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온두라스 축구대표팀의 평가전. 이 경기는 갓 성인이 된 20세 축구선수 이승우(베로나)가 꿈꿨던 바로 그 무대였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을 대비해 발탁한 28명 가운데 이승우를 깜짝 포함했다. 이승우는 어려서부터 FC바르셀로나(스페인) 유스팀에서 맹활약하며 될성부른 떡잎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2017~2018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프로무대까지 데뷔했다. 하지만 월드컵 출전은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따랐다.
그럼에도 신태용 감독은 과감히 이승우를 선발했다. 시즌 막판 물 오른 컨디션을 선보였다는 점, 그리고 타고난 끼는 ‘큰 무대’에서 빛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의 믿음에 부응이라도 하듯 쟁쟁한 형들과 처음 만난 이승우는 특유의 밝은 모습으로 확실한 눈도장까지 찍었다.
그렇게 이승우의 A매치 데뷔전이 준비됐고, 온두라스를 상대로 꿈에 그리던 A매치 데뷔전까지 치렀다. 경기 초반 다소 고전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라운드 위의 이승우는 제 빛을 찾았다. 결국 후반 15분 손흥민의 선제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대구스타디움을 찾은 3만여 축구팬의 큰 함성을 온몸으로 느꼈다.
이승우는 “어려서부터 꿈꿨던 A매치라 설레고 빨리 뛰고 싶었다”면서 “(A매치는) 축구선수를 시작하며 가장 큰 동기부여이자 이루고 싶었던 꿈이었다. 결과까지 잘 나와서 행복하다”고 활짝 웃었다.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첫 번째 A매치에서 도움도 기록하고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고는 해도 경기 초반에는 다소 답답한 경기를 피할 수 없었다. 이승우는 “초반에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적응했다. 형들이 한 발 더 뛰어주고 도와준 덕에 (경기가) 잘 풀릴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사실 이승우는 온두라스전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역할을 맡았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첫 번째 A매치에 ‘주연’이 아닌 철저한 ‘조연’을 수행했다.
“연령별 대표팀과는 다른 역할이었다. 여기서는 내가 골을 넣어 팀을 살린다는 부담보다 형들에게 더 좋은 찬스를 만들어 주는 역할”이라고 달라진 자신의 위치를 소개한 이승우는 “리그에서 뛰는 것과도 마음가짐이 달랐다. 하지만 내 꿈을 이뤘다는 점에서 마음가짐이 달랐다. 그래서 더 뛸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다시 한번 큰 웃음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