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나흘 앞으로 다가온 북미정상회담을 차분히 지켜보면서 세기적인 비핵화 담판 결과를 기다리기로 가닥을 잡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싱가포르 남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현시점에서 한다, 안한다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능성은 적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와 이를 견인할 상응조치인 체제안전 보장을 위한 비핵화 이행 초기단계의 종전선언은 다음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 文 종전선언 원했지만 정상 담판 형식되며 일단 '불발'
문 대통령은 2차 남북정상회담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며 시계열적으로 빠른 시간 내 종전선언을 기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한 일괄 타결을 위해서라도, 일정 정도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비핵화 이행 과정 전반을 단축시키려면 북한이 가장 원하는 체제안전 보장을 담보하는 초기 조치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종전선언이 비록 평화협정 등과 같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한국전쟁 당사자였던 남북미 정상이 상호 불가침 약속 전단계인 종전선언에 합의할 경우, 과거 6자회담 합의에도 불구하고 검증 방식과 범위, 속도 등을 놓고 공회전을 했던 상호불신을 선제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 모두 싱가포르 회담 개최 자체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비핵화 담판이라는 역사적인 이슈를 다루는 만큼 사전에 핵심 의제를 완벽하게 세팅하지 않았다.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흘 넘게 의제조율에 나섰던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도 7일 귀국 절차에 돌입했다.
결국 회담 당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종 담판에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면서 이번 기회에 종전선언을 논의하기에는 처음부터 회담 테이블 색깔 자체가 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북미정상회담 이후 종전선언을 위한 남북미 3국 정상회담 개최 시점과 장소에 자연스레 관심이 쏠린다.
가장 좋은 시점은 북미정상회담 개최일인 12일은 아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추가 회담을 거쳐 북미 정상 모두 만족할 만한 합의에 도달한 직후가 꼽힌다.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각기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직접 날아가 종전선언을 위한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곧바로 여는 것이다.
청와대는 그간 "남북미 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 성공 여부에 연계돼 있다"고 거듭 밝힌 만큼 혹시나 하는 상황변화에 대비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 정전 65주년 상징적인 판문점 VS 전세계 정상 모이는 9월 유엔총회도 주목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6·12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시간표만 확인한 후 2차 회담을 미국에서 열자고 제안하면 종전선언은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 통신은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후속 회담을 플로리다 팜피비에 있는 휴양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하자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안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미 후속회담이 속도를 낸다면 가장 가능성이 큰 종전선언 시점과 장소는 올해 7월 27일 판문점이다.
판문점은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효용가치가 확인된데다,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7월 27일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에 서명할 경우 국제사회에 던지는 상징성도 적지않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당초 6·12 싱가포르 회담이 결정되기 전까지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강력히 희망했고 이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전하기도 했다.
또 1953년 북한 김일성 주석과 유엔군 총사령관이었던 마크 웨인 클라크 장군,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가 정전협정에 서명할 때 사용했던 실제 탁자도 종전선언 이벤트에 활용하려 준비하기도 하는 등 공을 들였다.
북미정상회담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면 9월 하순 뉴욕에서 열리는 제73차 유엔총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에 관심이 뜨거운 만큼 전세계 정상이 모이는 유엔에서 특별총회 형식으로 남북미가 종전선언에 합의할 경우, 법적 구속력을 넘어 세계 정상들이 종전을 정치적으로 확약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유엔이 총회나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남북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지지해주는 선언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고,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한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서는 유엔총회가 북미정상회담 이후 석달을 훌쩍 넘겨 열리는 만큼 다소 늦다는 기류도 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