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독주 견제'를 공감대로 타오르던 불씨가 사그라진 자리는 결국 '네탓 공방'이 대체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희망론도 있지만, 가능성이 크진 않다.
전날 밤 TV토론회 직후 '2차 단일화 담판'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지만, 두 후보는 각자 제 갈길을 갔다.
토론회를 마친 김 후보는 "가서 자야지", 안 후보는 "(오늘 밤) 별 다른 계획이 없다"고 했다. 김 후보 캠프에선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오늘 밤 단일화 논의는 전혀 없었다. 각자 귀가했다"며 "김 후보는 양심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층을 아우르는 유일한 후보이기에 사퇴할 수도 없고, 사퇴해서도 안 된다는 게 공식입장"이라고 못박았다.
양측 간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김 후보는 '당 대 당 통합'을 단일화의 조건으로 내세웠지만, 안 후보는 '무조건적인 양보'를 요구했다.
간극을 좁히기 위해 안 후보 측은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를 제안했고, 김 후보 측은 '당장 통합이 어렵다면 보수통합협의체를 만들어 공동의장을 맡자'는 등의 협의안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엔 안 후보 측은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단일화의 정신에 따라 지방선거 후 야권 재편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취지의 문구도 전달하며 조율을 시도 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결국 소득 없이 사전투표 당일을 맞자 김 후보 측은 "애초에 단일화 할 생각이 없었다"고까지 말했고, 안 후보 측도 "이제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양 캠프에선 그동안 쌓여왔던 서로에 대한 불만도 분출하고 있다. 단일화의 '골든타임'을 놓친 책임을 서로에게 떠 넘기는 공방도 펼쳐지는 모양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8일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1차 담판에서) 안 후보가 김 후보를 만나서 '내가 중도확장성이 더 있으니까, 내게 양보해 달라'라고 했다더라. 그건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이 아니잖느냐"며 "단일화 무산의 원인은 안 후보의 정치적인 수가 얕았던 데 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갖고 단일화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 안 후보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도 "적폐세력과의 당 대 당 통합이라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문재인 정권과 박원순 시장의 7년 무능 시정을 심판하기 위해 '두 사람이 합쳐야 한다.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야권 다수 지지자들의 열망이 있기 때문에 우리 쪽에선 그 민심에 부응해 야권 단일화를 하자는 것이었다"며 "단일화를 정계개편을 하기 위한 도구나,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려는 것 자체를 적폐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후보 때문에 야권이 패할 경우, 그 책임을 감당할 자신이 있느냐"고도 했다.
일각에선 선거일인 13일 직전까지도 단일화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여전히 김 후보의 핵심 주장은 '통합'이고 안 후보는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현실화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선거대책위원장도 "제가 오늘 아침에도 안 후보와 분명하게 얘기를 했다"며 "안 후보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당 대 당 통합이나 연대 등의 논의는 있을 수도 없고, 인위적이고 공학적인 단일화는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다는 확실한 말씀을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