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과연 기득권의 상징처럼 돼 버린 보수정당 의원들이 '자기 몫'을 내려놓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양당 안팎에선 비관적 전망이 이어졌다. 변화의 몸부림이 부재할 경우 2016년 총선 이후 2017년 대선, 이번 지방선거까지 1년 단위로 이어지고 있는 참패의 흐름이 2020년 총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 홍준표‧유승민 줄 사퇴…비대위 요구 분출 "양당 동시 해산해야"
지방선거 참패의 후폭풍으로 선거 이튿날인 14일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와해됐다. 전직 당권주자들은 패배를 자인하면서 한 목소리로 '보수의 환골탈태'를 주문하고 떠났다.
보수의 자아비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요구받은 혁신을 외면해왔다는 뼈아픈 지적에 기반하고 있다. 한국당 김용태 의원은 "결국 모든 문제는 우리 자신이었다"며 "시대적 흐름과 국민적 바람을 알지 못했고, 우리의 생각과 논리에 매몰돼 시대가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례가 없는 패배의 수습책으로는 정당의 해산이 공공연하게 요구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원 외부 인사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당 해산을 선언하게 해야 한다"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동시에 해산해서 제3지대에서 '천막 신당'을 창당하는 것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진단은 당 이름 정도를 바꾸는 수준의 기존의 해법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보수정당은 1990년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을 출범시킨 뒤 위기가 거듭될 때마다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등으로 구태 이미지를 탈색해왔다.
현재 자유한국당 역시 지난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 뒤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새누리당에서 당명을 개정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2007년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대규모 탈당 등 사실상의 해산 절차를 걸쳐 대통합민주신당이 됐던 것과 같은 결단이 필요하다"며 당명 개정이 아닌 해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당의 해산은 남은 기득권의 청산이 전제돼야 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거의 모든 야권의 지도자들이 선거 패배의 직‧간접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쇄신을 이끌어 갈 리더십을 보여줄 구심점이 전무한 점도 부정적 전망에 힘을 싣는다.
실제 이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에선 조기 전당대회 실시 등 미온적인 해법이 주를 이뤘다. 홍 대표 사퇴 후 한국당의 '대행' 당권을 쥔 김성태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빨리 당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당을 해산한 후 재창당하는 해법 대신 전대를 통해 얼굴만 바꾸는 식의 대안이 논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한국당 내부에선 부산 지역의 모 중진 의원, 충청권의 전‧현직 의원들, 수도권의 모 의원 등이 전대 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국당이 쇄신의 길로 쉽게 나아가지 못하는 도 다른 이유는 기득권 때문이다.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미래당 소속인 한 의원은 "TK, PK, 서울 강남 등의 현역 의원들은 보수가 궤멸돼도 자기 지역구는 안전할 것이란 전망에 기대 지역구를 내려놔야 하는 해산과 창당 등의 변화를 거부하려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이 보유 중인 당의 자산도 해산 시 국고로 반납되기 때문에 이를 지키려는 당내 여론도 쇄신의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보수야권에선 "상황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탈당해 한국당에 복당하는 수준의 인수합병이 이뤄질 것"이란 현실론이 오히려 득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수진영으로 넘어올 수 없는 호남지역 의원들이 결별하는 방식으로 바른미래당이 공중분해될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