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장들 "형사조치 부적절"…갈등의 골 깊어져

성역 없는 수사 요구하는 소장파 판사들과 갈등 이어질 듯
법원장들, 재판 거래 의혹 제기에도 깊이 우려 목소리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의혹'과 관련해 열린 전국법원장 간담회에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전국법원장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사법부 원로 격인 전국 법원장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후속조치에 대해 형사조치를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단독, 배석판사들을 중심으로 성역 없는 수사 촉구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법원 내부 갈등은 심해질 전망이다.

7일 대법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회의를 시작한 각급 법원장 35명은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들에 대해 형사 조치를 하지 않기로 한 특별조사단 결론을 존중하고 사법부에서 고발,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합리적인 근거 없는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제기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법원장들은 다만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법관의 독립과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였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그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개혁 방안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법원장들은 관련자들의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 등을 따져봤을 때 형사조치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데 대부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추가 문건 공개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지만, 논의 내용 등을 공개하지 말자고 다수 의견이 모아졌다.


이날 법원장간담회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에 대한 각계 의견을 듣기 위해 전국법관대표회의, 사법발전위원회와 함께 지목한 3개 기구 중 하나다.

법원 안팎에서는 법원장 간담회 전부터 '신중론'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형사조치 자체가 범죄 혐의가 있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어서 사건을 맡을 재판부에 영향을 미치는 등 재판과 법관 독립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의 결론으로 수사의뢰를 반대한 중견, 고참 판사들 의견에는 힘이 실렸지만, 수사 촉구 목소리를 높인 소장파 판사들과의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도 검찰 수사 등 수사를 촉구하는 법원 내부 의견은 엇갈렸다.

부산지법 부장판사들은 비공개회의를 열고 이번 파문과 관련한 입장과 요구사항 등을 의결했다.

이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전·현직 담당자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비롯한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지법 단독판사들도 별도 회의를 열고 같은 결론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 청주지법도 비공개 전체 판사회의를 열고 "엄중하고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다만 대구와 광주지법 부장판사들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광주지법 단독·배석판사들은 이날 회의를 열었지만, 결의안을 의결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모은 법원장들 의견과 오는 11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후속조치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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