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예능프로그램 '하트시그널'은 일반인 청춘남녀들이 '시그널 하우스'에서 동거하며 서로 '썸'을 타는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TV오락 일간검색어 상위권에 빠지지 않고 올라갈 정도로 높은 화제성을 자랑한다.
얼핏 보면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SBS '짝'과 비슷한 측면이 있지만 '짝짓기' 느낌을 없애고 출연자들의 말이나 행동을 더 섬세하게 드러내면서 '대리 연애'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인위적인 부분을 최대한 배제해 기존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거부감을 느끼는 시청자들까지 흡수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명가 SBS에서 내놓은 '로맨스 패키지'는 아직까지 '하트시그널'만큼의 화제성을 보유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짝'보다 진화한 포맷으로 꾸준히 시청자들을 모으고 있다.
'애정촌'에서 '호캉스'(호텔과 바캉스를 합친 신조어)로 프로그램 환경을 변화시키면서 '맞선' 분위기에 가까웠던 '짝'보다 훨씬 자유롭게 호감을 나누는 청춘남녀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처럼 재미를 추구하되, '진짜' 같은 자연스러움을 잃을 수 없는 상황이라 프로그램은 훨씬 정교하게 짜여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짜여진 판 안에서 남녀가 만나 짝을 짓는, 소위 말해서 '연애'보다 '짝짓기'에 가까웠던 과거와 달리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판이 훨씬 더 정교해졌다"면서 "100% 리얼리티로 가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연애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는 식으로 트렌드가 변화했다"고 이야기했다.
'짝' 폐지 이후 주춤했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열기는 한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실 문제에 둘러싸여 연애가 어려운 청년들의 현실이 역설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실에서 연애를 포기하거나 못하는 젊은이들이 굉장히 많다. 욕구는 있는데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니 프로그램을 통해 대리 만족하고, 이런 프로그램은 그런 이들을 위한 판타지 기능을 한다"고 짚었다.
이어 "리얼한 느낌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판타지가 강해진다. 진짜 같고, 믿으니까 몰입도가 강해져서 대리만족도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