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동 화재 의인' 박재홍 "영화 속에선 조폭1 이지만"

봉천동 화재 의인 3명 의인상 받아
"불났다" 소리에 5층으로 뛰어올라가
인근 점포 주민들과 공구로 문 열어
구조한 시민은 서울대생...아직 치료중
"영화 <극한직업> 마약조폭 찾아주세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재홍 (배우)

지난 19일 관악구 봉천동 오피스텔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유독가스를 마신 주민은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현관문 앞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는데요. 한치 앞이 위급한 이때에 인근을 지나가던 시민들이 매캐한 연기를 뚫고 들어가서 잠긴 문을 따고 그 시민을 구출해내는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관악소방서에서는 이 의인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했고요. 한 기업에서도 이분들에게 의인상을 수상하고 이번 주 내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봉천동 화재 의인 세 사람은 김해원, 김영진, 박재홍 씨입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이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 박재홍 씨를 만나보죠. 보니까 직업이 배우예요. 연결합니다. 박재홍 씨 안녕하세요?

◆ 박재홍>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제가 앞에서 배우라고 소개를 해 드렸는데 자기 소개를 직접 좀 해 주시겠어요?

◆ 박재홍> 안녕하세요, 저는 박재홍이라고 하고요. 아직도 배우라는 수식어가 거창하고 느껴져서.

◇ 김현정> 어떤 작품 출연하셨어요?

◆ 박재홍> 주로 연극을 했고요.

◇ 김현정> 연극을...

◆ 박재홍> 헌재는 이병헌 감독님의 극한 직업이라는 영화에 신하균 선배님 밑에 있는 조직원 역할로 촬영 중에 있습니다.

◇ 김현정> 조직원 1, 2, 3 중의 하나 이런 식으로?

◆ 박재홍> 그렇죠.

◇ 김현정> 지금 거기에 출연했을 때보다 어제, 오늘 더 유명해진 거네요?

◆ 박재홍> 그렇게 됐습니다. (웃음)

◇ 김현정> 주변의 반응들이 어때요?

◆ 박재홍> 처음에 부모님께서는 걱정을 하셨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좋은 일이어서 잘했다고 좋아해 주셨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알려진 건 어제지만 사고가 난 건 지지난주네요, 19일?

◆ 박재홍> 사고가 나고 좀 지나서 이슈가 돼서 좀 얼떨덜합니다, 아직도.

◇ 김현정> 봉천동의 길거리를 지나가고 있었어요?

◆ 박재홍> 집이 그 근처고요. 그 근방에 볼 일이 있어서 잠깐 갔다가 우연히 ‘불났다’ 해서 옆에서 아저씨 뛰어가는 거 보고 무작정 따라 들어가게 됐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불이 났어, 불이야!’ 하면서 주변에 있던 아저씨가 뛰어가는 거예요?

◆ 박재홍> 네, 무작정 따라갔습니다.

◇ 김현정> 보였던 상황을 설명해 주세요. 뛰어가 보니 어떤 상황이 펼쳐져 있었습니까?

◆ 박재홍> 한 층, 한 층 올라갈수록 연기가 매워지고 시야가 좀 탁해지니까 여기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고요.

◇ 김현정> 한 층, 한 층 올라갈 때마다 유독가스가 입 안으로 확확 들어오는 상황? 그걸 뚫고 어떻게 올라갔어요? 아무 장비도 없이.

◆ 박재홍> 근처에 볼 일이 있었던 게 지인이 공사하는 데가 있어서 구경하러 갔다가 간 거여서 거기가 공사장이었으니까 방진마스크를 가지고 있었어요.

◇ 김현정> 공사장도 미세먼지 같은 게 많으니까 방진마스크를 끼고 있었군요.

◆ 박재홍> 불 났다고 해서 거기 올라가면서 쓰고 올라가게 된 거죠.

◇ 김현정> 세상에. 하늘이 그냥 그 시간에 박재홍 씨한테 방진마스크까지 손에 쥐어가지고 그쪽으로 보내신 거네요? (웃음)

◆ 박재홍> 그렇죠. 저는 운이 좋았다고 해야겠죠. (웃음)

봉천동 화재 의인 '배우 박재홍씨'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5층까지 올라가 보니 어떤 상황이었습니까?

◆ 박재홍> 저보다 먼저 이제 불이라고 외치면서 뛰어가신 사장님이 계셨잖아요. 그분이 이제 그 집 문을 두드리면서 문 좀 열어달라고 하고 계시는데, 제가 도착하니까 안에 사람이 있다고, 본인이 도착했을 때는 인기척이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앞에서 불이야 하면서 뛰어올라간 그분은 문앞까지 가 있었지만 문이 잠겨 있어서 들어가지 못하고 막 두드리고 있는 상황?

◆ 박재홍> 그래서 영화에서 보면 손잡이를 총으로 쏘거나 하면 열리잖아요.

◇ 김현정> 네. 맞아요.

◆ 박재홍> 그래서 손잡이 부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옆에 소화기가 보이길래 소화기로 손잡이를 내려쳤어요. 손잡이는 떨어지더라고요. 그런데 굳게 닫힌 문은 꿈쩍도 안 하고. 그런데 마침 제가 공사장에 왔잖아요. 그게 생각이 나서 뛰쳐내려왔어요.

◇ 김현정> 다시 내려왔어요?

◆ 박재홍> 공사장에 일하시는 사장님께서 1층에 계셔서 ‘안에 사람이 있다. 연장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공구를 가져오셨어요.

◇ 김현정> 그렇게 된 거군요. 지금 먼저 올라간 분은 카센터 사장님이었고 다시 공사장 가서 공구 좀 갖다 주세요 한 게 그분은 인테리어 사장님이었고. 지체 없이 가지고 오세요 하니까 그분이 달려가서 바로 가지고 온 거예요.

◆ 박재홍> 그렇죠. 문이 고작 해봐야 5cm도 안 되잖아요, 두께가. 그런데 이 집에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고작 5cm 문이 안 열리니까...

◇ 김현정> ‘이렇게 안 열리나, 이거 왜 이러나..’

◆ 박재홍> 계속 쉽게 열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렇게 해서 가까스로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니 어땠습니까? 상황이?

◆ 박재홍> 우선 문을 딱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거는 그 현관 앞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것. 그분 위로 신발장 같은 게 무너져 있었거든요. 검은 연기 사이로 불길이 보였어요. 그래서 우선은 끄집어내야겠다 해서 그분께는 좀 죄송하지만 그냥 잡히는 대로 잡고 일단 집밖으로 끌어냈고요.

◇ 김현정> 안에 불길이 막 솟아오르고. 솔직히 덜컥 좀 무서운 생각이 들었을 것 같은데요?

◆ 박재홍>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사람이 딱 보이니까 그 분 보자마자 ‘아, 이제 데리고 내려가면 되겠다.’ 해서. 또 한편으로는 안에 사람이 더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다 했었거든요.

◇ 김현정> 있었어요, 없었어요, 결국은?

◆ 박재홍> 정말 다행히도 그분밖에 없었어요.

◇ 김현정> 천만다행입니다. 소방차는 아직 안 왔어요?

◆ 박재홍> 제가 찾아서 내려오는 도중에 한 3층쯤에서 불을 진압하려고 올라오시는 소방관 분들이랑 크로스가 됐어요.

◇ 김현정> 그래서 소방관님들한테서 소방차에 그분을 넘기고 이러고 빠지신 거예요?

◆ 박재홍>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아무리 방진마스크를 썼어도 괜찮으세요, 박재홍 씨?

◆ 박재홍> 그때 잠깐 어지럽고 목 따가웠던 거 말고는 괜찮습니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 김현정> 천만다행입니다. 괜찮으세요? 어떤 분이었어요, 그 시민은?


◆ 박재홍> 서울대학교 학생이라고 들었고요.

◇ 김현정> 학교 근처에 오피스텔에 혼자 살고 있었군요?

◆ 박재홍> 네. 그래서 현재는 치료 중에 있다고는 들었어요. 지금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들었어요.

◇ 김현정> 그 서울대 다니는 학생, 우리 의인 3인조 덕분에 정말로 목숨 건졌네요. 지금은 기도 붓고 중환자실에 있는 상태니까 감사 인사 드릴 경황이 아니겠지만 끝나고 나면 꼭 3인조 분들하고 만나가지고 감사 인사도 하고 손도 잡아주고 서로 격려하고 이래야 될 것 같아요.

◆ 박재홍> 저도 빨리 회복하시면 한번 뵙고 싶습니다.

◇ 김현정> 참 장한 일 하셨고요.

◆ 박재홍> 감사합니다.

배우 박재홍 씨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지금 한 서른 되셨죠?

◆ 박재홍> 한국 나이로 31살입니다.

◇ 김현정> 그러세요. 촬영하고 있는 작품 언제 개봉해요? 그 극한직업이라는 영화는?

◆ 박재홍> 내년 초쯤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 김현정> 정확히 거기서 역할이 뭐예요?

◆ 박재홍> 신하균 선배님 밑에 마약반 조직원인데요. 선량한 시민 역할은 아니죠. (웃음)

◇ 김현정> (웃음) 내년에 극한직업이라는 영화 열면 신하균 씨, 배우 신하균 씨의 조직원 가운데서 어떻게 찾아야 돼요? 이름이 뭐예요, 이름 없어요?

◆ 박재홍> 이름은 없고요. 숫자로 1번입니다. (웃음)

◇ 김현정> 1번? (웃음) 조직원 1 여러분 찾아주셔야 돼요. 그 배우가 바로 박재홍 씨, 의인입니다.

◆ 박재홍> 감사합니다.

◇ 김현정> 지금 영화 속의 역할은 마약조폭이지만 실제는 이렇게 의인이라는 거. 대단한 일 하셨고요. 장한 젊은이입니다. 특히나 배우. 직업이 배우기 때문에 얼굴에 흉이라도 지면 어떻게 하나 몸을 사렸을 법도 한데 그런 거 정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 극한 상황 속으로 뛰어든 거 정말 잘하셨고요. 극한직업 개봉하면 가서 마약반 조직원1, 꼭 찾겠습니다.

◆ 박재홍>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참 목소리도 밝고 좋은 기운이 느껴지네요. 이런 분들이 있으니까 우리가 살만한 거겠죠. 봉천동 의인입니다. 배우 박재홍 씨 만나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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