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의원 해외출장, 실상 알면 국민들 국회 폭파하자고 할 것"

야당들의 '김기식 전 원장' 성토에 정세균 전 의장 일갈
피감기관 해외 출장 다반사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나'

정세균 국회의장이 28일 오후 국회 의장 접견실에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내가 좀 알아봤는데, (국회의원 해외출장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국민들이 실상을 알면 국회를 폭파하자고 할 지경이다."


지난 4월 국회의장-교섭단체 원내대표 비공개 회동에서 나온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일갈이었습니다.

당시 김기식 전 금감원장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야당 원내대표들이 성토를 쏟아내자, 참다 못한 정 의장이 쓴소리 한 겁니다.

애초 국회 출입기자들은 김 전 원장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문제가 터졌을 때부터 '김 전 원장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저와 주변 기자들은 그런 얘기를 종종 했습니다.

CBS노컷뉴스가 2012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19~20대 국회) 17개 주요 피감기관의 해외출장 지원 실태를 취재한 결과, 역시 예상대로였습니다. 김 전 원장에게 감히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2012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피감기관 지원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국회의원은 무려 189명. 자유한국당 103명, 더불어민주당 71명, 바른미래당 10명, 정의당 3명, 민주평화당 2명이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중 '김영란법' 시행 이후로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을 다녀온 의원은 60명입니다. 국회의원 자격으로 '나홀로 출장'을 떠난 의원도 21명이나 됩니다. 이정도면 '김 전 원장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논란이 아니라 '국회의원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논란이 일어나야 할 판입니다.

자연스럽게 김 전 원장에게 짱돌을 던졌던 인물들이 떠오릅니다. 당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 전 원장의 임명철회를 하지 않으면 "국민의 이름으로 검찰에 김 원장을 고발하겠다"고 했는데요,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국민의 이름으로' 같은당 의원 103명의 해외출장 건도 검찰 수사를 의뢰할 생각인지 묻고 싶습니다. '내로남불' 모습의 전형입니다.

민주당도 할 말이 없는 건 똑같습니다. 심지어 민주당은 김 전 원장 출장 문제가 논란이 되자 각 상임위원회를 통해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실태를 파악했는데, 이를 공개하지도 않았습니다. '적폐'라고 부르던 한국당과 '도긴개긴'되는 망신을 피하고 싶었나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외치는 '적폐청산'이 얼마나 호소력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번 취재로 드러난 189명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지 모릅니다. 국회 사무처는 피감기관의 지원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의원들은 따로 기록하거나 관리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제한된 시간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취재가 막바지에 달할 때까지도 취재 기자는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해서 새로운 의원들의 이름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국회는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합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지난 28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출장을 간 건수가 그렇게 많은 것에 대해 경악했다"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피감기관 지원 출장을) 허용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국회의원의 해외출장 자체를 무조건 사갈시해서는 곤란합니다. 외교에는 다양한 주체가 있고, 실제로 의원 외교 역시 우리나라의 중요한 외교 카드 중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행정부가 해외에서 실시하는 사업 등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도 입법부인 국회의원들의 몫입니다. 밉다고 무조건 발을 묶어 놓는 것도 능사는 아닐 겁니다. 국회의원의 해외출장 문제에 대한 합리적이고도 엄격한 기준과 제도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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