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꿀벌, 아무것도 없는 숫자 '0'의 개념 안다

영장류·돌고래 등만 있는 '제로클럽' 가입

꿀벌이 아무것도 없음을 나타내는 숫자 '0'의 개념을 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과학자들이 학계에 보고했다.

숫자 0은 현대 수학과 과학기술 발전의 중요한 토대다. 0에 대한 개념은 숫자를 처음 배우는 어린이들도 쉽게 이해하지 못해 애를 먹는 부분이라 꿀벌이 이를 안다는 연구결과는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8일 외신에 따르면 호주 왕립 멜버른공대(RMIT) 스칼릿 하워드 연구팀은 꿀벌을 대상으로 도형을 보여주며 훈련한 결과, 숫자 0의 개념을 구분할 줄 아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밝혔다.

연구팀은 꿀벌 10마리에게 하얀 바탕에 검은색 원이나 사각형의 도형 수가 각각 다르게 그려진 두 장의 그림판을 제시하고 도형이 적은 그림판에 앉으면 달콤한 설탕물을, 도형이 많은 그림판에 앉으면 쓴맛이 나는 퀴닌을 주는 식으로 훈련했다.

대상 꿀벌이 이를 구분하는 것으로 보일 때쯤 도형이 없는 그림판을 제시하자 이를 처음 봤음에도 도형이 2개 또는 3개 제시된 그림판 대신 이 그림판을 선택한 것이 64%에 달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를 꿀벌들이 '0'이 2~3개보다 적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팀은 다른 꿀벌 10마리에게는 이와는 반대로 도형이 많은 그림판을 선택할 때 설탕물을 주는 방식으로 훈련해 도형이 아예 없는 그림판 대신 도형이 2~3개 있는 그림판을 선택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꿀벌들이 도형이 없는 그림판이 새롭거나 흥미가 당겨 이를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다.

꿀벌들은 추가실험에서 도형이 하나 있는 그림판과 전혀 없는 그림판도 구분했다. 이는 0의 개념을 이해하는 영장류와 돌고래 등 '제로클럽' 내에서도 일부는 헷갈리는 부분이라고 한다.

꿀벌은 앞선 연구에서 동료 벌들로부터 복잡한 기술을 배울 수 있고, 같음과 다름 등 추상적인 개념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와있다.

꿀벌의 신경세포는 100만 개가 채 안 된다. 이는 인간 두뇌의 신경세포가 860억 개에 달하는 점과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 논문의 공동저자인 프랑스 툴루즈대학의 오로르 아바로그 베버 연구원은 이와 관련, 신화통신과의 회견에서 "숫자를 다루는 데 큰 두뇌가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런 능력은 다른 많은 동물도 공유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꿀벌이 100만 개 안 되는 신경세포를 가진 두뇌로 0의 개념을 이해했다면 이는 인공지능을 단순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교육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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