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이 밝힌 중대한 변화는 아마도 공동선언에 포괄적으로 명시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환 비핵화 등이 구체적으로 진전된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중대한 변화는 북미정상회담 현장에서 이미 보여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북 강경론자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악수를 한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북한 매체들은 13일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소식을 신속하고 자세하게 보도했다. 이 가운데 노동신문에 나온 33장의 사진 가운데 김 위원장과 볼튼 보좌관이 악수하는 사진이 눈길을 끈다.
사진을 보면 볼튼 보좌관은 김 위원장이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악수하는 장면을 두 손을 모은채 공손한 모습으로 지켜보다가 자신의 차례가 되자 손을 뻗어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눈다.
이 때 김 위원장은 미소띤 모습이었지만 볼턴 보좌관의 얼굴은 다소 무뚝뚝해 보이고 일그러져 보이기도 한다. 이는 북미회담 성사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김위원장과 웃으며 악수를 나누는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사실 그동안 북한의 미국에 대한 적대감은 볼턴을 대하는데서 잘 나타났다.
북한은 지난 16일 김계관 외무성 제1 부상의 개인담화를 통해 '볼턴 같은 자'라고 표현하며 "지난 기간 조미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튼과 같은자들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되였던 과거사를 망각하고 리비아 핵포기방식이요..."라며 '북미정상회담 위기론'의 전주곡을 울렸다.
이는 볼턴이 방송에 출연해 "완전한 북한 비핵화는 핵무기를 폐기해 테네시 주(州)의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는 등 '선 비핵화, 후 보상'이니 '리비아 핵포기 방식'을 고수하며 대화 상대방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볼턴은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네오콘의 대표로 꼽혔던 '울트라 대북 강경론자'였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은 그를 '조잡한 형태의 정보로 북한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을 무리하게 꺼내' 1994년 북미제네바 협정을 파탄낸 장본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볼턴은 국무장관으로 지명되기 직전에도 트위터 등을 통해 대북 강경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북한 핵무기를 타격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북한과 협상은 헛된 것에 불과하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북한으로서는 눈엣 가시같은 존재였다.
이 때문에 북한은 볼턴이 2003년 서울 강연에서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적인 독재자'라고 비난하자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인간 쓰레기, 피에 주린 흡혈귀'라고 맞대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이 강력한 신뢰의 악수를 나누고 새로운 북미관계 설정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사인함에 따라 미국내에서 이른바 '볼튼 같은자'들의 입지는 약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