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ID' 빠진 이유? 시간이 없었나, 수지 안맞았나

협상 핵심 쟁점이었지만 합의문에 빠져
체제안전 보장과 수자타산 안맞았을 수도
폼페이오 국무장관 위주로 추가 협상 나설수도

(사진=백악관 트위터)
북미 정상회담의 최대 쟁점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즉 'CVID'가 명시되는지 여부였다. 'CVID'라는 단어도 어원을 따라가보면 다소 추상적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이 단어가 비핵화 완성의 척도로 여겨지면서 양국은 막판까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그런데 12일 협의문에는 CVID가 빠졌다. 대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왜 CVID가 문구에서 빠졌을까?

CVID는 북미 정상회담 추진 과정 내내 핵심 테마였다. 미국 내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리비아 모델처럼 핵탄두 등을 미국에 옮긴 뒤에 보상해야한다며 "정상회담의 목적은 CVID이며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했다. CVID를 핵탄두 및 핵물질의 미국 반입으로 해석하며 북한을 압박한 것이다.

이에 북한은 CVID에 민감하게 반응해 존 볼턴을 실명으로 비판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달 16일 성명에서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 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수 없는 비핵화'(CVID)니,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의 완전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꺼리낌없이 쏟아내고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최선희 부상이 존 볼턴 이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겨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취소 서한을 보내 정상회담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처럼 북미는 막판까지 실무협상에서 CVID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지만 정작 12일 회담문에는 이 단어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협상의 수지가 맞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CVID에 걸맞는 체제안전 보장 조치인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 보장)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북한은 CVID에 대한 보상에 걸맞게 적게는 종전선언, 평화협정부터 미국의 첨단 무기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하지 않는 군사적인 조치 등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보다 크게는 북한에 대한 제제 완화 조치와 북한과 미국의 관계 정상화, 즉 수교를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재 미국 의회의 보수적인 상황 등을 감안했을 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확실하게 보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군사적 조치를 포함해 제제 완화나 관계 정상화 등을 위해서는 모두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체제안전보장 조치인 CVIG에 대한 수지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북한으로 하여금 CVID를 끌어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이 애초에 관측한대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을 합의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캡처=유튜브)
헙상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도 비핵화 합의를 위한 시간이 촉박했던 점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 서명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왜 CVID가 합의문에 명시되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솔직히 답했다.

이어 "오늘 단 하루 만나지 않았느냐. 김정은 위원장도 (풍계리) 시험장을 폭파하지 않았나"며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항변하며 "시간이 부족해 CVID를 명시하지 못했다"고 일부 미흡한 점을 시인했다.

협상문에 CVID를 명시하지 못했고, 구체적인 비핵화 일정도 담지 못했기 때문에 양국의 비핵화 실무 협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에서 평양을 오가며 조율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다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추후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다시 개최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북한의 수도 평양을 방문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평양을 갈 수도 있고, 김 위원장을 백악관에 조만간 초청할 수도 있다"고 말해 추가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놨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시작이 반이지만 물리적으로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빨리 비핵화를 할 것"이라고 말해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며 양해를 구했다.

비핵화 검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을 투입해 비핵화를 검증하겠다"며 "여러 국제조직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의 합의문에서 핵심 쟁점인 CVID는 빠졌지만 무려 70년간 적대 관계에 있던 두 국가의 정상이 직접 만나 평화와 비핵화를 논의했다는 점에서 회담 자체의 의미는 충분하다.

다만 비핵화를 위한 첫발을 어렵게 뗀 두 정상이 CVID와 비핵화 실무 이행 로드맵 등의 큰 보폭으로 나아가지 못한 만큼 이를 위한 실무 협상과 상호 접촉은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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