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배우한테 정점은 없는 것 같다, 한순간일 뿐"

[노컷 인터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서준희 역 정해인 ②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서준희 역을 맡은 배우 정해인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정해인에게 무척 특별한 작품이다. 2014년 TV조선 '백년의 신부'로 데뷔한 그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다. 가족처럼 가깝게 지냈던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에 잘 녹아든 덕에, 정해인은 현재 연예계가 주목하는 가장 핫한 스타 중 한 명이 됐다.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기삿거리가 되는 것은 기본이다. 시장 반응을 기민하게 받아들이는 광고업계의 러브콜도 계속되고 있다. 삼성화재, 빙그레, G9 등 '예쁜 누나' 이후 새로 추가된 광고만 3편이다. 언론의 관심도 뜨겁다. 정해인 소속사 FNC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종영 인터뷰를 신청한 매체는 90개에 달했다.

하지만 정해인은 인기는 한순간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너무 만끽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본인보다는 연기한 캐릭터가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정해인. 그를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노컷 인터뷰 ① 정해인 "손예진 선배 커리어에 누 되면 안 되겠다 생각")

◇ 군대에서 결심한 배우의 길

정해인은 지난 2014년 TV조선 '백년의 신부' 최강인 역으로 데뷔했다. 그때 나이가 스물일곱이니 데뷔가 빠른 편은 아니다. 중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그는 고3 때 진로를 바꿨고, 군대에 가서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정해인은 대학에서 워크샵, 연극, 뮤지컬 등을 '살짝 맛만 보고', 1학년 마치고 군대에 갔다. 특수성이 있는 집단에 머물다 보니 생각이 많아져 평소에 잘 안 쓰던 일기도 쓰면서 본인을 돌이켜봤다는 정해인은 '시작했으니까 끝을 보자'고 결심을 굳혔다.

그래서일까. 정해인은 배우 아니면 어떤 일을 했을 것 같냐는 질문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배우가 되고 나서 후회한 적이 없냐는 질문에도 "연기하기로 결정한 뒤로는 후회를 단 한 번도 한 적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해인은 "그 이유는 행복감을 느끼면 되기 때문이다. 제가 주어진 길에 행복을 느끼려면 시야와 시각을 낮추면 된다. 그럼 되게 행복해진다. 자꾸 남을 보게 되면 제가 불행해지지 않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게 제 꿈"이라고 밝혔다.

'예쁜 누나' 서준희 역으로 정해인이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된 사람도 많겠지만, 정해인은 이미 작품 여러 편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현대극, 사극, 트렌디 드라마와 주말 가족 드라마까지 차근차근 출연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블러드' 주현우, '불야성' 탁, '슬기로운 감빵생활' 유대위, '당신이 잠든 사이에' 한우탁 (사진=각 방송 캡처)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백년의 신부'), 승려 출신의 세자 익위사('삼총사'), 팔방미인 천재형 재야 감염학자('블러드'), 단순 용감한 성격의 청년('그래, 그런거야'), 정보가 밝은 보디가드('불야성'), 넉살 좋은 경찰('당신이 잠든 사이에'), 악마로 불리는 군인 출신 재소자('슬기로운 감빵생활') 등 역할도 다채롭다. '응답하라 1988'과 '도깨비'에서 각각 여주인공의 첫사랑으로 출연한 사실도 뒤늦게 회자됐다.

정해인은 "조연 주연 나누는 것도 사실 잘 모르겠다. (주연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비중이 큰 역할일 뿐이다. 비중이 큰 역할을 이번에 했으니 거기에 따라오는 피로도가 있으니, 회복하고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해인은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늘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데뷔한 뒤로는 길게 쉬어본 적이 없다.

자신에게 조금 여유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해인은 "집중하는 시간이 끝나면 크게 숨 쉬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지금 찾고 있다. 아직 이렇다 할 저만의 노하우가 축적되진 않았다"면서 "드라마 촬영 때문에 못 했던 운동도 열심히 해 보고 노래도 배우고 싶다. 숨통 트이는 방법을 열심히 찾고 싶다"고 답했다.

◇ 연기하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

'예쁜 누나' 안판석 감독은 일간스포츠 인터뷰에서 정해인을 '연기력으로 새로운 스타가 된 경우'라고 소개했다. '연기를 잘하고 싶어 하는' 배우이기에 믿어도 된다고까지 말했다.

이에 대해 정해인은 "연기하려고 카메라 앞에 설 때 연기 외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 스타일링이나 헤어, 메이크업 등. 저는 슛 들어가기 전에 (스타일링 안 해도) 괜찮다고 하고 액션! 하기 전까지 대본 보고 있었다. 그걸 보고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신 것 같다"고 전했다.

정해인은 "남들보다 (대본을) 잘 외우는 편이 아니다. 더 많은 시간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스타일, 헤어, 메이크업에 신경 쓰기보다는 대본을 계속 봐야 한다. 제 것으로 만들어지는 데 좀 더디다"고 부연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안판석 감독과 정해인 (사진=JTBC 제공)
'불야성' 탁, '당신이 잠든 사이에' 한우탁, '슬기로운 감빵생활' 유대위로도 불리긴 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정해인의 대표 캐릭터는 '예쁜 누나'의 서준희일 것이다.

정해인은 "작품 캐릭터가 사랑받는 게 훨씬 좋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게 앞으로 제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서준희를 작품에서 보여줬기 때문에 좋아해 주시는 거다. 정해인이란 사람을 알지 못하거나 뭐 하는 사람인지 몰랐을 거다. 전 그냥 엄마 아빠의 아들이다. 작품을 사랑해주셨다는 걸 너무 잘 안다"고 밝혔다.

연기하면서 어떤 때 가장 뿌듯함을 느끼냐고 묻자 정해인은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관심 있게 봐 주시고 작품과 캐릭터를 사랑해 주실 때"라고 답했다. 이어, "배우는 어쨌든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고, 연기라는 일종의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그걸 좋게 봐 주시고 만족하시고 감동하고 공감 얻으시는 시청자나 관객을 보면 정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 "배우한테 정점은 없는 것 같다"

정해인은 이달 초 열린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인기상을 받으며 '대세'임을 입증했다. 한편으로는 '센터' 논란도 겪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내내 '신중한 자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조심스러워하는 태도도 읽혔다.

보는 눈이 많아진 대세로 떠올랐다는 말에도 정해인은 "배우한테 정점은 없는 것 같다"고만 말했다. 지금 충분히 핫하지 않느냐고 재차 묻자 "그것도 한순간이다, 한순간. 저는 연기를 계속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인기를) 만끽하면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악역을 해도, 인기가 떨어져도 상관없다고 전했다. 악역을 맡아 비난받아도 괜찮을지 묻는 짓궂은 질문에 정해인은 "그것만큼 보람을 느끼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 작품만 할 것도 아니고. (매 작품) 다른 인물에게 색을 입힐 거라 괜찮다"고 답했다.

배우 정해인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인기 얘기에도 "어차피 인기는 식는다"며 웃었다. 정해인은 "앞으로 오래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 큰 계기는 없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자라온 건 사실이다. 부모님이 맞벌이하셔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지냈다. 같이 밥 먹고 산책하며 얘기도 많이 하고. 그 경험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있다. 그때마다 해 주셨던 말이 '항상 겸손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악역, 선한 역 구분 짓지는 않는다. 좋은 대본과 시나리오가 있으면 하고 싶다"는 정해인은 당분간 팬미팅 준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잘 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아직 확실히 정해진 차기작은 없다고. 다만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계속 읽는 중이다.

올해 상반기를 기분 좋게 시작한 그에게 앞으로 30대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냐고 물었다. "제가 지금 서른한 살인데, 앞으로도 차분하게 묵묵히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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