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단독 판사들은 4일 판사회의를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의결했다.
배석 판사들도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법관과 재판의 독립에 대한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점에 깊이 우려를 표하고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또 형사책임 여부를 밝히기 위해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의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전국 최대 규모 법원으로 전체 판사 가운데 11%가량이 근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중앙지법 판사회의 의결이 추가로 이어질 다른 법원 논의에 적잖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가정법원 단독‧배석판사들도 이날 판사회의를 통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성역없는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1일 의정부지법 단독판사들에 이어 두 번째로 법원 내부에서 터져 나온 수사촉구다.
특히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은 또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향후 수사와 그 결과에 따라 개시될 수 있는 재판에 관해 엄정한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 재판거래 의혹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를 넘어 재판 가능성을 명시한 첫 사례라서 주목된다.
또 서울가정법원 단독·배석판사들은 특별조사단 조사결과 드러난 미공개 파일 원문 전부 공개도 요구했다.
이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에서 조사한 문건 410개에 대한 완전공개를 요구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따라서 오는 11일 열릴 전국법관대표회의에도 양승태 대법원에 대한 수사촉구와 비공개 문건 완전공개를 의결하고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뜻을 전달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
이 외에도 인천지법과 대구지법 단독 판사들도 회의를 열고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한편 수사를 촉구하는 젊은 판사들과 달리 중견 법관들 사이에서는 재발방지 대책에 무게를 두면서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온도차를 보였다.
서울고법 고법판사들은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사법행정권 남용행위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고법판사는 2010년 법관 인사규칙 10조를 신설해 도입한 직급으로, 지방법원에서는 부장판사급에 해당한다.
이날 예정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회의도 의사정족수 미달로 오늘 결의에 이르지 못하고 5일 오전 11시40분 다시 회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수사보다는 재발방지책 수립에 무게를 싣는 서울고법 고법판사들의 의견이 나오면서 법원 내 중견 판사들 사이에서 비슷한 의견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