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베로나)는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 축구 평가전에 선발 출전해 후반 39분 박주호(울산)과 교체될 때까지 84분을 활약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이 깜짝 발탁한 이승우는 예상보다 이른 출전 기회를 얻었다. 비록 실험의 의미가 컸던 온두라스전이었지만 이승우는 4-4-2 전술의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3만3252명의 축구팬 앞에서 치른 A매치 데뷔전에서 확실한 자기 기량을 선보였다.
2017~2018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프로무대에 데뷔한 이승우는 대표팀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자신에게 부족한 경험을 패기로 만회했다. 상대의 밀집 수비 사이에서 수준 높은 개인기도 여러 차례 선보이며 온두라스를 괴롭혔다.
어려서부터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클럽 중 하나로 꼽히는 바르셀로나(스페인)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았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여기에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온두라스 선수들과 당당히 몸싸움은 물론, 말싸움까지도 서슴지 않는 모습으로 대구스타디움을 찾은 많은 축구팬의 환호와 함성을 이끌었다.
경기 초반 이승우는 온두라스 선수들의 거친 몸싸움에 밀려 넘어지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사실상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은 손흥민(토트넘)과 자유자재로 위치를 바꿔가며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A매치 데뷔전을 성실하게 소화했다.
이승우의 존재감이 가장 먼저 번뜩인 순간은 전반 12분. 손흥민과 일대일 패스를 주고받으며 온두라스 수비를 뚫는 장면으로 상대 수비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이후 이승우는 상대 진영에서 계속해서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공격과 수비를 소화했다.
전반 17분에는 상대 수비 2명은 동시에 뚫는 속임수 동작에 이은 슈팅을 시도했지만 공이 빗맞아 아쉬움을 남겼고, 전반 42분에는 손흥민, 황희찬(잘츠부르크)과 함께 빠른 역습을 만들었다. 후반 44분에는 손흥민의 패스 요청에도 과감하게 문전까지 쇄도한 뒤 슈팅까지 시도할 정도로 자신감을 찾은 모습이었다.
결국 이승우는 후반 15분 손흥민과 멋진 골을 합작했다. 자신의 A매치 데뷔전에서 침착한 패스로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고요한(서울)과 협력 수비로 상대 공격을 저지한 이승우는 곧장 드리블 돌파를 시도해 페널티 박스 정면에 자리 잡고 있던 손흥민에게 안전하게 공을 전달했다. 상대 수비의 견제 없이 공을 잡은 손흥민은 강력한 왼발 슛으로 팽팽했던 0의 균형을 깼다.
한국은 후반 28분 이승우와 마찬가지로 이 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문선민(인천)의 쐐기골까지 더해 2-0으로 온두라스를 꺾었다. 신태용 감독에겐 이승우는 물론, 문선민까지 '새 얼굴'의 활약으로 최종명단 23인 선발 고민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