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23년간 66명 처벌, 군수 선거 '요지경' ②'당선→비리→낙마'…군수의 무덤된 4개 군 민심 ③군수님, 구속은 됐지만 월급은 드립니다 ④연봉1억 군수님의 '경조사비'에 숨은 비밀 ⑤공천 받는 군수 선거, 이대로는 안 된다 |
지난해 전남 완도군수는 업무추진비로 총 1억 8천만원을 썼다. 가장 많은 지출 항목은 '업무추진 유관기관 협조'였다.
세부내역을 보면 중앙부처, 기관단체, 기념행사 등에 화분(화환)을 보내는데 5865만 원(151건)을 집행했다.
화분이나 화환을 보내는 것이 군 행정업무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더욱이 김영란법 이후 축하난을 보내는 관행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와도 역행하는 처사다.
전남 영광군수도 지난해 업무추진비로 1억 4천만원을 집행했다.
이 가운데 875만원은 각종 '경조사비 및 애경사비'로 지출됐다. 모두 현금으로 지출된 금액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출하는 경조사비는 나중에 돌려받을 돈이기 때문에 사실상 개인돈이라는 지적이 있다.
전남 고흥군수도 지난해 업무추진비 1억 1525만원 가운데 직무수행 관련 통상적 경비(다과, 축의금, 부의금 등)로 837만원을 사용했다.
총 1억 1158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쓴 충남 태안군수도 상근직원 경조사 축부의금 명목으로 매월 수십만 원씩 지출했다.
군수의 업무추진비로 이렇게 많은 예산이 흥청망청 집행되고 있는 현실은 지난해에만 국한된 것도, 일부 지자체에만 있는 일도 아니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2016년 전국 82개 군에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해 군수가 사용한 업무추진비 전액을 전수조사한 바 있다.
2014년 7월부터 2016년 5월까지 23개월 동안 군수 1인당 평균 2억 2113만 원의 업무추진비가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에 4억 원이 넘는 혈세가 업무추진비로 지출된 곳도 많았다.
사용된 업무추진비의 대부분은 '접대'와 '홍보'였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지역 특산물 또는 기념품 제공', '언론관계자 간담회', 'OOO 방송 프로그램 촬영 관련' 등과 같이 불필요한 부분이 많다. 이밖에도 소속기관 공무원에게 '해외연수, 경조사비, 격려금, 식사' 등으로 현금으로 지출된 사례도 있다.
결국 군수들의 업무추진비가 눈 먼 쌈짓돈으로 전락해 있는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군수의 업무추진비가 0원인 곳도 있다.
부산 기장군은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 군수의 업무추진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기장군은 업무행정평가에서는 늘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일반 군수가 가진 특권 중 가장 큰 문제점으로 업무추진비를 꼽았다.
오 군수는 "군수 업무추진비야말로 적폐 중 적폐다. 너무 많고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군민 혈세를 쓴다는 것을 조심스럽고 두려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업무추진비를 쓰지 않아도 군 행정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이제는 잘못된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업무추진비로 직원들 경조사비를 내는 것에 대해 "만약 군수 자신의 경조사가 생겼을 경우 축‧조의금이 들어올 것인데 공돈(업무추진비)을 내고 사익을 취한 것이다"며 사실상 횡령과 뭐가 다른지 반문했다.
경조사비로 지출되는 금액은 사실상 군수 '개인'이 되돌려 받는 미래의 현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군수의 연봉은 9000만 원에서 1억 원에 이른다. 내용 증빙 없이 지급되는 직책급업무추진비도 연간 800~900만 원 받는다.
관사와 관용차, 운전기사도 제공된다. 이쯤 되면 국회의원 못지않다.
누리는 것이 많은 것에 상응한 견제와 비판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