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이슬람국가에서 여성은 모든 부분에서 남성과 구별되고 차별화 된다.
그러나 같은 이슬람국가인 이라크에서는 대부분의 가정이 1부1처를 유지하고 있으며 도시여성들의 경우 남성과 대등한 위치에서 생활하고 활동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가 있다.
순종은 옛말..여성도 대등 권리 가져
손님이 방문한 자리에서도 서슴없이 남편과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이제 바그다드의 일반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동시에 시골지역 여성들 중에는 아직도 강한 이슬람식 전통에 따라 온몸을 모두 다 가린 채 집 안팎에서 가사 일을 하는 모습도 찾아 볼 수가 있다.
이처럼 전후 이라크 여성들의 모습은 사는 곳이 어디냐(도시냐 시골이냐)에 따라 크게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바그다드와 같은 도시지역 여성들의 경우 남성들에 비해 집 안팎에서의 주도권 행사에 훨씬 더 적극적이며 변화에 빠른 적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전쟁과 계속되는 폭탄테러 등으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가장들의 사망과 부상, 그리고 엄청난 실업사태로 인해 경제적으로 무능해진 남성가장들의 좁아진 입지 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많은 이라크 주부 여성들의 경우, 악화된 치안상황으로 인해 장기간 좁은 집안에서만 지내야 하는 현실이 큰 어려움 중 하나이다.
시골 지역에서는 아직도 여성들 권리 찾기 어려워, 일부 다처제도 존속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외출이나 이웃, 친척방문을 손쉽게 할 수 있었던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차이가 많다. 이로 인해 많은 여성들의 스트레스와 불만이 높아진 것도 여성들의 가정 내 목소리를 키우는데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두 세 명의 부인들이 한 남편을 따라 사는 전통이 아직도 남아 있는 시골지역의 여성들의 경우는 도시지역과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편가장의 권위와 입지가 여전히 강하고 오히려 강한 이슬람식 가부장문화에 더욱 길들여져 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농업과 자연을 중심으로 한 시골지역의 생활환경이 수도 바그다드를 비롯한 도시지역의 혼란, 대량실업과 같은 전쟁의 악영향을 적게 받도록 만들었고 사람들의 생활패턴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 기존의 가부장중심 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보여 진다.
전쟁이 가져온 남녀 역할 변화... 여성들 영향력 갈수록 커질듯
여기에는 지난 24년간 수도 바그다드에만 모든 투자와 발전을 철저히 집중시켰던 사담후세인 정권의 편중된 개발정책도 크게 한 몫을 거들었다.
전쟁 전에도 이라크에서는 여성노동인구가 전체의 17%에 까지 달했을 정도로 여성들의 비중과 역할이 컸었지만 정부나 국영기업체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주요 요직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남성들의 강한 영향력으로 일상생활과 가정 내 주도권은 전통적으로 남성가장들이 대부분 쥐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의 여러 가지 영향들로 인해 여성들의 입지와 가정 내 영향력은 사는 지역에 따라 급변해 가고 있으며 이라크 여성들은 오늘도 전쟁의 후유증 가운데 자신들이 처한 곳에서 각각의 삶과 그 변화를 빠른 속도로 적응해 나가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장영재 통신원
특파원보다 빠른 뉴스 글로벌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