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를 건넨 병원장은 국회의원 십수명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까지 더해져 검찰에 넘겨졌다.
허 국장은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길병원 명의의 법인카드 8장으로 모두 3억 5천만원을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카드가 주로 사용된 건 식비와 술값 등 개인적인 용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마사지샵, 골프장, 유흥주점에서 수천만원씩 결제됐고 명품을 사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
허 국장은 지난 2010년 학회에서 병원장을 만난 뒤 술을 마시고 골프를 치며 친해져 법인카드를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국책사업인 연구중심병원 선정 진행 과정을 길병원 측에 흘려줬고, 길병원은 50억원짜리 국책사업을 따냈다.
또 "애초 뇌물이 아니라 인재 추천 부탁을 받고 이를 위해 사용했던 돈"이라고 했지만, 경찰은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또 이 병원 측이 국회의원 15명에게 쪼개기 방식으로 불법 후원금을 건넨 의혹도 조사했다.
올해로 계획됐던 개원 60주년 행사에 초청할 의원들에게 2014년부터 3년간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천만원까지 후원한 것이다.
이를 위해 법인 돈 4600만원을 임직원과 가족 17명의 명의로 나눠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병원 측만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돈을 받은 의원이나 후원회 측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 측에서 '의원들은 몰랐을 것'이라고 하니 별다른 증거가 없어 그쪽은 조사를 못 했다"며 "받은 금액도 많지 않고 입건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의원이 누구인지는 공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뇌물공여·업무상배임·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병원장과 비서실장, 그리고 허 국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