펍지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저작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침해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에픽게임즈 코리아도 민감한 상황을 의식한듯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국내에 OBT 형식으로 출시한 포트나이트의 정식 버전 출시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에픽게임즈 코리아 관계자는 "게임이 원빌드다보니 출시와 관련된 사항은 본사와 유기적으로 협의해서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소송에 대한 문제는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펍지의 저작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이 포트나이트가 새롭게 적용한 '배틀로얄 모드' 때문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섬과 같은 일정한 공간에 100명의 참가자들이 혼자 남을때까지 싸우는 슈팅게임으로 지난해 3월 PC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 얼리억세스로 출시돼 단숨에 4천만 장 이상의 누적판매를 기록한 FPS 기반 PvP 배틀로얄 게임이다.
반면 포트나이트는 지난해 7월 좀비를 상대로 요새를 짓고 수비하는 PvE 모드 '세이브 더 월드'를 처음 출시한데 이어, 9월 PvP 배틀로얄 모드를 추가해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배틀그라운드와 흡사한 룰을 가졌지만 '액션빌딩'이라는 차별화 요소를 내세우고 있다.
배틀그라운드가 전례 없는 흥행기록을 세우자 이와 유사한 배틀로얄 장르 게임들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특히 중국 제작사들의 베끼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펍지 모회사 블루홀은 지난해 9월 입장문을 내고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배틀로얄 모드는 게임성과 핵심요소, 게임 UI 등에서 배틀그라운드와 매우 유사하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실제 출시된 배틀로얄 장르 게임의 상당수가 일정 시간마다 좁혀지는 안전지대 표현 방식이나 미니 맵, 무기 획득, 경고 메시지 표시 방식, 사용자 환경 등이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게임시장에서 트랜드가 되어버린 MMORPG 장르의 경우 중세와 판타지 복합 배경, 캐릭터의 역할수행 방식, 무기나 능력, 사용자 환경 등이 매우 흡사하다는 점을 보면, 지적재산권 침해를 쉽게 판단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펍지는 지난 4월 '짝퉁 배그'로 알려진 중국 게임사 넷이즈의 '황야행동'에 대해 미국법원에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포트나이트에 대해서는 한국법원에 제기했다는 점은 다소 의문이다. 포트나이트는 국내보다 북미·유럽 등 해외 유저 이용이 높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개발사인 에픽게임즈는 미국 기업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배틀로얄 장르에서 선구적인 입지를 다진 배틀그라운드가 '중국산 짝퉁' 게임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경고성 메시지를 날린 것으로 본다"며 "텐센트를 통해 중국시장에 진출한 배틀그라운드의 지적재산권을 적극 지키는 동시에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포트나이트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국내 출시된 포트나이트는 2분기 네오위즈와 손잡고 PC방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지난 4월 10일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PC방에 상륙해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버전까지 앞다퉈 출시해 국내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배틀그라운드는 기기간 버전이 달라 호환이 안되고, 지역별 서버가 달리 운영되는데 반해 포트나이트는 원빌드 방식에 모바일, PC, 콘솔 등에서 완벽하게 호환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펍지의 기록을 앞서기 시작했다. 유료게임으로 시작한 배틀그라운드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포트나이트 최고 동시접속자는 340만명으로 배틀그라운드의 320만명을 근소하게 앞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펍지는 최대 13억 달러(약 1조 4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포트나이트는 무료 다운로드 게임이지만 무기와 스킨 판매 등을 통해 매달 200만 달러(약 21억 6천만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추정했다.
포트나이트는 iOS에 이어 안드로이드 버전이 올 3분기 출시 예정이어서 해외 시장에서 배틀그라운드의 부침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