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시간여행을 다루는 타임스립물이 흔하다는 방증이다. 한국 판타지·SF 드라마에서 시간여행은 단골 메뉴가 된지 오래다. 흔하디 흔한 소재가 된 타임슬립과의 차별점 어필하기, '라이프 온 마스'에게 주어진 과제다.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라이프 온 마스' 제작발표회에 함께한 제작진과 배우진 역시 이러한 우려를 씻어내려는 의지가 뚜렷했다.
오는 9일 밤 10시 20분 첫 방송되는 드라마를 두고 연출자 이정효 PD는 "솔직히 타임슬립물로 분류하고 싶지 않다"며 "여타 타임슬립 드라마와는 확실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전작 '굿와이프'를 통해 동명 원작 미국 드라마에 한국적 감수성을 제대로 이식해 호평을 얻었던 이 PD인 만큼, 일단 신뢰를 품게 만드는 말이다.
2018년 현재, 경찰 과학수사대 팀장 한태주(정경호)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던 중 의문의 사고로 1988년 인성시에서 깨어난다. 그곳에서 서부경찰서 반장으로 부임하게 된 태주는 과학수사가 자리잡기 전인 30년 전 '막가파' 형사 동철(박성웅), 용기(오대환), 나영(고아성), 남식(노종현) 등과 함께 사건을 해결한다. 그 과정에서 태주는 자신이 쫓던 연쇄살인마의 흔적을 발견하고, 잃어버린 기억의 비밀에 한 발 다가선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이정효 PD는 "원작이 영국에서 히트한 명작 드라마로 타임슬립 드라마의 시초 격"이라며 "특정 장르에 묶여 있긴 하지만, (주인공이)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공간에서 정체성을 찾는 등 과거의 좋은 것을 만나는 드라마"라고 부연했다.
리메이크 드라마에 한국적 감수성을 부여하는 노하우에 대해서는 "가장 중심에 두는 것이 배우들 감정선"이라며 "그들이 느끼는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이 포인트"라고 전했다.
1988년이라는 극의 배경은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제도적 민주주의가 둥지를 틀고,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면서 극심한 양극화·물질만능화·파편화가 낳아 온, 혐오와 분노로 점철된 지금 한국 사회 모순이 태동하던 시기인 까닭이다. 우리는 이미 '살인의 추억'과 같은 영화 등을 통해 그 시대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왔다.
이와 관련해 이 PD는 "정치·사회적 배경을 고려해 결정한 시대 배경은 아니"라며 "그 시대에 대한 고증을 잘한 작품들이 많은데, 우리는 답답할 만큼 몸으로 부딪치는 극중 형사들의 수사방식에서 느껴지는 복고 분위기를 강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인공 한태주 형사 역을 맡은 배우 정경호는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작품들을 다 찾아봤는데, 이들 작품과 차별화를 두고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대본이 워낙 탄탄한 만큼 (극중) 한태주의 성장 드라마로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