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펀치 "얼굴 알아보는 분 없지만…아쉽지 않아요"

(사진=냠냠엔터테인먼트 제공)
펀치(Punch, 본명 배진영)는 이룬 게 참 많은 가수다. 우선 그 어렵다는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에 성공했다. 펀치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곡인 '밤이 되니까'는 공개 당시 100위권 내 진입에 실패했으나 입소문을 타고 점차 순위 상승세를 보였고, 일부 차트에서 1위까지 오르며 2017년 마지막 '역주행 송'으로 주목받았다. 해당 곡은 해를 넘긴 지금도 차트에 머물며 사랑받고 있다.

펀치는 'OST 요정'이라는 수식어도 가지고 있다. 펀치는 '태양의 후예(에브리타임·Everytime)', '도깨비(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 등 '초대박' 드라마의 OST에 참여해 매력적인 목소리를 알렸다. 이밖에 '달의 연인(세이 예스·Say Yes)', '미씽나인(안녕 못해)', '최고의 한방(이프 유·If You)', '라이브(와이 와이 와이·Why Why Why)' 등 다수의 작품과 함께하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꿈의 파트너'로 불리는 이들과 '특급 콜라보'도 숱하게 펼쳤는데 그동안 더원, 김보경, 윤미래, 엑소 첸, 찬열, 로꼬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과 호흡하며 팔색조 면모를 보여줬다.

한편으로 편치는 아직 이룰 게 많이 남아있는 가수이기도 하다. 어느덧 데뷔한지 햇수로 5년차지만 올해가 되어서야 공중파 데뷔를 했을 정도. 앞으로 대중에게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무궁무진하다.

다음은 최근 신곡 '이 밤의 끝' 발표를 기념해 서울 합정동에서 만난 매력 넘치는 인터뷰이 펀치와의 일문일답.

--펀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는 '역주행'이애요.
"'밤이 되니까'가 감사하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발표 당시 순위는 130위 정도였는데 2~3개월 동안 순위가 한 단계씩 상승했고 일부 차트에선 1위까지 올랐죠. 모르고 계셨다가 갑자기 곡을 접하게 되신 분들은 '역주행'이라고 느끼셨을 거고, 처음부터 순위를 지켜보신 분들은 '정주행'이라고 느끼셨을 거예요.


--그 정도로 좋은 성적을 낼 거라고 예상했었나요.
"사실 원래 목표로 잡은 건 80위권으로 진입하는 거였어요. 콜라보곡와 OST가 아닌 제 이름을 내건 첫 싱글이었기 때문에 큰 욕심을 내지는 않았었죠. 그런데 공개 직후 100위권 내에 진입을 못해서 조금 아쉽긴 했어요. 나중에 순위가 상승하고 나서는 나만 이 노래가 좋은 게 아니라 리스너 분들에게도 좋게 들리는구나 싶어 기뻤고요"

--쟁쟁한 가수들과 협업해온 비결이 궁금해요.
"일단 대표님의 덕이 크죠. 연에계에서 20년 넘게 활동하신 분이라 발이 넓으시거든요. 그런데 사실 콜라보가 인맥만으로 성사되는 일은 아니잖아요. 제가 먼저 녹음한 파일을 듣고 '목소리가 좋다'며 승낙해주신 모든 선배님들께 정말 감사해요. 콜라보 승낙을 받을 때마다 기쁘고 짜릿하고, 너무 감사했어요"

--엑소 찬열, 첸 씨와는 직접 만나서 녹음 작업을 함께 했다고요.
"가수분들 마다 선호하는 녹음실이 다르고 스케줄 조율이 쉽지 않아서 보통 따로 녹음하는 편인데, 찬열, 첸 선배와는 직접 만나서 녹음 작업을 함께 했어요"

--찬열 씨와의 작업은 어땠나요.
"찬열 선배와는 메이킹 영상 촬영이 있어서 촬영하는 김에 같이 녹음을 했었어요. 처음 만나서 영상까지 촬영하려니 굉장히 어색했죠. 그래서인지 둘 다 자꾸 웃음이 터져서 NG가 많이 났던 기억이 나요.

또 기억나는 건 찬열 선배가 매너다리를 해주셨던 거예요. 제 키가 163cm에요. 그렇게 작은 편이 아닌데 키가 정말 크시더라고요. 마이크 하나를 두고 녹음하는 걸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라 애를 먹었는데, 찬열 선배가 제 키에 맞춰 주시려고 매너 다리를 해주셨어요. 정말 매너가 좋은 분이라고 느꼈고, 덕분에 좋은 분위기 속에서 재밌게 녹음을 끝낼 수 있었어요"

--첸 씨와의 작업은요?
"정말 아쉬웠던 게 녹음 당시 제가 신종 플루에 걸린 상태였어요. 녹음 전날까지 너무 아파서 계속 울고 링거를 맞았을 정도죠. 그래서 현장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어요. 괜히 말 걸고 그러다가 신종플루를 옮기면 안 되니까요. 감동했던 건 제가 '밤이 되니까'를 발표할 때 첸 선배가 회사로 응원영상을 보내주신 거예요. 나중에 다시 뵙게 되면 꼭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양한 콜라보 작업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곡의 분위기를 살리는 법, 콜라보 파트너의 목소리와 조화를 이루는 법 등을 배웠어요. 솔로곡과 듀엣곡은 확실히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이 좀 다르더라고요"

--라이브 실력에 대한 평이 좋아요. 'CD 먹은 가창력'이라는 댓글도 있더라고요.
"하하하. 전 제 목소리가 평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라이브를 듣고 특이하고 독특하다고, 목소리만 들어도 펀치인줄 알겠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런 반응을 보고 '엥? 내 목소리가?' 하면서 놀랐는데, 이제는 좋은 평가를 내려주시는 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어요"

--특별히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요.
"목 관리법을 배우고 있어요. 5월 한 달 동안 몇십개 이상의 대학교 축제 무대에 올랐는데 지금 목이 나간 상태에요. 말을 하는데도 목이 상했다는 게 느껴질 정도죠. 데뷔 이후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해본 적이 없었기에 지금까지는 겪어본 적 없는 일이에요. 그래서 앞으로 목 관리를 정말 잘 해야겠구나, 건강이 정말 중요하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죠"

--알고 보니 어느덧 햇수로 5년차 가수더라고요.
"벌써 그렇게 됐나 싶어요. 사실 공중파 데뷔를 올해 처음해서 실감이 잘 안나요. 얼마 전 음악방송에 출연했을 때는 걸그룹 위키미키 분들이 대기실에 사인 CD를 들고 찾아와서 '선배님'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뭔가 어색하면서도 고마웠어요. 제가 '프로듀스101' 애청자였거든요. 그중에서도 김도연, 최유정 씨 팬이었는데 TV에서 보면 분들이 먼저 친근하게 대해줘서 살짝 감동했고요"

--데뷔 전 이야기가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중학교 때부터 미술을 배워서 대학을 산업디자인과로 진학했어요.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지만 일단 대학은 미술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일단 대학에만 가면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런데 웬걸, 과제에 치여서 다른 건 전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휴학을 하고 무작정 인터넷에 검색해서 제일 큰 실용음악학원을 찾아갔어요.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거든요. 그렇게 학원을 6개월 정도 다니면서 음악 하는 친구들을 많이 알게 됐고, 같이 소극장 공연도 하게 됐어요. 그 공연 영상을 본 지금 회사의 대표님이 오디션을 보라는 제안을 해주셨고, 오디션에 합격한 뒤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고요"

--굉장히 잘 풀린 케이스네요.
"처음부터 '난, 유명한 가수가 될 거야'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아니고 '한번쯤 해보고 싶다',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오히려 그렇게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임하니 일이 다 잘 풀린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회사에서 첫 정산을 받은 기념으로 엄마, 아빠, 이모, 동생에게 선물을 하나씩 사드렸어요. 작년에는 음원 저작권료를 받아서 부모님께 차를 사드렸고요"

--목소리는 충분히 알렸지만 아직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진 못했잖아요. 아쉬움은 없나요.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당장 얼굴을 알리고 싶다고 해서 알릴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반대로 얼굴을 알리지 않고 평생 음원만 잘 되고 싶다고 생각해도 꼭 그렇게 될 수 있는 건 아니고요. 다 때가 있겠지, 그럴 날이 오겠지 하면서 마음 편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은 절 알아보는 분들이 없는 삶이 편하기도 하고요. (미소)."

--예능 프로그램 출연 욕심도 있나요.
"그럼요. 여행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엄청 재밌을 것 같아요. '라디오 스타'나 같은 토크 프로그램에 나가도 재밌을 것 같고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런닝맨', '아는형님'에도 출연해보고 싶어요"

--좋아하는 가수는 누구에요?
"아이유 선배요. 전 노래들을 때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아이유 선배 노래를 듣다보면 '어떻게 하면 이런 가사를 쓸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가사를 너무 예쁘게 잘 쓰시더라고요. '백야', '안개' 등의 곡을 발표한 '짙은'이라는 분도 정말 좋아해요"

--아직 펀치 씨 공식 팬클럽은 없는 것 같아요.
"비공식 팬클럽은 있어요. 이름은 '강냉이'라고...'원 펀치 쓰리 강냉이'에서 따온 거죠. (웃음). 인터넷 방송에서 팬클럽 이야기가 나올 때 재미삼아 한 말인데 그때부터 팬들이 저를 보면 '저 강냉이에요'라고 말하시더라고요. 여성분들이 공감할 만한 노래를 많이 해서인지 남성팬 보다 여성팬이 더 많은 편이에요. 특히 대학축제 같은 곳에 가보면 여자 분들이 제 노래를 굉장히 좋아해주세요. '떼창'도 해주시고요"

--얼마 전 '밤 3부작'의 마지막 곡, '이 밤의 끝'을 발표했죠.
"원래 '밤 3부작'은 계획에 없던 일이었어요. '밤이 되니까'를 내고 나서 미니앨범을 발매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밤이 되니까'가 생각보다 너무 잘 됐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오늘밤도'를 발표하게 됐어요. 기왕 이렇게 된 거 3부작으로 밤 시리즈를 마무리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밤의 끝'을 추가로 작업하게 됐고요"

--'이밤의 끝'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곡인가요.
"앞선 두 곡과는 느낌이 또 달라요. '밤이 되니까'와 '오늘밤도'가 헤어진 연인을 마냥 그리워하는 슬픈 분위기의 곡인 반면, '이밤의 끝'은 헤어진 연인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고 내 마음에서 그를 떠나보내는 내용을 담고 있죠. 곡을 들어보며시면, 밤 시리즈가 끝났다는 게 확실히 느껴지실 거예요"

--원래 계획하고 있었던 미니앨범은 완성된 상태인가요.
"지금도 계속 작업 중인데 '밤 3부작'과는 아예 다른 느낌의 곡들이 많이 담길 것 같아요. 톡톡 튀는 곡도 있고, 비트감 있으면서도 섹시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도 있죠. 신나는 곡도 있고요. 아직 트랙리스트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다채로운 분위기의 곡을 들려드리기 위해 준비 중이에요. 슬픈 감성의 노래만 하는 가수로 기억되고 싶진 않거든요"

--가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해요.
"술 먹을 때, 비 또는 눈이 올 때, 기쁠 때나 슬플 때. 여러 상황에 따라 듣고 싶어지는 노래나 생각나는 가수가 있잖아요. 제가 많은 분들에게 노래를 들을 때 자주자주 생각나는 가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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