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걸그룹 마마무 소속사 RBW와 전속계약을 맺고 정식 앨범 발매를 준비 중인 진주(JinJu)의 실제 이야기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베트남어를 전공한 진주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베트남 유명곡과 K팝을 베트남어로 번안해 커버한 영상을 올려 관심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베트남 국영방송(VTV) '히든싱어' 미우 레(MIU LE) 편에 러브콜을 받고 출연해 우승을 거머쥐며 화제를 모았다.
"연습 목적으로 노래를 커버해서 올렸는데 베트남 내에서 이슈가 됐어요. 현지 신문 기사에 제 이야기가 소개됐고, 방송사에서도 러브콜이 오기 시작했죠. 평범한 학생이었고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기에 고민이 많았지만, '인생을 살면서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까' 하는 생각으로 비행기를 끊고 홀로 베트남으로 향했죠. 그렇게 도착한 베트남에서 2주 동안 머물며 '히든싱어'를 촬영했고 덜컥 우승까지 차지했고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오다가 얼떨결에 커다란 터닝 포인트를 맞게 돼 기분이 묘해요."
특히 해당 프로그램에서 베트남 남자 솔로 가수인 제이솔(J-SOL)과 함께 부른 결승곡은 발매 이후 현지 음악 플랫폼인 'ZING'에서 6위로 진입하고 그 이후에도 10위권을 유지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도 방송 출연을 해본 적이 없는데 부족한 언어 실력으로 베트남 방송에 출연해 잘 해낼 수 있을까, 베트남 분들에게 오해를 살만 한 행동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컸어요. 그런데 오히려 그런 저의 긴장한 모습을 현지 시청자 분들께서 신선하고 귀엽게 봐주신 것 같아요. 베트남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같이 사진 찍어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저를 알아보고 식당에 제 노래를 틀어준 직원 분도 계셨죠. 한국에서는 밖에 나가면 그냥 평범한 동네 주민인데... (미소)"
진주는 베트남에서 진행되는 한국 관련 행사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가교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 대표팀 팬미팅에 초대돼 축하 무대를 꾸민 적도 있다. 한국만큼이나 베트남에 대한 애정도 각별한 진주는 앞으로도 베트남에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나갈 예정이다.
"소소한 팬미팅 느낌이 아니라 높은 위치에 계신 분들이 참석하는 자리였어요. 혹시라도 실수하면 어쩌나 싶어 걱정했는데 박항서 감독님께서 저를 반갑게 맞아주셔서 긴장이 풀렸죠. 축하 무대로는 '아리랑'을 불렀는데, '같은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했고요"
"방탄소년단, 워너원, 트와이스 등 베트남애서 K팝 가수들의 인기가 높아요. 저도 데뷔 앨범을 내고 베트남 음악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보려고요. 노래는 베트남어 버전과 한국어 버전 둘 다 선보일 계획이에요. 앞서 언급한 프로그램들 이외에도 현지에서 이미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여행, 음악 관련 프로그램에서 VJ 역할도 했어요. 가수가 본업이긴 하지만 폭넓은 분야에서 홛동하며 베트남 분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인터뷰 말미 진주는 "베트남은 나에게 제2의 고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언젠가 베트남 빈민층을 위한 음악학교를 설립하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베트남에서 따뜻한 정을 느꼈어요. 한국에서 데뷔 앨범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정이 그리워서 빨리 다시 베트남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하죠. 한국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게 아니라, 베트남을 너무 사랑해서 소통하기 위해 나선 가수로 비춰지고 싶어요. 한국과 베트남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최대한 열심히 하고 싶고요. 먼 훗날에는 베트남 빈민층 친구들을 위한 음악 교육 학교를 세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는 게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