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임금주도 성장?

"하위 10% 제외한 근로자가구 소득은 작년 대비 크게 늘어"
근로자 가구 소득 증가에 방점. 근로자외 가구 소득 감소 설명 못해
영세 자영업자·고령층·초단기 아르바이트생 등은 조금더 분석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청와대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는 발언에 대한 통계자료를 공개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하위계층에 미친 영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올해 1분기 근로소득자 전체 임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증가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달 24일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를 통해 소득 1분위(하위 20%) 소득이 전년 동기대비 8% 감소했고, 하위 20%와 상위 20%의 소득격차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결과를 내놨다.

이날 홍 수석은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가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고 가계소득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한 것에 비춰보면 뜻밖의 결과였다"며 "가계동향조사 발표 내용에 대한 보다 세밀한 분석을 통해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홍 수석은 "통계청 발표내용의 근거가 되는 원시자료, 즉 로우(raw) 데이터를 가지고 관련 국책연구기관에 의뢰해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 가구 중 '근로자가구'의 소득은 전체가구 조사결과와는 다르게 전 분위에서 결쳐 평균소득이 늘어났고, '근로자외 가구'에서는 저소득층의 소득감소가 심각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가계동향조사에서 나타난 가구단위 소득분배 악화의 주된 원인이 '근로자외 가구'의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진데 따른 것을 의미한다"며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가구주와 배우자, 기타 가구원을 한 명의 소득으로 간주하고 분석하면, 하위 10%를 제외하고는 (근로자가구의) 올해 소득 증가율은 작년 소득증가율에 비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계동향조사에 포함된 근로소득은 현 시점에서 개인별 근로소득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라며 "근로소득 자료를 가지고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얻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개인기준 백분위별 근로소득 증가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소득 하위 10%만 전년동기 대비 소득 증가율이 주춤했을뿐, 소득 하위 20%~40%까지 저소득층 대부분의 증가률은 전년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6배 이상 증가했다.

홍 수석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중 하위 20%의 소득이 전년대비 8% 감소한 것은 사실인지만, 영세한 자영업자나 초단기 아르바이트생,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사람들을 제외한 근로소득자를 기준으로 보면 모든 계층에서 근로소득이 늘었다는 얘기다.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올해 1분기 가구소득 1분위(하위 20%) 소득이 많이 감소한 것은 아픈 대목이고 당연히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통계를 보면 고용시장 내에 고용된 근로자의 임금은 다 늘었다.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를 충분히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 긍정적인 효과가 90%"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한 통계자료를 공개하지 않았고,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근거도 없이 최저임금 인상의 '장밋빛 전망'만 짚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홍 수석의 이날 발표는 "모든 근로자의 임금은 다 늘었다. 최저임금 긍적 효과가 90%"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통계적으로 설명하기에는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영세 자영업자나 고령층, 초단기 아르바이트생 등 '근로외소득자'의 소득감소에 대한 자료는 분석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근간인'소득주도 성장'이 '임금주도 성장'에 국한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