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북한은 연일 탈북 여종업원들의 송환을 촉구하고 있어서 남북관계 개선의 새로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오늘 [Why 뉴스]에서는 <탈북여종업원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여종업들을 데리고 들어온 허강일씨가 스스로 '납치했다'고 시인했나?
= 그렇다. 허강일씨가 그 점을 인정한다.
허씨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허 선생이 여종업원들에게 제대로 얘기하지 않고 데려온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죠, 얘네들이 어리니까 한국에서 살다보면 자연히 내가 납치해왔어도 얘들이 이해해 줄것이라고 생각했다. 정00이가 약속을 잘했다. 애들 불만 없이 잘해주겠다고"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 2016년 4월 20일 집단탈북한 직후 북한측이 탈북에 동참하지 않는 여종업원 7명을 평양에서 CNN 인터뷰를 하도록 주선했는데 "지배인이 동료들을 속여 (남쪽으로) 데려갔다"고 증언한 부분과 일치한다.
▶ 허 지배인은 왜 여종업원들을 데리고 온 건가?
= 허 지배인은 국정원 직원의 협박때문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조선족의 소개로 국정원 직원 정 모씨의 정보원이 됐는데, 직원들을 데리고 오지 않으면 자신과 통화한 녹음테이프를 북한대사관에 신고하겠다고 하면서 계속 협박을 해 못견디고 오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 계획은 5월 30일 탈북하기로 하고 2월부터 준비를 했는데 갑자기 4월 5일로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허 지배인은 "원래는 계획을 5월 30일로 잡았다. 그런데 갑자기 4월 3일 밤에 전화가 와서 긴급 상황 발생했는데 4월 5일 무조건 출발하라고 했다. 그 와중에 여종업원 5명이 도망가고 14명을 데리고 왔는데 2명이 다시 중국 공안에 붙들렸다"고 말했다.
19명중 12명은 탈북했고 7명은 북한으로 돌아간 상태다.
▶ 여종업원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집단 탈북한 게 아니라는 거냐?
= 허강일 지배인의 주장대로라면 자유의사가 아니었다는 게 확인되는 것이다. 여종업원 중 일부는 JTBC 인터뷰에서 숙소를 옮기는 줄 알았지 한국으로 간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여종업원들은 "말레이시아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갔다. 도착했는데 태극기가 보였다. 한국 대사관이었다. 그때 한국에 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사관에 들어가서 자유의사로 한국에 간 거라는 서명을 했다."면서 "대사관 앞에서 허 지배인이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협박 내용은 "우리가 돌아가면 한국드라마 본 것을 보위부에 신고하겠다고 했다. 한국 영화 보면 총살이나 지방에 내려 보내고 가족에게도 영향이 갈 수 있다고 위협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말이 되나 싶은데 그땐 그렇게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선택의 순간을 다시 되돌리고 싶다"는 등이었다.
▶ 허강일씨는 왜 2년이 지난 지금에서여 이런 사실을 폭로하는 거냐?
= 국정원이 자신을 속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정원이 허씨에게 약속하기는 "한국에 들어왔다가 여권을 바꿔서 다시 중국이나 제3국으로 내보내 식당영업을 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들어오자 허씨와 여종업원들을 못만나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변을 찾아갔더니 민변을 만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면 만나게 해주겠다고 해서 만났다는 것이다. 만나는 장소에서도 국정원의 감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가장 분개한 것은 입국하는 사진을 찍어서 언론에 공개한 부분이었다고 했다.
허 씨는 "합신센터 있을 때 언론보도가 됐다. 그래서 여종업원들 데리고 돌아가겠다고 여권 돌려달라고 했다"면서 "(국정원)너희들 날 속였다. 언론에 공개하면 가족이고 뭐고 다 죽어라는 거냐?"라고 강하게 항의를 했다고 전했다.
허씨는 "저희는 그거(입국사실과 사진) 나갈지 몰랐다. 저희들 보호센터 들어올때 사진을 찍던데 그게 절차라고 해서 그런줄 알았다"면서 "언론에 우리 뉴스가 나가는 걸 보고 속은걸 알았다"고 말했다.
허씨는 "폭로가 늦어진건 북으로 송환된 7명 중에 자신의 아내가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최근에야 아내의 소재가 파악됐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폭로하게 됐다"고 말했다.
= 잘 지내고 있을까? 여러 경로로 확인해보니 그렇게 잘살고 있지 않는 걸로 파악됐다. 지금 탈북 여종업원들은 '이방인 중 이방인'으로 살고 있다.
지난해 6월까지는 국정원이 특별관리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모'라고 불리는 국정원 직원이 따라다녔다고 하는데 정권이 교체되고 서훈 국정원장이 국내정보파트 해체를 선언한 뒤 연락이 안 된다고 한다.
이들에게 주어진 집은 탈북정착민들에게 지원되는 작고 낡은 임대아파트고 그 아파트에 2명씩 배치했다고 한다.
허씨는 "사이가 나쁜 애들끼리 묶어서 배치했다"면서 "서로 감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허씨는 "특히 서로 이간질 시키고요. 다 이간질 시켜놨어요 애들끼리도. 서로가 서로를 보고하게끔 만들어 놓은 거에요. 게다가 대한민국이 이런 나라에요? 북하고 다른게 뭐가 있어요. 북하고 다른게 뭐가 있냐고요. 보상도 필요없어요 난. 갈 거에요. 목숨 바쳐서라도"라면서 북에가서 사형을 당하더라도 돌아가겠다. 허씨는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 탈북자들은 합신센터를 거쳐서 하나원에서 적응교육을 받는다. 그런데 탈북 여종업원들은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그래서 3만명이 넘는 탈북자 사회에도 합류하지 못하고 있고 남쪽사회에도 합류하지 못하는 처지인 것이다.
12명 중 11명이 대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다. 정부 지원 월 47만원을 받으며 대학을 다니고 있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서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아르바이트 수입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면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서 탈락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신분이 노출되는 걸 극도로 꺼리고 있다. 언론 인터뷰 이후 연락이 두절된 여종업원도 있다고 한다. 아직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여서 세상 경험도 짧고 어려운 경제 사정에 늦깎이 공부 부담, 취업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고 한다.
정부쪽과 탈북자들 전문가들에게 확인해보니 12명 중 서너명 정도는 정착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나머지는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이들 여종업원들이 자유의사로 탈북한건 아니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되는건가? 해결방안이 있나?
= 참 어려운 문제다. 유엔기구 관계자들이 2016년 탈북직후 이들을 면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탈북자들이 입국한 직후 유엔기구 관계자들이 면담을 했는데 면담직후에 '이 문제는 퍼펙트 딜레마'로 평가했다"고 전하면서 "탈북자들이 여기가 싫다고 해서 돌려보낼 경우 북쪽으로 가서 어려움을 당할 수 있고, 여기에 남겠다고 하면 북에 있는 가족들이 위험해 지는 문제 때문에 '퍼펙트 딜레마' 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관계자와 탈북자, 전문가그룹 등에게 해결방안을 물었더니 한결같은 대답이 첫 번째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꼽았다. 어떻게 탈북하게 됐는지? 기획탈북이라면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인 홍익표 의원은 "철저한 사실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하고. 사실조사에서 납치라는 게 밝혀지면 이를 인정하고 관계자 처벌까지 해야한다"고 말했다.
탈북자 출신의 전직 고위공무원도 "여종업원들이 자유의사로 탈북을 했는지 그 경위를 먼저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장경욱 변호사는 "탈북 여종업원들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8.15 이산가족 상봉행사때 북의 가족을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 철저한 진상규명 다음 수순은?
= 가장 핵심은 탈북 여종업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인데 정부와 전문가들의 입장이 갈린다.
정부의 입장은 정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5월 17일 국회 답변에서 "현재 여종업원들은 자유의사로 한국에 와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생활하고 있다"면서 "관련 기관이 현재 이 상황에 대해 파악하고 있지만, 기존 입장과 달라진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의 언급은 박근혜 정부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청와대도 원론적인 입장이기는 마찬가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20일 '북한이 어제 저녁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의 송환을 요구했는데 청와대의 변화된 입장이 있을 수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까지는 기존의 입장에서 변화된 것이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발언은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이 "남조선 당국은 박근혜 정권이 감행한 전대미문의 반인륜적 만행을 인정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엄하게 처벌해야 하며, 우리 여성 공민들을 지체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써 북남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며 여종업원의 송환을 요구한 뒤 나온 발언이다.
남북문제에 정통한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 문제를 오래 끌수록 어려워진다"면서
"빨리해결하면 지난 정부의 문제지만 오래 끌면 지금 정부의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일부나 청와대가 기존의 입장을 관행적으로 따라갈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조사를 통해서 객관적인 사실을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탈북 여종업원들을 북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거냐?
= 2년전 탈북한 여종업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국민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적을 취득하는 과정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무효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부로서는 선택의 폭이 좁다는 걸 전제로 해야 한다.
그리고, 일각에서 주장하는 모두를 돌려보내는 '강제북송'은 말이 안 된다는 게 정부관계자나 탈북자,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단 이들 탈북 여종업원들은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누구도 강제로 이들을 북송하거나 자유를 박탈할 수는 없다. 이들의 신변보호를 맡고 있는 경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경찰은 이들의 신변보호를 할 뿐 인터뷰를 하거나 탈북경위를 파악하는 일은 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들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북으로의 귀환 자체를 막아서도 안 된다는 주장이 많다. 북으로 돌아갈지 여부는 오로지 여종업원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자유의지에 따라서 결정할 문제지 그걸 일괄적으로 북송하거나 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서 기획 탈북이 아니고 납치된 게 아니라면 당연히 여기 한국에 정착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탈북자 출신의 전직 고위공무원은 "회유나 납치 등 본인의 의사와 달리 탈북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북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제3국으로 갈지 여부는 여종업원들의 자유의지에 맡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국정원개혁발전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객관적이고 권위있는 유엔 같은 국제기구가 면담 등을 통해 탈북 여종업원들의 의사를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전제하면서 "그들이 정치적, 경제적,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않는걸 전제로 자유의지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오늘(6월 1일)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데 이 문제가 현안이 될까?
= 오늘 열리는 고위급 회담 남측 대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남중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등이다.
북측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단장으로 김윤혁 철도성 부상, 원길우 체육성 부상, 박용일 조평통 부위원장,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 부위원장 등 5명으로 대표단을 구성했다.
오늘 회담에서는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 문제가 폭넓게 다뤄질 전망이다.
6·15 남북공동행사, 8·15 이산가족 상봉 행사 준비를 위한 적십자회담과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당국회담의 일정 등의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남북 간 철도 연결 사업과 아시아경기대회 남북 단일팀 구성 문제, 산림 복구 협력 문제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탈북 여종업원들의 송환문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매체들이 연일 송환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중앙통신은 5월 29일 논평에서 박근혜 정부 시기에 발생한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을 '반인륜적·반인도적 문제'로 규정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선결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여성 공민들의 송환 문제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겨레 앞에 죄를 짓는 것으로 된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라며 "이것은 북남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남조선 당국의 성의와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로도 된다"고 강조했다.
또, 송환을 거부한다면 "판문점 선언 이행에 역행하는 엄중한 범죄 행위"라고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북한의 대외선전용 웹사이트 '류경'도 전날 "송환 문제를 바로 처리하지 않고서는 북남 사이의 그 어떤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또 한가지 문제가 있다. 정부가 이들 여종업들의 기획탈북을 인정할 경우 탈북이 이행된 중국과 말레이시아와의 외교적인 문제도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정부로서는 이래저래 곤혹스러운 난제일 수밖에 없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