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는 함안군 가야읍 가야리 아라가야 추정 왕궁지 유적지에 대한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의 긴급 발굴조사에서 이같은 흔적을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아라가야 추정 왕궁지에 대한 최초의 발굴조사다.
지난 4월 추정 왕궁지 유적 일원에서 경지 정리 중 드러난 성토 흔적을 함안군청 관계자가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전문가의 자문을 거친 결과 긴급 발굴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지난달 11일 발굴조사에 착수했다.
발굴조사는 성토 흔적이 드러난 곳을 중심으로 약 1천300㎡에 대해 실시했다.
이 가운데 토성은 전체 높이 8.5m, 상부 너비 20~40m의 규모로 같은 시기 가야 권역에서는 유례없는 대규모 성곽이다.
또한 성토 과정에서 성벽이 밀리지 않도록 공정마다 나무 기둥을 설치하거나, 널판을 대고 내부에 흙을 쌓아 올리는 판축(板築)을 통해 점토와 모래를 다져 올리는 등 정교한 토목공사의 흔적이 확인됐다.
토성 상부에서는 2열의 나무기둥으로 이루어진 목책이 확인됐고, 내부에서는 건물터와 구덩이 등이 발견됐다.
유적에서 출토된 각종 토기 조각들로 보아 토성의 축조 및 사용 시기는 5세기 중반~6세기 중반으로 추정된다.
이때가 말이산고분군에 대형의 고총고분(高塚古墳)을 조성하고 대내외적 교섭을 활발하게 전개하던 아라가야의 전성기라는 점에서 왕성의 용도와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고 도는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함안 아라가야 추정 왕궁지 유적은 토성 등 방어 시설과 건물지를 갖춘 아라가야 최고지배층(왕)의 거주공간으로서 이번 발견된 토성은 왕성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발굴조사를 통해 토성의 정확한 범위와 왕궁지의 흔적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당시 최고 수준의 토목 기술로 축조한 토성을 통해 가야 왕성의 축조에 대한 기초자료 확보는 물론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는 점에서 향후 가야 왕성 연구의 핵심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오는 11일 현재까지의 발굴 성과를 일반 주민에게 알리는 공개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은 "아라가야 추정 왕궁지 유적에 대한 긴급 발굴조사를 통해 가야 왕성과 왕궁지의 흔적을 발견한 것은 가야사 연구복원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올린 최고의 성과"라고 말했다.
한편, 이 일대는 조선시대 함안지리지인 함주지(1587년 편찬) 등 각종 고문헌에 '가야국의 옛 도읍터(伽倻國舊基)'로 기록되어 있는데다 남문외(南門外), 대문천(大門川) 등 왕성, 왕궁 관련 지명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 그 동안 아라가야의 왕궁지로 전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