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18년 5월 30일 (수)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경희대 이택광 교수 & 소설가 장강명
◇ 정관용>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맞아 신설됐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그런데 근래 연예인 수지의 사형을 청원하는 등 부적절한 글들이 올라오면서 이럴 바에는 아예 국민청원게시판 없애는 게 나은 거 아니냐 이런 얘기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오늘 청와대에서는 국민청원게시판은 국민의 놀이터라면서 국민과 활발한 소통을 더 강조했는데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도떼기시장인가, 아고라인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희대 이택광 교수, 소설가 장강명 작가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문화비평가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어서 오십시오.
◆ 이택광> 반갑습니다.
◇ 정관용> 또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취재하다가 구석구석을 날카로운 눈으로 들여다보고 소설로 쓰려고 하는 소설가 장강명 작가 어서 오십시오.
◆ 장강명> 안녕하세요. 장강명입니다.
◇ 정관용> 두 분과 이 얘기를 나눠보겠는데. 그나저나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들어가 봤어요, 이 교수?
◆ 이택광> 저는 저번에 다른 일로 한번 들어가봤는데요. 평소에도 한번씩 들어가봅니다. 무슨 내용이 올라왔는가 궁금해서.
◇ 정관용> 혹시 직접 청원하거나 그런 적은?
◆ 이택광> 제가 청원을 한 적은 없고요.
◇ 정관용> 어디 좋아요 누른 적도 없고?
◆ 이택광> 그런 적도 없죠. 눈팅으로 가서 그냥 봤는데 이번이 수지 사형 청원이 좀 문제가 됐지만 상당히 재미있는 의견들도 많이 올라옵니다,그러니까. 대부분 약간 동사무소 게시판 같은 그런 느낌. 동사무소에 올라가야 될 게시판인데 왜 여기 와 있지 싶은 것도 있어요.
◇ 정관용> 시시콜콜한 것들도 많고.
◆ 장강명> 동사무소 게시판은 보통 게시물 잘 안 올라오지 않나요?
◆ 이택광> 안 올라와요. 보통 구청 민원에 게시판에 많이 올라 오는데. 구청 민원에 올라와야 될 내용들이 많이 올라와 있고.
◆ 장강명> 내용이.
◆ 이택광> 좀 있죠.
◇ 정관용> 지금 청취자 분들 가운데 혹시 뭐 수지를 사형시켜라 이게 무슨 얘기지 하실 분이 있는 것 같은데. 이택광 교수가 아예 소개를 하죠. 이게 뭐였었죠?
◆ 이택광> 유튜버 양예원 씨가 있죠. 원래는 모델이었고요. 그 양예원 씨가 이제 과거에 성폭력을 당했던 어떤 그런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고백했던.
◇ 정관용> 스튜디오에서 비공개 촬영 그거죠?
◆ 이택광> 출사라고 그러는데 그 때문에 그 출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이나 이런 것들이 많이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 양예원 성추행 피해 폭로 국민청원에 수지씨가 동의를 한 거죠. 그런데 그걸 가지고 스튜디오를 잘못 지목해서 피해를 입혔다고...
◇ 정관용> 그러니까 다른 스튜디오를. 그런데 수지가 다른 스튜디오를 한 게 일부러 한 게 아니라면서요. 원래 올라와 있던 청원글에 잘못된 스튜디오가 있었다면서요?
◆ 이택광> 그렇죠. 원래 청원글 자체가 잘못된 건데 그걸 수지 씨가 지지를 했다는 사실 때문에 수지 씨가 마치 큰 피해를 끼친 것처럼, 그렇게 여론을 호도하는 그런 움직임들이 있었죠. 사실 해프닝으로 끝나야 하는 문제인데. 사형 청원까지 하고 이러니까 조금 웃기는 일이 돼버린 거죠.
◇ 정관용> 이런 청원 어떻게 생각하세요, 장강명 씨는?
◆ 장강명> 그런데 굉장히 이렇게 시사프로그램에서 이 청원 잘못됐다 이렇게 비난할. 이렇게 정색하고 비난할 내용일지 모르겠습니다마는. 뭔가 성인이 아니든지 아니면 성인이어도 뭔가 좀 마음이 아픈 분이든지 이런 분이 올린 거 아닐까 싶은데요. 트럼프 탄핵해 달라 그런 청원도 올라왔다고 들었습니다.
◇ 정관용> 트럼프 탄핵해 달라는 청원 있었죠. 그런데 청와대가 어떻게 할 수 있죠?
◆ 장강명> 못 하죠.(웃음) 이런 청원 올라오는 거 물론 좀 웃기는 일이고. 뭐 글쎄요. 그 국민청원게시판이라는 게 저는 꼭 무슨 서울역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그냥 그 자리에 어쩔 수 없이 아무리 어떻게 하려고 해도 누군가 담배꽁초 버리고 시끄럽게 구는 사람이 있고. 행상 나오고 이런 거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색하고 이런 청원이 올라오기 때문에 국민청원게시판을 닫아야 한다,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 정관용> 도떼기시장적인 모습이 있을 수밖에 없으나 그렇다고 문 닫을 필요 없다.
◆ 장강명> 도떼기시장도 필요합니다, 세상에.
◇ 정관용> 그런데 제대로 된 국민과 정부의 소통창구 이런 본연의 기능이 너무 지금 약해지고 있다. 이런 지적도 있어요. 어떻게 보세요?
◆ 이택광> 사실 정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과연 이대로 방치를 해 놔야 되느냐, 여기에 대해서 조금 문제제기는 좀 오래됐습니다. 이런 문제제기를 한 적은 그래서 이 청와대 이 국민청원게시판 자체가 미국 위더피플의 오바마 정부였죠. 벤치마킹이에요.
◇ 정관용> 위더피플?
◆ 이택광> 위더피플이라는 역시 어떻게 보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이런 것들과 같은 연장선상에서 직접 민주주의의 도입.. 이런 취지에ㅁ서 제가 볼 때는 위더피플이라는 게시판을 개설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조금 이제 우리 국민청원 게시판하고는 좀 다르죠, 위더피플이. 들어가보시면.
◆ 이택광> 분류가 돼 있습니다. 각 항목별로. 그래서 이제 우리처럼 그냥 모든 게시판에, 게시판에 한 게시판에 모든 청원이 올라오는 게 아니라 그것이 분류가 됐죠. 외교, 국방 이렇게. 전부 다 이렇게. 정책 분야별로 있어서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없으면 청원을 못하게 돼 있어요.
정책에 대한 청원을 하도록 딱 제한이 돼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실 정책이 아니라 뭐든지 청원하는 게 돼버린 거죠. 말그대로 국민 신문고가 돼버린 거예요. 그래서 상당히 사실 제가 아까 말씀드렸지만 동 사무소이나 구청 민원실에 가셔서 하셔야 될 말씀도 거기에 다 해 놓는 거죠.
◆ 장강명> 저는 신문고 말씀을 들으니까 미국 정부의 위더피플보다 조선시대의 신문고가 생각이 나는데. 우리 이렇게 어려운 일 있으니까 나랏님 해결해 주세요 이거 아닙니까? 그래서 그리고 정확히 매커니즘도 똑같고 이게 문제도 문제가 있다면 똑같은 문제인데. 그러니까 이게 어떤 이 자체로 문제라든가 이걸 고쳐야 된다든가 이런 생각이 들지 않고요, 다른 문제의 결과예요.
무슨 문제의 결과냐 하면 한국에 이제 민주주의라는 게 굉장히 전통이 약하고 아직까지 위에서 뭔가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이런 문화가 있는데요. 그러니까 우리 민주주의가 상류는 잘 어떻게든 기틀을 잡았는데. 1987년에 직선제를 도입하면서요. 그런데 그 이후에 그 민주주의가 이제 하류로 중류 하류로 안 내려왔단 말이죠. 지방 의회에서 해야 될 것. 조금 더 작게 회사 공동체, 마을 공동체,거리에서 해야 될 것들을 우리가 그걸 참여를 해서 스스로 바꾸는 훈련이 잘 안 돼 있습니다. 이거 힘들고요, 사실.
서양 민주주의 사회도 시민사회라는 게 몇 백 년 동안 성숙한 의식으로 만들어진 건데 우리 그게 없고 지금 내 주변의 일을 해결을 해야 될 창구를 찾다 보니까 한 군데로 가운데로 모았더니.
◇ 정관용> 무조건 제일 힘센 대로 그냥.
◆ 장강명> 그걸 그러면 이게 문제라고 이걸 없애야 되느냐? 그건 아니고요. 원인은 다른 곳에. 사회 핏줄, 가는 핏줄, 모세혈관 여기 가는데 여기 곳곳에 민주주의를 실현을 시켜야 그럼 이 문제도 자연히 적게 될 거고요. 또 한편으로는 지금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만약에 국정의 운영 과제, 우선순위를 이 게시판을 보고 한다. 이러면 문제죠. 그런데 그런 거 아니잖아요. 청원이 올라와서 답하는 데 제 생각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거든요. 비서관이, 담당비서관이 담당부처한테 보고서 받아서.
◇ 정관용> 그리고 또 모든 것에 답하는 건 아니에요. 한 달 사이에 20만 이상이 참여해야 답하게 되는 거니까.
◆ 장강명> 그러니까 이게 제일 바람직한 형태다라고 말씀 못 드리겠지만 지금 이걸 그렇게 문제 삼을 필요 있을까. 이런 청원이 올라온다고 문제 삼을 필요가 있을까요.
◇ 정관용> 그런데 이택광 교수께서 조금 아까 말한 대로 정책 분야에만 한정한다든지 그럴 필요는 조금 있다고 보세요?
◆ 이택광> 그렇죠. 저도 폐쇄는 아니고요. 이걸 조금 더 효율적으로 만들 필요는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금방 이제 장 작가님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 민주주의 특징이 있죠. 국회가 사실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기보다는 대통령이 사실 국민 의사를 더 반영하는 그런 구조가 있기 때문에 이게 또 하루아침에 바뀔 것 같지는 않고 물론 지금 개헌 논의가 있기는 있지만 개헌이 된다고 해서 이게 하루아침에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상당부분 이것이 지속된다고 했을 때 차라리 이것을 긍정적 에너지로 보고 한국 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그런 걸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더 개선하면 좋을 것 같고. 그게 이제 역시 위더피플처럼.. 위더피플은 아예 정책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접근을 못하도록 돼 있지만 또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가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없더라도 가서 청와대 게시판에서 한마디 할 수 있다는 것도 크게 보면 좋은 걸 수가 있거든요.
◆ 장강명> 어떤 장벽이 훨씬 낮은 거죠.
◆ 이택광> 그렇죠. 그 두 가지의 조금 이 절충안이 나와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정책과 관련된 어떤 의견들은 따로 이렇게 모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또 더 분석을 해 본 데이터가 있는데 지난해 8월 19일부터 올해 4월 13일까지 8개월 간에 국민 청원이 한 16만 건 있는데 분석을 해 보면 여성이라든가 정책이라든가 아기라든가 이런 말들이 빅데이터를 해 보면 많이 나옵니다.
한 20건 정도의 답변을 했는데 대부분 청와대 쪽에서 답변을 한 내용들은 인권, 성평등 이라든가 이런 어떤 어떻게 보면 보편적인 어떤 문제와 관련된 것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그 안에 자정작용이 있다는 것은 알 수가 있죠.
◇ 정관용> 그러니까 사람이 관심이 집중되는 건 아마 미세먼지 관련해서 아기 이렇게 될 것 같고.
◆ 장강명> 그렇죠. 육아 문제 관련.
◆ 이택광> 그래서 아예 정말 난립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기는 좀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의견들이 난립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기는 좀 어렵고 그 안에서도 어쨌든 뭔가 정리되는 분위기가 있다는 거죠. 그러면 그걸 그냥 방치해 두는 게 아니라 청와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그런 식으로 분류할 필요는 저는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뭐 그것을 정책적으로 분류하지 않더라도 일정하게 이렇게 분류를 해서 그 분류된 대로 이렇게 일반적으로 거기 접속해서 게시판에 와보시는 분들도 뭔가. 정리되고 있다는 걸 알 수가 있고. 같은 의견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또 알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필요는 있다는 거예요.
◆ 장강명> 굉장히 좋은 말씀이고요. 다 동감하고 이제 그거하고 별도로 청와대 역할하고 별도로 저는 이제 한국의 시민사회가 언제까지 나 걸어가야 하는데 어른 손 잡고 갈 수 없지 않겠습니까? 이제 좀 걸음마 수준을 떼서 어떤 종류의 참여하는 형태, 참여하는 형태로 이제 좀 어떤 자치적 거버넌스를 단위별로 이뤘으면 좋겠는데. 예를 들어 지금 대학학생회 같은 거 과거에 비해서 그렇게 과거에도 그렇게 자치적으로 잘됐던 것 같지는 않지만 지금 학생회장도 못 선출하는 학생회 많습니다.
초중고 학교운영위원회들이 있거든요. 학부모가 참여를 해서. 학교 운영을 잘하라는 취지인데. 해 보신 분들 말씀 들어보면 잘 안 돼요. 그리고 뭐 한국 기초의회들 자기동네 기초 의원이 몇 명이냐 이거도 모르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일 겁니다. 좀 광역의회만 해도 광역의회, 내 동네 광역 의원이 무슨 정당이냐. 이것도 아마 거의 모르실 것 같고요. 이런 데에서 좀 어떻게 역량을 아래에서 좀 이렇게 끌어올리는 노력을. 이건 청와대가 할 일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할 일입니다. 제가 굉장히 이상적인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제가 저도 방법은 모르는데. 이게 좀 해야 되지 않을까 해서 이걸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리고 싶네요.
◇ 정관용> 그런데 참 장강명 작가 방금 마지막 멘트가 이걸 국민참여청원게시판에 올리고 싶다. 그거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우리 시민사회 역량을 성숙시켜주세요, 그게 청와대가 할 일입니까?
◆ 장강명> 그렇죠. 이걸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으니까 지금 일단 말하는 창구고 아마 교수님 말씀하신 것처럼 그 사이트는 사이트대로 정돈을 하고 이게 올리는 문화도 올려서 답변 받고, 올려서 답변 얻고. 지금 조금한 것도 조금 가라앉고 하다 보면 어떤 종류의 질서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 정관용> 질서가 만들어질까요. 아니면 더 좀 혼잡해질까요.
◆ 장강명> 제가 너무 낙관적인가요.
◆ 이택광> 방금 장작가님이 말씀하신 그게 틀린 거는 아니죠. 왜냐하면 케인즈주의(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사상) 같은 경우는 정부가 그런 시민사회를 양산할 의무도 사실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 장강명> 그런데 케인즈가 롱텀(장기간)의 무용함을 또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길게 봐서 잘될 거라는 건 별 의미 없다고. (웃음)
◆ 이택광>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에 고치면서 좋은 것을 찾아서 해야 된다는 얘기를 한 건데 그래서 어느 정도의, 그런 감시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관리 정도는 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그것은 어느 정도 청와대가 책무를 쥐고 있죠, 제가 볼 때는. 그래서 국민청원게시판을 연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걸 하기 위해서.
◆ 장강명> 교수님 아이디어는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려도 될 것 같습니다. 청와대가 국민 청원게시판을 그렇게 운영을 해 달라.
◆ 이택광> 사실 저는 시민사회라고 그러니까 굉장히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 모든 게 사실 시민사회죠. 언론도 그렇고. 저는 국민청원게시판 같은 경우에 어떻게 보면 요즘 SNS 시대에 적응하는 하나의 소통방식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국민들이 하나씩 다 미디어를 가지게 된 거잖아요. 그 미디어를 가지게 됐기 때문에 게시판을 열어주고 그분들이 오셔서 자기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거예요. 그건 좋다 이거죠.
그런데 그것을 또 너무 이렇게 그냥 무방비 상태로 놔두면 우리가 그냥 이 정도 했으니까 됐다, 이렇게 해 버리면 또 안 된다는 거예요, 제 생각에는. 조금 더 관리를 해야 되고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가 아니라 뭔가 좋은 걸 해야 된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지금 필요한 것 같고. 그런 측면에서 지금 국민청원게시판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제기들을 좀 가려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스터 홍 그분처럼, 없애버리자고 하기보다는.
◇ 정관용> 미스터 홍 누구예요?
◆ 이택광> 누구겠습니까? 홍준표 대표... (웃음)
◇ 정관용> 홍준표 대표는 이랬습니다. 국민청원게시판이 집단 여론조작을 하고 있다.
◆ 이택광> 그런 식으로 그렇게 말씀하시면 참 피곤하죠.
◇ 정관용> 우리나라가 괴벨스의 나라다 이렇게 표현을 했어요.
◆ 이택광> 그건 참 힘들죠.
◆ 장강명> 좀 많이 나간...(웃음)
◆ 이택광> 그런데 홍준표 대표는 괴벨스(나치 독일의 국가대중계몽선전장관)가 누구인지를 모르시는 것 같아요. 괴벨스가 뭘 했는지는 모르시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괴벨스의 나라라는 말은 불가능합니다. 괴벨스는 사실 뭘 했느냐. 이 사람은 어떻게 하면 그 대중의 어떤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를 잘 이해하는 뛰어난 심리학자였어요,사실은. 그래서 이제 이 사람은 대표 되지 않은 그런 목소리는 의미가 없다라고 주장했다는 거죠. 그런데 여기에 대한 반론이 많죠.
◆ 장강명> 일정 부분. 그러니까 일정 부분이 아니라 아주 작은 부분 제가 좀 동의할 수 있는 건 그 국민청원게시판 자체를 어떤 여론의 대표 창구로 보고 그게 여론의 전부다라고 생각을 하면 우리가 본의 아니게 어떤 대중 포퓰리즘 이런 거, 선동 이런 거에 군중심리에 휘말릴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거 자체는 조금 경계를 해야 되는 건 맞을 것 같습니다. 괴벨스까지는 좀 아닌 것 같습니다.
◆ 이택광> 그렇죠. 괴벨스가 이야기했던 그런 내용하고 국민청원게시판은 전혀 다르다는 거죠, 말씀드리고자 하는 건. 괴벨스가 원했던 건 국민청원게시판 이런 게 아니에요. 적폐를 해서 나와서 길거리에서 그냥 직접적으로 나와 목소리를 내는 걸 말했던 거고 그런 군중동원을 통해서 군중의 표현을 가지고 정치를 해야 된다 주장했던 사람이라는 거죠.
◇ 정관용> 그래서 히틀러 때 그렇게 군중집회가 많았죠.
◆ 이택광> 그래서 군중집회를 많이 했던 거죠. 그런데 국민청원게시판 역설적으로 말하면 직접민주주의가 아니라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여기에 와서 청원을 해야 되니까. 제도가 만들어져 있고 거기에 와서 의견을 내도록 돼 있어요, 자기가 글을 쓰도록 돼 있고. 그런데 왜 괴벨스 같은 직접민주주의입니까.
◆ 이택광> 정확히 말하면 의회 제도에 대한 도전이다, 이 말씀인 거죠. 그런데 제가 제 생각에는 그거예요. 그러니까 다른 분의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한국은 어차피 직선제를 통해서 어떻게든 우리가 민주주의를 시작했지 않습니까? 우리 한국의 민주주의 경험은 결국 직선제예요. 그러니까 대통령이라는 거죠, 우리 손으로 뽑는 다는 것은.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정치이론에서 말하는 것과는 뭔가 맞지 않지만 어쨌든 한국 국민들에게는 대통령이 곧 나의 의사를 전달해 주는 사람이라는 거죠. 그리고 의회는 거기에 어떻게 보면 주로 이제 의사소통을 해서 정책적 조율을 해야 되는 다른 어떤 파트너로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한국 민주주의에서는. 과거에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 아니었습니까? 어떻게 보면 지금 자유한국당이 지금 과거를 잊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그분들 역시도 그렇게 생각을 했잖아요. 그러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뽑았던 것이고 그런 일을 해 주기를 바라면서.
◆ 장강명> 입법부가 어떤 국정의 한 파트너라기보다는 다음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이렇게 전투를 벌이는.
◆ 이택광>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예요. 물론 이게 또 개헌이 되고 제가 볼 때는 좀 더 나은 민주주의 제도로 나아가야 된다고 저는 생각은 하지만 어쨌든 지금 현재로는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가지고 너무 또 이렇게 심각하게 또 15만 명이 청원했다고 해서.. 자유한국당이 왜 이렇게 이렇게 미움을 받느냐를 저는 반성하시는 게 필요하신 것이 그걸 가지고서 이건 의회제도에 도전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는 건 조금 한국 민주주의의 결과 맞지 않다, 이게 제 생각이에요.
◆ 장강명> 이런 점을 조금 지적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의회와의 관계 말고 행정부 안에서 너무 청와대 쏠림 현상이 심하다. 이런 생각은 약간 들 수 있죠. 그러니까 이게 어쨌든 지금 요즘 장관이 안 보인다. 내각이 안 보인다 이런 얘기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것도 썩 바람직 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청와대가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비서관들은 보좌를 하고 대통령을 보좌를 하고 국무회의 중심으로 정부를 이제 국정의 현안은 이끌어가고 옛날에 이제 노무현 정부 때 어떠한 대통력직속위원회 같은 것들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게 뭐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성과는 조금 다르게 본다 하더라도 저는 좋은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총리가 현안을 국정을 챙기고 국무회의 위주로 현안을 끌고 가고 청와대에서 조금 10년, 20년 뒤의 나라 설계를 해 보는 것. 이런 것도 괜찮지 않을까. 지금 국민 청원게시판이 청와대 안에서 비중이 높은지는 모르겠는데요. 약간 노파심에 그런 말씀도 한마디 드립니다.
◇ 정관용> 결국 오늘 이야기 모아지는 게 국민청원게시판에 관심도 갖고 참여하는 이 시민들을 향해서는 진짜 원칙론적으로 한 번 좀 생각하면서 정말 그게 청와대로 가야 할 일인지 아니면 내 주변에서 이 이웃과 함께 해결할 문제인지 좀 생각해 봅시다. 그런 말씀을 장강명 작가가 주로 하신 거고 또 지금 이제 하루에 700건, 1000건씩 이렇게 올라오는 것을 그걸 그대로 둘 것인지. 뭔가 조금 관리 체계를 만들 것인지 이건 청와대가 좀 고민해 봐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렇죠?
◆ 이택광> 사실 외국 정론지 같은 경우는 언론사 같은 경우도 댓글을 아무나 달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선별을 해서 댓글을 달도록 하는데 그 자체가 민주주의를 크게 훼손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저는 어느 정도 관리를 해야 된다고 보고 그리고 관리라는 게 정말 이제 수지 사형 청원 같은 거 이런 거. 이런 것들은 사실 걸러내야 되는 거죠.
굳이 그게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와서 많은 사람들이 조회를 하고 거기에 또 청원을 하고 그런 것들은 사실 건강하지도 못한 것이고 훌륭하지도 않은 거죠. 그래서 국민청원게시판 자체의 취지를 또 손상할 수 있고 이런 부분들은 조금 어느 정도 관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 장강명> 우리가 개헌을 어떻게 하든 간에 대통령한테 집중된 권력을 아래로 분권하는 게 큰 방향일 텐데요. 이제 그런 아래 조직, 더 작은 조직 또 이웃에 가까운 조직들한테 권한과 책임이 가고. 거기에 맞게 시민사회도 좀 이렇게 걷는 연습을 하고 이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입니다.
◇ 정관용> 그리고 이제 우리 언론도 국민청원게시판을 너무 많이 들여다보고 너무 기사를 많이 쓰고 그것도 저는 좀 문제라고 생각해요.
◆ 장강명> 저도 정말 동감입니다. 특히 개방형 SNS들, 검색이 되는 대형 커뮤니티들 그리고 국민청원게시판 이런 데가 지금... 사실 어떤 여론조사도 여론을 잘 파악을 못하면서 언론이 그런 데서 여론의 조각들을 얻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너무 편리한 기사 발굴터인데. 너무 안이한 거고. 그리고 거기가 별로 그렇게 건강한 여론, 국민여론의 대표 되는 의견들이 모여있는 곳 같지 않거든요. 이거 좀 지양해야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오늘 왠지 이택광 교수와 장강명 작가가 상당한 균형 감각을 발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 장강명> 오늘 케인즈도 나오고 괴벨스도 나오고 동서양 신문고도 나오고 인문학 향연 같은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 정관용> 여기까지 마치죠. 이택광 교수, 장강명 작가 수고하셨습니다.
◆ 이택광, 장강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