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뉴스] "잘나가던 시의원 A씨, 왜 불출마를 택했나?"

-“의원 지식 부족, 감만 갖고 밀어붙이고 우기기도”
-업무추진비 유용, 레밍 발언 파문, ‘미투’까지…
-이번 지방의원 후보자도 4명 중 1명이 범죄 전과
-지방의회, 안철수·박원순 등장시켜 정치구도 바꾸기도
-잘 뽑는 게 답…"공보물이라도 보면 가려낼 수 있어"

■ 생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FM 98.1)
■ SNS 참여 : 페이스북[www.facebook.com/981news]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의 코너입니다.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오늘도 김정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 속으로 훅 들어가 볼까요?

◆ 김정훈> 지방 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상황인데 유권자들의 관심이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은데, 거리에서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 봤습니다.

[유권자들]
"사실 누굴 뽑아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요."
"제 생활에 크게 도움이 될 만한 공약들이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르겠고..."
"공약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편이고 오히려 부정부패와 비리를 좀 더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별로 관심이 없는데. 특히 뭐 구의원같은 경우는 더 뉴스도 못 본 것 같아요."

◇ 김현정> 다 관심이 별로 없다는 얘기예요. 복잡하다는 얘기도 있고.

◆ 김정훈> 그렇죠. 유권자들은 이번에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과 각 비례대표, 또 교육감까지 선택해야 하죠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 유권자들은 한표를 더해 모두 여덟번의 투표를 해야 하니까 너무 복잡합니다.

◇ 김현정> 후보자들 이름도 못 외우겠는데, 공약도 비교해봐야 하고. 챙겨볼 게 너무 많다, 솔직히 어렵고 복잡하다는 거잖아요.

◆ 김정훈> 그나마 시장이나 도지사, 구청장 후보들은 비교적 인지도가 있어서 상황이 조금 낫습니다. 지방의회 후보들에게는 아예 눈길조차 가지 않는 게 현실이고요.

◇ 김현정> 시의원 도의원을 이런 걸 말씀하시는 거죠? 시의회나 도의회, 지방의회 존재감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의원들 자질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다 보니 유권자들이 더 더 관심을 거두게 되고. 아예 지방의회를 없애자, 이런 얘기를 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 김정훈> 이런 비판 속에 지방의원들이 털어놓는 속사정은 어떨까요? 오늘 훅뉴스에서는 더이상 지방의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현역 의원들의 목소리를 담아보려 합니다. 불출마를 선언한 터라 조금 더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내 주셨습니다.

◇ 김현정> 말하자면 지방의원이 말하는 지방의회 현주소네요. 지금 지방의원인데, 출마를 포기한 사람들의 이유를 따라가 보는 거예요? 그러면서 현주소를 짚어보는 건가요? 뭐라고 하던가요?

◆ 김정훈> 먼저 포항시의회 이동걸 의원의 말부터 들어보시죠.

[이동걸 포항시의원(자유한국당)]
"사실 견제의 기능을 담당해야 할 의원들의 자질에 대한 문제... 사실 지식이 많이 부족하죠. 공무원들과의 법리논쟁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통해서 충분히 논의가 되는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MB식 표현 있잖아요. '내가 해보니 알겠는데' 이런 감만 갖고 밀어붙이는 거죠. 우기는 경우들이 더러 있죠."

◇ 김현정> 지식은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 논리적으로 따지는 게 아니라 그냥 우기는 의원들이 꽤 많다?

◆ 김정훈> 이동걸 의원은 지난 2002년부터 4년간, 또 2014년부터 현재까지 시의원으로 활동해왔는데, 의원들의 기본 자질이 부족하다고 고백하네요. 지식도 부족하고 논리도 떨어지다 보니 제대로 된 견제가 아니라 윽박지르기만 한다는 겁니다.

◇ 김현정> 이분들이 상대하는 공무원들, 공무원들이 그걸 모를 리가 없잖아요.

◆ 김정훈> 모를 리 없죠. 그래도 '네, 네' 하면서 맞춰주지만 속으로는 그 권위를 무시할 수밖에 없거든요. 의원들은 그럴수록 더 체면을 차리려고 권위주의에 빠진다고 하네요.

◇ 김현정> 이게 포항시만의 문제는 아닐 거 아니예요.

◆ 김정훈> 저희가 전국 광역과 기초의회 영상회의록들을 죽 살펴봤는데, 이런 장면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습니다. 귀로 들어보시죠.

[전국 지방의회 의사 장면]
"정식 안건으로는 상정이...", "답변하지 마십시오. 그런 거 보고 안 해요? 시장님한테? 가만히 계세요. 방해하지 마시고."
"매도하긴 누가 뭘 매도했다는 거야!", "기자 회견문을 보십시오. 이게 어떻게 되어있는지를."
"저 보고 몰라도 너무 모른다면서요. 뭘 몰라요 제가!"
"제가 지금 시정 질문 하고 있잖아요. 누구 마음대로 끝내요? 누구 마음대로 끝내냐고? 시장이 건방지게 받네 마네 하고."

◇ 김현정> 뭔가 근거를 갖고 차근차근 문제점을 짚기보다는, 지금 들은 바로는 목소리만 높이는 경우가 많네요.

◆ 김정훈> 이러한 자질 부족 논란 외에, 도덕성에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도 적지 않죠.

◇ 김현정> 이게 사실 더 심각한데. 얼마 전에도 저희 뉴스쇼에서 인터뷰로 전해드렸잖아요. 서울시 구의원들이 업무추진비를 허투루 쓰고 있는 것. 혈압약도 사고 옷도 사고 그러더라고요.

◆ 김정훈> 지난해에는 충북의 도의원이 물난리 중에 외유성 출장을 떠나고, 이를 비판하는 국민들은 레밍 같다고 해서 물의를 빚기도 했죠. 미투 열풍도 지방의회를 빗겨가지 않았습니다. 올해 초 경기도의회 이효경 의원은 자신이 당한 사례를 폭로했는데, 6년 전 동료 의원들과 노래방에 갔을 때 한 의원이 자기 앞에서 갑자기 바지를 벗더라는 겁니다.

◇ 김현정> 경기도의회? 의원들끼리 노래방을 갔는데 남자 의원이 바지를 벗어요? 회식 자리에서요?

◆ 김정훈> 이런 일이 그때뿐이었을까요? 이번 지방선거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이효경 의원은 이런 일이 다반사라고 하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이효경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
"동료 여성 의원들이 뭐라고 이야기 하냐면, '그런 일은 3박 4일 이야기 할 만하다. 거의 다, 사실 그런 성희롱에 노출돼 있는 거죠. 동료 여성 의원들이 그렇게 얘기를 하고. 또 하나는 제가 그만뒀기 때문에 그렇게 용감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얘기해요. 말 못하죠, 현역 의원들은."

◇ 김현정> 지방의회 의원들의 자질 문제를 논하고 있는데, 성희롱 얘기가 나왔고요. 여성 지방의원들 상당수가 이런 문제를 지적한다, 호소한다는 얘기예요?

◆ 김정훈> 이렇게 동료의원들에게 당하고 있다는 거죠? 이렇게 드러나지 않은 성희롱, 성추행을 넘어 각종 범죄를 저질러 처벌까지 받은 이들 역시 부지기수입니다. 4년 전 지방선거 당선자 3명 중 1명에게 전과가 있었고요, 전과가 9개나 되는 기초의원도 세명이었습니다. 사기나 폭행은 물론 특수절도, 뇌물수수 전과가 있는 의원들도 적지 않은 현실입니다.

◇ 김현정> 이게 지금 현재 지방의회의 현주소란 말이죠?

◆ 김정훈> 앞으로는 달라질까요?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후보자의 42.5%, 기초의원 후보자의 41.3%에게 전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네요.

◇ 김현정> 물론 전과에도 다양한 양상이 있긴 하겠지만 어쨌든 지방의원 선거 후보자 10명중 4명 이상이 범죄 전력자인 거네요.

◆ 김정훈> 이러니 누가 누구를 견제하고 감시하느냐는 말이 나오죠. 정치에 뜻을 세우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다지기 위해 지방의회에 들어간 젊은 정치인들도 한계를 느꼈다고 하는데, 재선 시의원이었지만 이번엔 출마를 않기로 한 박진형 서울시의원의 말로 들어보시죠.


[박진형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한계도 있는 거죠. 롤모델이 될 것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게 중요한 거잖아요. 앞으로 나라를 움직여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라고 한다면 지방의원부터 시작해서 죽 걸어가는 것들이 하나의 큰 주류의 흐름이 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거기에 이르지 못한 것 같고요."

◇ 김현정> 지방의회 문제점을 짚고 있는데. 지방의회 역할 중에 정치의 등용문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데,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예요?

◆ 김정훈>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처음 실시된 지 20년이 넘었는데,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40세 미만 지방의원 후보자 비율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더라고요.

◇ 김현정> 오히려 초반엔 젊은 사람들이 후보로 지원했는데 지금은 절반도 안된다?

◆ 김정훈> 자연히 지방의회는 고령화되고 있고요. 지방의원 당선을 위한 경쟁률도 전국적으로는 2 대 1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현실입니다. 한마디로 지방의원 선호도가 떨어진다, 젊은층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것이죠.

◇ 김현정> 악순환인 것 같아요. 자질이 좋지 못한 후보들이 들어가니 지방의회는 기대치만큼 역할을 못하고. 그러다 보니 참신한 인재들이 안 들어가고. 계속 이렇게 악순환으로 굴러가는 이런 상황. 끊어야 되잖아요. 이 악순환을.

◆ 김정훈> 어디선가는 그 악순환을 끊어야 하죠. 그런데 지방의회 자체가 문제는 아니거든요. 이런 사례를 보면 어떨까요? 딱 7년 전인 2011년 6월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시정질의인데, 당시 오세훈 시장과 김종욱 시의원 사이의 질의응답입니다. 들어보시죠.

[서울시의회 231회 정례회 시정질의]
김종욱 의원 "6개월 동안 친환경 무상급식 시행에 대해서 끊임없이 대화와 타협을 했습니다. 실무적으로 두세번 합의를 보았지만 그것을 마지막으로 걷어찬 것은 오세훈 시장입니다... 182억 혈세를 써서 할 만한 주민투표예요, 이것이?"
오세훈 시장 "저는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종욱 의원 "부결되거나 투표율이 미달되면 어떻게 하실래요?"
오세훈 시장 "그것은 추후에 입장을 분명히 정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만..."

◇ 김현정> 서울시가 학교 무상급식 문제로 대립할 때, 시장과 서울시의회가 맞붙었던 그 상황이죠?

◆ 김정훈> 결국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 직을 걸고 주민투표 승부수를 던졌지만 투표율이 낮아 개표도 하지 못한 채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안철수라는 인물이 시장 후보 물망에 오르며 정치권에 등장했고요, 이후 그에게 양보를 받은 박원순 시장이 선출되면서 지금 볼 수 있는 현재의 정치구도가 형성됐거든요.

◇ 김현정> 시의회 의원들이, 처음부터 의도를 한 건 아니겠지만 여하튼 한국 정치 지형을 바꿔놓은 셈이네요.

◆ 김정훈> 이번에 불출마를 선언한 박진형 서울시의원도 당시 무상급식을 압박했는데요. 자치단체를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그 자질을 갖춘 의원들이 늘어난다면 또다른 변화도 만들어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들어보시죠.

[박진형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각 지역에 있는 지역 사업들 20억, 30억짜리 하는 것보다 695억이라고 하는 무상급식 비용을 시장으로부터 받아내는 게 가장 뜻있는 의정활동이 될 거라는 것을 결의할 수 있었던 건,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하고요."

◇ 김현정> 제대로 된 감시와 견제 기능이 굉장히 중요한데, 제대로만 역할을 하면 상당히 중요한 거잖아요.

◆ 김정훈> 이밖에도 살펴보면, 시 산하단체의 보조금 횡령을 적발해낸 시의원이나 조례를 바꿔서 건축물의 안전을 한층 강화해 낸 시의원 등 모범사례는 적지 않고요.

◇ 김현정> 결국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사람의 문제가 크다는 거네요.

◆ 김정훈>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잘 뽑는 것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거든요. 물론 지방선거가 복잡하고 후보도 많죠.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의회를 맡길 만한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를 구분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조완기 서울시의회 입법정책자문관은 후보자들의 선거 공보물이라도 보고 투표해달라 당부하는데, 들어보시죠.

[조완기 서울시의회 입법정책자문관]
"공보물이라도 제대로 보고 그러면, 대개 사람들이 구분을 거의 다 합니다. 그래도 괜찮은 사람. 옥석을 구분하는 투표행위가 굉장히 중요하죠. 그렇게 해서 키웠으면 관리를 해줘야 하잖아요? 의회를 방청하거나 인터넷에 글을 써도 되고. 지방의원들이, 내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하면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 김현정> 바로 이거예요. 제가 계속 주장하고 있는 거거든요. 공보물 꼼꼼히 보면 100%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가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일단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죠. 그래야 조금이라도 좋은 사람들이 들어갈 테고. 그래서 의회가 뭔가 일을 하는 걸 보여주면 사람들이 박수를 보낼 테고. 그렇게 되면 좋은 인재들이 다시 들어갈 것이고요. 악순환의 고리는 그렇게 끊어야죠.

◆ 김정훈> 또, 이왕에 구성되는 지방의회에는 조금 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바람이고요. 이것이 유권자들, 또 언론을 향한 모든 후보들의 바람일 것 같네요.

◇ 김현정> 오늘 오전 6시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됐습니다. 이 악순환을 끊는 데 여러분도 한몫 하셔야죠.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김정훈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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