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이재명·김경수·안철수·남경필…엇갈린 잠룡의 운명

대선 발판 마련한 박원순, 상처받은 이재명, 대권주자 급부상 김경수
당권 노리는 김문수·남경필, 정치생명에 큰 타격 받은 안철수

정치권에서 잠룡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은 6.13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명암이 엇갈렸다. 일부는 대권 발판을 마련하는 등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지만, 일부는 오히려 정치생명에 큰 타격을 받아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6.13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해지며 3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안국동 선거캠프에서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박원순, 3연임 성공…대권 주자 반열에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 등 야권의 거물급 정치인들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당선되면서 다시 대권 도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당선으로 3선에 성공한 그는 민주당 열세 지역이었던 강남구, 송파구와 중구, 중랑구에도 민주당 깃발을 꽂으면서 서울에서 확실한 입지를 굳혔다.

또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시 야권에게 집요하게 공격을 받았던 박 당선인 아들 병역특혜 논란이나 아내 관련 루머들도 더 이상 효력이 없어졌다는 분석도 나오는 것도 박 당선인의 정치행보에 파란불이 켜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박 당선인은 선거 캠프를 조직할 때부터 '매머드 급' 캠프를 꾸리면서 대권가도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시각이 많았다.

박 당선인 캠프에는 박영선·진영·강창일 의원 등 4선 의원들과 우상호·우원식·안규백·심재권·유승희·민병두·이인영·노웅래 등 3선을 지낸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이 대거 포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가 1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선거사무소에서 부인 김혜경 씨와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이재명 캠프 제공)
◇ 상처 받은 승리, 이재명…득과 실 교차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의 당선은 '상처받은 승리'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당선인은 선거 막판 배우 김부선 씨와의 불륜 의혹으로 수일 동안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는 등 끊인 없이 구설에 올랐다.

선거 중·후반까지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워낙 큰 상황이어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기는 했지만, 이미지에 타격을 많이 받았다.

특히 불륜 의혹 등은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등을 돌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은 경선 때부터 불륜 의혹 등을 이유로 이 당선인에 대한 거부 의사를 수차례 밝혔다.

이런 당 지지자들의 반대는 당의 세력이 적은 이 당선인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 당선인이 대권으로 가기 위해서는 당의 세력을 끌어모으는 일이 필수인데,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강렬한 반대가 다른 의원들을 영입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되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대선 때 '적폐청산' 등 선명한 기조로 단숨에 대권후보로 성장한 이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정치적인 입지는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 (사진=이형탁 기자)
◇ '마지막 비서관'에서 김경수 몸값 껑충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란 별명을 가진 민주당 김경수 당선인은 이번 선거로 대권주자급으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당선인은 당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최대 험지 중 하나로 꼽히는 경남에서 '선거의 귀재' 김태호 후보를 꺽고 민주당의 동진 전략에 크게 일조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전국에 알렸다.

사실 '친문' 진영에서 문재인 대통령 이후 '포스트 문재인'으로 김 당선인을 낙점했다는 얘기가 당 일각에서 있어 왔다.

김 당선인이 당의 주축 세력인 친문 진영에서 김 당선인을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되면, 향후 당내 경선 등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데다, 향후 '드루킹 특검'이 수사를 앞두고 있는 것은 김 당선이의 정치행보에 위험 요소다.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왼쪽),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사진=자료사진)
◇ 김문수‧안철수, 서울시장 선거로 명암 엇갈려

서울시장 선거에서 각각 2위, 3위를 차지한 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는 이번 선거로 향후 진로에서 명암이 엇갈리게 됐다.

경기지사를 역임한 김 후보의 경우 당초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를 대구 수성갑으로 옮겼으나 낙선하면서 정치생명이 위협 받아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행자부 장관(겸 의원)에게 패하면서 보수의 텃밭인 대구에서 상대 진영의 입성을 허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 절대적인 열세 지역으로 분류됐던 서울에서 안 후보를 따돌리면서 그나마 구긴 체면을 일부 유지하게 됐다. 홍 대표가 사퇴한 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와 조기 전당대회 등 수습책이 제기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차기 당권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반면 지난 대선에 이어 또 다시 3위를 차지한 안 후보는 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안 후보로선 내심 보수진영으로 정치적 위상을 변경해 대표주자 자리를 노렸으나, 김 후보에게 밀리면서 향후 구상의 실현이 어렵게 됐다.

김 후보와 안 후보 간 서울시장 2위 경쟁은 보수진영 내부 주도권 다툼의 측면이 있었다는 점에서 선거 결과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명운과도 결부돼 있다. 안 후보는 패배가 예상된다는 결과를 받아든 뒤 “준엄한 선택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남경필, 경기지사 내줬지만 격차 좁혀…당권 노릴 수도

한국당 남경필 경기지사도 비록 선거에서 패했지만 향후 정치적 활로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큰 격차로 이재명 당선인에게 패배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선거 막판 이 당선인이 여배우와의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차이를 줄였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야인 신분이 된 남 지사 역시 홍 대표 이후 수습과정에서 당권 도전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남 지사뿐 아니라 경남지사 선거에서 접전 끝에 패배한 김태호 후보 역시 차기 당권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거론된다. 무소속 신분이지만 보수진영에서 재선에 성공한 원희룡 당선인도 경쟁 구도에 편입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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