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재홍 (배우)
◆ 박재홍>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제가 앞에서 배우라고 소개를 해 드렸는데 자기 소개를 직접 좀 해 주시겠어요?
◆ 박재홍> 안녕하세요, 저는 박재홍이라고 하고요. 아직도 배우라는 수식어가 거창하고 느껴져서.
◇ 김현정> 어떤 작품 출연하셨어요?
◆ 박재홍> 주로 연극을 했고요.
◇ 김현정> 연극을...
◆ 박재홍> 헌재는 이병헌 감독님의 극한 직업이라는 영화에 신하균 선배님 밑에 있는 조직원 역할로 촬영 중에 있습니다.
◇ 김현정> 조직원 1, 2, 3 중의 하나 이런 식으로?
◆ 박재홍> 그렇죠.
◇ 김현정> 지금 거기에 출연했을 때보다 어제, 오늘 더 유명해진 거네요?
◆ 박재홍> 그렇게 됐습니다. (웃음)
◇ 김현정> 주변의 반응들이 어때요?
◆ 박재홍> 처음에 부모님께서는 걱정을 하셨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좋은 일이어서 잘했다고 좋아해 주셨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알려진 건 어제지만 사고가 난 건 지지난주네요, 19일?
◆ 박재홍> 사고가 나고 좀 지나서 이슈가 돼서 좀 얼떨덜합니다, 아직도.
◇ 김현정> 봉천동의 길거리를 지나가고 있었어요?
◆ 박재홍> 집이 그 근처고요. 그 근방에 볼 일이 있어서 잠깐 갔다가 우연히 ‘불났다’ 해서 옆에서 아저씨 뛰어가는 거 보고 무작정 따라 들어가게 됐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불이 났어, 불이야!’ 하면서 주변에 있던 아저씨가 뛰어가는 거예요?
◆ 박재홍> 네, 무작정 따라갔습니다.
◇ 김현정> 보였던 상황을 설명해 주세요. 뛰어가 보니 어떤 상황이 펼쳐져 있었습니까?
◆ 박재홍> 한 층, 한 층 올라갈수록 연기가 매워지고 시야가 좀 탁해지니까 여기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고요.
◇ 김현정> 한 층, 한 층 올라갈 때마다 유독가스가 입 안으로 확확 들어오는 상황? 그걸 뚫고 어떻게 올라갔어요? 아무 장비도 없이.
◆ 박재홍> 근처에 볼 일이 있었던 게 지인이 공사하는 데가 있어서 구경하러 갔다가 간 거여서 거기가 공사장이었으니까 방진마스크를 가지고 있었어요.
◇ 김현정> 공사장도 미세먼지 같은 게 많으니까 방진마스크를 끼고 있었군요.
◆ 박재홍> 불 났다고 해서 거기 올라가면서 쓰고 올라가게 된 거죠.
◇ 김현정> 세상에. 하늘이 그냥 그 시간에 박재홍 씨한테 방진마스크까지 손에 쥐어가지고 그쪽으로 보내신 거네요? (웃음)
◆ 박재홍> 그렇죠. 저는 운이 좋았다고 해야겠죠. (웃음)
◆ 박재홍> 저보다 먼저 이제 불이라고 외치면서 뛰어가신 사장님이 계셨잖아요. 그분이 이제 그 집 문을 두드리면서 문 좀 열어달라고 하고 계시는데, 제가 도착하니까 안에 사람이 있다고, 본인이 도착했을 때는 인기척이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앞에서 불이야 하면서 뛰어올라간 그분은 문앞까지 가 있었지만 문이 잠겨 있어서 들어가지 못하고 막 두드리고 있는 상황?
◆ 박재홍> 그래서 영화에서 보면 손잡이를 총으로 쏘거나 하면 열리잖아요.
◇ 김현정> 네. 맞아요.
◆ 박재홍> 그래서 손잡이 부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옆에 소화기가 보이길래 소화기로 손잡이를 내려쳤어요. 손잡이는 떨어지더라고요. 그런데 굳게 닫힌 문은 꿈쩍도 안 하고. 그런데 마침 제가 공사장에 왔잖아요. 그게 생각이 나서 뛰쳐내려왔어요.
◇ 김현정> 다시 내려왔어요?
◆ 박재홍> 공사장에 일하시는 사장님께서 1층에 계셔서 ‘안에 사람이 있다. 연장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공구를 가져오셨어요.
◇ 김현정> 그렇게 된 거군요. 지금 먼저 올라간 분은 카센터 사장님이었고 다시 공사장 가서 공구 좀 갖다 주세요 한 게 그분은 인테리어 사장님이었고. 지체 없이 가지고 오세요 하니까 그분이 달려가서 바로 가지고 온 거예요.
◆ 박재홍> 그렇죠. 문이 고작 해봐야 5cm도 안 되잖아요, 두께가. 그런데 이 집에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고작 5cm 문이 안 열리니까...
◇ 김현정> ‘이렇게 안 열리나, 이거 왜 이러나..’
◆ 박재홍> 계속 쉽게 열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렇게 해서 가까스로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니 어땠습니까? 상황이?
◆ 박재홍> 우선 문을 딱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거는 그 현관 앞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것. 그분 위로 신발장 같은 게 무너져 있었거든요. 검은 연기 사이로 불길이 보였어요. 그래서 우선은 끄집어내야겠다 해서 그분께는 좀 죄송하지만 그냥 잡히는 대로 잡고 일단 집밖으로 끌어냈고요.
◇ 김현정> 안에 불길이 막 솟아오르고. 솔직히 덜컥 좀 무서운 생각이 들었을 것 같은데요?
◆ 박재홍>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사람이 딱 보이니까 그 분 보자마자 ‘아, 이제 데리고 내려가면 되겠다.’ 해서. 또 한편으로는 안에 사람이 더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다 했었거든요.
◇ 김현정> 있었어요, 없었어요, 결국은?
◆ 박재홍> 정말 다행히도 그분밖에 없었어요.
◇ 김현정> 천만다행입니다. 소방차는 아직 안 왔어요?
◆ 박재홍> 제가 찾아서 내려오는 도중에 한 3층쯤에서 불을 진압하려고 올라오시는 소방관 분들이랑 크로스가 됐어요.
◇ 김현정> 그래서 소방관님들한테서 소방차에 그분을 넘기고 이러고 빠지신 거예요?
◆ 박재홍>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아무리 방진마스크를 썼어도 괜찮으세요, 박재홍 씨?
◆ 박재홍> 그때 잠깐 어지럽고 목 따가웠던 거 말고는 괜찮습니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 김현정> 천만다행입니다. 괜찮으세요? 어떤 분이었어요, 그 시민은?
◆ 박재홍> 서울대학교 학생이라고 들었고요.
◇ 김현정> 학교 근처에 오피스텔에 혼자 살고 있었군요?
◆ 박재홍> 네. 그래서 현재는 치료 중에 있다고는 들었어요. 지금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들었어요.
◇ 김현정> 그 서울대 다니는 학생, 우리 의인 3인조 덕분에 정말로 목숨 건졌네요. 지금은 기도 붓고 중환자실에 있는 상태니까 감사 인사 드릴 경황이 아니겠지만 끝나고 나면 꼭 3인조 분들하고 만나가지고 감사 인사도 하고 손도 잡아주고 서로 격려하고 이래야 될 것 같아요.
◆ 박재홍> 저도 빨리 회복하시면 한번 뵙고 싶습니다.
◇ 김현정> 참 장한 일 하셨고요.
◆ 박재홍> 감사합니다.
◆ 박재홍> 한국 나이로 31살입니다.
◇ 김현정> 그러세요. 촬영하고 있는 작품 언제 개봉해요? 그 극한직업이라는 영화는?
◆ 박재홍> 내년 초쯤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 김현정> 정확히 거기서 역할이 뭐예요?
◆ 박재홍> 신하균 선배님 밑에 마약반 조직원인데요. 선량한 시민 역할은 아니죠. (웃음)
◇ 김현정> (웃음) 내년에 극한직업이라는 영화 열면 신하균 씨, 배우 신하균 씨의 조직원 가운데서 어떻게 찾아야 돼요? 이름이 뭐예요, 이름 없어요?
◆ 박재홍> 이름은 없고요. 숫자로 1번입니다. (웃음)
◇ 김현정> 1번? (웃음) 조직원 1 여러분 찾아주셔야 돼요. 그 배우가 바로 박재홍 씨, 의인입니다.
◆ 박재홍> 감사합니다.
◇ 김현정> 지금 영화 속의 역할은 마약조폭이지만 실제는 이렇게 의인이라는 거. 대단한 일 하셨고요. 장한 젊은이입니다. 특히나 배우. 직업이 배우기 때문에 얼굴에 흉이라도 지면 어떻게 하나 몸을 사렸을 법도 한데 그런 거 정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 극한 상황 속으로 뛰어든 거 정말 잘하셨고요. 극한직업 개봉하면 가서 마약반 조직원1, 꼭 찾겠습니다.
◆ 박재홍>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참 목소리도 밝고 좋은 기운이 느껴지네요. 이런 분들이 있으니까 우리가 살만한 거겠죠. 봉천동 의인입니다. 배우 박재홍 씨 만나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