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전날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의 편지를 직접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새벽 기자회견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이(우리 시간 2일 오전)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다"고 말했다.
전달방식이 간밤에 바뀐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를두고 미국 NPR뉴스는 "드라마(쇼)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대상 인물인 전직 스파이 수장을 직접 불렀다"며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북미정상회담을 원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에 '못마땅하다'는 분위기가 상당히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다니엘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6월 12일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대박난 날'이고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세계 최강국가 미국의 대통령과 정상국가 지도자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언론은 심지어 'TV 디플로머시'라고 꼬집고 있다.
이제 최대 관심은 김정일 위원장의 '친서'를 읽어 본 트럼프 대통령이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과연 확정적으로 못박을 것인가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은 뉴욕에서 담판을 가졌지만, 아직 의제를 말끔하게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 판문점과 뉴욕 등에서 72시간 동안 논의를 벌였고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합의를 하려면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기 위한 김 위원장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혀 아직 미국 입장에서 만족할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음을 암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를 직접 면담하기로 한 것은 매우 큰 진전이 아닐 수 없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백악관 방문은 18년만에 이뤄지는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역사적 발걸음이다.
특히 김영철의 방문은 클린턴 행정부 말기 백악관을 방문했던 조명록 차수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초반에 이뤄진다는 측면에서도 북미관계의 획기적 진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양국은 이같은 실질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크게 두가지 의제에서 아직 좀 더 대화가 필요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는 '완전한 비핵화'의 의미에 관한 것이다.
북한은 '비핵화'에 대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고 일관하며 확고하다"고 밝히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각각 만나 동일하게 언급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용어의 상징성때문에 'CVID'라는 용어는 패전국이나 쓰는 말'이라고 거부감을 내부적으로 보여왔다.
그러나 '비핵화의 의미'가 결정적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미국이나 북한모두 대내외적 요인때문에 비핵화 의미를 모두 민감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두번째는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비핵화 의지의 강력한 상징조치로 핵무기 수개나 ICBM 미사일을 올해 안에 폐기 또는 반출하기를 원하지만 북한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은 과거 수십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결단을 촉구했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 조치와 체제안전보장 조치를 정확하게 비례시켜야 한다고 맞서고있다.
김계관 부상은 담화에서 "(양 수뇌가)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 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국내에 과시하기 위한 '상징적 비핵화 조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체제보장을 위한 현실적 계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평화와 번영'이 있을 것이라고 외치고 있지만,북한은 미국 정부의 대북제재 해제 등 구체적 조치를 언급하지 않고 '평화만 번영'만 반복하는 것이 불만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