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선 단일화의 '데드라인'을 사전투표 시작일인 오는 8일 전으로 보고 있다. 이 때까지 성사되지 않으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데드라인을 코 앞에 둔 4일에도 두 후보의 발언에는 부정적 기류가 강했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 회견을 한 뒤 관련 질문에 "(선거까지) 9일밖에 안 남았는데, 단일화 하기에 시간이 늦은 것 같다"며 "단일화는 시간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그는 "두 사람 중 누가 그만두더라도 저희들은 혼자가 아니다"라며 "저는 제 밑에 구청장, 그 밑에 또 시, 구의원 이렇게 쭈욱 덩어리가 돼 있다. 저 혼자 관두는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단일화와는 다르다. 서울시장 후보인 저나 안 후보가 관두면 그 밑에 구청장과 시의원, 구의원 등 적어도 수십명이 관둬야 한다"고 불가론의 이유를 설명했다.
안 후보도 한 라디오에 출연해 단일화 '물밑협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누가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인가가 가장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그걸로 판단하고 그 후보에게 표를 모아주실 것으로 저는 믿는다"고 덧붙였다.
선거 직전에도 단일화가 가능하다는 자유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안 후보는 "답변하지 않아도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단일화 논의와 관련해 안 후보는 사실상 '조건 없는 양보'를 김 후보에게 요구하는 반면, 김 후보는 지방선거 후 보수 통합을 단일화 논의의 조건 격으로 언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는 앞서 지난 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의 생각은 통상의 방법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저보고 그냥 그만두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라며 "단일화를 얘기할 수 있는 전혀 그런 조건이 아니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단일화 논의에 관여해 온 한 관계자가 "접촉은 계속 이뤄지고 있지만, 후보들의 생각이 중요하다"며 답답함을 내비치는 것도 이처럼 두 사람의 구상 자체가 엇갈리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다만 두 사람이 토론회나 공약 발표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를 겨냥하며 '연대 기류'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단일화는 선거 막판까지 소멸되지 않는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두 사람은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이어지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천막 추모·농성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보였다. 안 후보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세월호 천막을 '죽음의 굿판'에 비유한 김 후보의 발언에 대해 "적절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렇지만 이제 광화문 광장은 시민들에게 돌려드릴 때가 됐고, 유가족 분들을 위해선 서울시가 다른 장소를 배려해드리는 것이 더 좋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도 또 다른 인터뷰에서 "꼭 광화문광장에서 저렇게 텐트를 쳐놓고 4년 넘게 저러고 있는 것이 맞느냐. 이제 그만둬야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