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모·브래지어·화장 NO! '脫코르셋' 폭발

SNS활용한 화장·긴머리 등 女고정관념 해체운동
"나부터 바뀌자" 온라인 넘어 오프라인으로 확산

SNS에 올라온 탈 코르셋 인증 사진
최근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SNS 상에서 10·20대 여성을 중심으로 '탈 코르셋 인증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코르셋은 여성의 몸이 날씬하게 보이도록 상반신을 꽉 조이는 보정 속옷이다. 탈 코르셋은 화장, 긴 생머리, 제모, 브래지어 등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한 외적 기준에서 벗어나자는 의미다.

이들은 SNS에 머리를 짧게 자른 사진과 노메이크업에 안경을 낀 사진, 사용하던 화장품을 폐기한 사진 등을 올린다. 탈 코르셋 뒤 달라진 점을 공유하고 편해진 일상에 만족감을 표시하지만, 타인에게 선택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인스타그램에 탈 코르셋 인증 사진을 남긴 한 여성은 "머리를 짧게 쳐냈다. 샴푸 한 펌프로 머리를 감을 수 있다. 남자들이 머리감을 때 하는 것처럼 빙글빙글 돌리며 거품내기가 가능하다. 샤워 후 수건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지 않아도 물이 안 떨어진다"고 적었다.

또다른 여성은 "처음에는 메이크업을 그만두는 게 힘들었지만 작은 것부터 노력하기로 했다. 일주일에 한 번을 '탈코르셋 데이'로 정했다. 그날은 메이크업을 하지 않았다. 그 하루는 일주일이 됐고, 나는 이제 아무렇지 않게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온라인 상에 머물던 탈 코르셋 운동은 오프라인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사진작가 전보라 씨는 '탈 코르셋-꾸밈 노동'이라는 주제로 사진전을 열 계획이다
천안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사진작가 전보라(24) 씨는 '해시태그(#) 탈 코르셋-꾸밈 노동'이라는 주제로 탈 코르셋한 여성 100명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을 연다. SNS를 통해 촬영 참여 신청을 받았는데, 20·30대 여성들의 호응이 좋다.

전보라 씨는 지난달 31일 CBS노컷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스튜디오를 찾는 손님 대부분이 화장하고 꾸미고 오는데, 이들의 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탈 코르셋한 여성들의 용기와 해방감을 담은 사진을 통해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미의 기준에서 탈피해 스스로 자신의 삶의 기준을 만들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인영(22) 양 등 서울여대 3학년 학생 5명은 필수과목인 바롬인성교육 3(15주 과정, 주제: 여성이 행복한 삶)을 통해 탈 코르셋을 세부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SNS에 코르셋에 관한 카드뉴스 등 관련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올렸다. 코르셋에 대한 인식과 외모로 인해 불이익 받은 경험을 설문조사했고, 교내와 근처 여대에서 스티커와 유인물 배부 캠페인을 전개했다.

정인영 양은 "많은 사회에서 여성이 스스로를 신체적으로 정의하거나 외형적으로 평가하면서 자신을 대상화한다. 코르셋이 대표적인 예"라며 "여성이 행복해지려면 사회보다 여성 개인의 인식 변화가 우선이라고 봤다. 프로젝트도 여기에 초점을 뒀다. 다만 코르셋을 무조건 벗자는 건 또다른 억압이기 때문에 탈 코르셋 홍보와 인식 개선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성신대여대에서 교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서울여대 학생들. 사진=서울여대 바롬3 '코르셋을 벗어조' 인스타그램
정 양은 "캠페인을 진행할 때 조원들이 피부 화장만 한다던가 민낯으로 나가는 식으로 꾸밈 노동을 줄였다. 화장은 자기만족이 아닌 여성에 대한 억압"이라며 "저 역시 탈 코르셋을 인식하고 있어도 실천하기 쉽지 않지만, 탈 코르셋이 최종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10·20대의 탈 코르셋 인증 운동이 '나부터 바뀌자'는 근본적인 성찰이자 남성이 원하는 여성상을 부인하는 심오한 저항이라고 분석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는 "이 운동은 '내가 갖고 있는 여성성·남성성 등 성별 고정관념부터 해체하자'는데 방점을 찍는다"며 "개인이 입는 성폭력 피해가 우리 사회에 누적된 성차별적 구조와 연결됐다는 것을 여성들이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구조와 자기를 다시 연결짓는다. '나의 성별·성역할 고정관념이 이러한 구조를 지탱하는 기저구나'라는 성찰에서 나온 운동"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10·20대 여성이 운동을 주도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들은 가정에서 성차별을 받지 않고 자랐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업할 때 불이익받고, 사회에서 기회가 제한된다"며 "불합리한 현실과 마주하면서 페미니즘을 공부하는데다 강남역, 미투운동 등 광장의 평화시위와 SNS에 익숙하기 때문에 운동 조직화에 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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