이 원하는 부분을 얼마나 자세히 긁어주느냐에 따라 승부가 난다고 본다. 주제를 미리 잡으면, 그다음 날에 또 달라져 있다. 가급적 핫한 이슈를 잡기 위해 패널을 고정한 거다. '지금 일어나는' 이야기를 할 거다. 종편은 하루나 이틀 전에 하는 녹화이지만 저희는 라이브다. 살아있는 프로그램, 살아있는 질문을 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겠다. 작가들에게도 질문을 구체적으로 하지 말라고 했다. 저희 시사교양 프로그램 다수를 작가들이 많이 써 주는데, (그 부분을) 최소화할 것이다. 살아있는 날것을 이야기하는 거친 질문의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왼쪽부터 강희중 TV프로덕션3 담당, 엄경철 취재주간, 정세진 아나운서, 김원장 기자, 이재강 TV프로덕션2 담당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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