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vs "북핵폐기" 문구싸움에 판문점선언 결의안 불발

결의문 채택 '문구 조정' 실패하면서 불발…기존 여야 합의 무색
최저임금법 정의당 등 "짬짜미 처리" 반발…치열한 토론끝에 통과
물관리일원화법, 하천관리 국토부에 남겨 '반쪽' 지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정됐던 4.27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기 위한 국회 결의안 채택은 자유한국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여야는 지난 18일 국회 정상화 합의를 하면서 이날 4.27 판문점선언 지지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했으나 문구조정에 실패하면서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판문점선언의 문구대로 하자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등을 반영한 북핵폐기가 결의안에 분명히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결국 불발됐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미·북 정상회담이 난관에 봉착한 것도 CVID 등 구체적 논의를 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한국당은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북핵 폐기'이어야 하며, 모호한 비핵화가 아니라 북핵 폐기의 구체적 내용을 결의안에 담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판문점선언 지지결의안 채택이 무산되자 본회의가 끝난 후 브리핑을 통해 "한국당은 남북정상회담을 '위장 평화쇼'로 평가 절하하고 심지어 반국가단체와의 만남이라고 운운하더니 급기야 국회 지지 협력의 핵심 내용을 뺀 변절된 북핵 폐기안을 주장했다"며 "중대사에 협력은 커녕 훼방 놓고 한반도 평화 염원하는 온 겨레의 염원을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향후 판문점 지지결의안 채택도 지금으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강 원내대변인은 6월 국회에서의 추진 가능성과 합의 여지 등을 묻는 질문에 "없다고 본다"며 "(지방선거가 있는) 6월에 임시국회가 소집되더라도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권성동 의원을 위한 방탄국회 말고는 소집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한국당 권성동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보고도 본회의에서 이뤄졌다. 체포동의안은 본회의 보고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해야 하지만 추후 표결 일정은 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날 국회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히는 내용의 개정안을 비롯해 물관리를 일원화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90여건의 밀린 법안을 처리했다.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재석 198명 중 찬성 160명, 반대 24명, 기권 14명으로 통과됐다.

표결 직전 이뤄진 찬반 토론에서 정의당과 민중당 의원들은 '짬짜미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환경노동위 법안소위에서 표결처리 여부에 대해 미리 협의도 하지 않고 회의 도중 일방적으로 처리를 강행했다"고 주장했으며 민중당 김종훈 의원도 "일부 노동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미 오른 임금조차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이외에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등 부처간 물관리를 일원화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관련법안 3건이 이날 국회를 통과했다.

'물관리 일원화'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자 핵심사업이었지만 여야 이견속에 논의가 미뤄지며 1년여만에 처리됐다.

물관리 일원화 관련 법안은 국토교통부(수량)와 환경부(수질)로 나뉘어져 있던 물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4대강 보'와 관련된 하천 관리는 국토부에 존치되면서 반쪽짜리 '물관리 일원화'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불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생계형 적합업종을 직접 지정하고 대기업의 영업제한 등 운영을 관리감독하는 내용의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과 중소기업 기술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중소기업기술 보호 지원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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