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군산공장 폐쇄일인 31일 10시, 공장 동문 인근에 있는 직원 전용 차량 정비센터.
근로자 이석원(52)씨는 대우 로고가 붙은 자신의 라세티 승용차에 거품을 묻히며 씁쓸히 웃었다. 이곳에서 하는 마지막 세차였다.
이씨는 지난 1990년 제대한 뒤 이듬해 '대우맨'이 됐다. 창원공장에서 티코를 만들다가 군산공장 가동과 함께 이곳에 왔고, 군산 공장의 마지막과 함께 하게 됐다. 22년만이다.
이씨는 "석달 전 생산라인이 멈춘 뒤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서 그런지 이제는 홀가분하다"며 "자식들도 다 컸고, 부모님이 계신 충남 부여에 가서 농사나 지을 생각이다"고 했다.
이어 "어제 딸이 두 번째 월급을 받았다며 용돈을 보내줬는데, 이제는 그 재미로 살아야겠다"며 웃었다.
다만 이른 시기에 직장을 잃은 후배들이 걸린다. 그는 "동생들이 젊음을 무기로 항상 즐겁게, 감사히 살았으면 좋겠다"며 "비록 우리 모두 퇴직하지만, 전직 대우맨으로서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씨는 "답답한 심정은 깊은 곳으로 밀어 넣고 서울로 올라와 호텔 쪽 일을 하고 있다"며 "퇴근 뒤엔 전기 쪽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메시지를 전하자 박씨는 되레 선배들을 위로했다. 그는 "저희보다는 오히려 그분들이 걱정이다. 다들 힘내셨으면 좋겠고 앞으로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또한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겠다"고 덧붙였다.
한국GM은 최근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군산공장 잔류근로자 612명 중 200여 명을 전환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씨는 "다음달 중순 정도에 (전환배치 최종 발표가) 날 것 같다. 자세한 방법 등은 조합과 사측이 논의해서 결정할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내가 하던 일이 있기 때문에 그 분야에서 더 열심히 하겠다"며고 힘줘 말했다.
현재 군산공장에는 유지‧보수에 필요한 40명 가량의 최소 인력만 남아 있다.
과거 군산 수출의 50% 가량을 책임지며 지역 경제를 견인한 군산공장은 모두의 땀과 눈물을 간직한 채 역사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