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이 한 번의 취소될 위기를 넘겼지만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간극을 좁히기 쉽지 않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 이유는 북한과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관련 대화가 제대로 진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상 간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합의를 이뤘지만 비핵화 관련 세부 실무협의에 들어가자 논의가 매끄럽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미정상회담 취소발표 직후 24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제대로 답변을 주지 않은 것이 정상회담 취소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그는 "회담이 취소된 것이 매우 실망스럽지만, 그렇게 놀랍지는 않았다'며 "지난 며칠간 우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약속한 대로 회담을 준비하려 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대화 무산 위기는 북한의 대화 의지 표명으로 일단 일단락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부상의 담화로 시도한 강경한 '벼랑끝 전술'을 포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논의 재개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김계관 부상은 북미정상회담 취소 통보 이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위임 형식의 담화를 내고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했다.
김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2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며 한미에 다시 손을 내밀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6월 12일로 예정돼 있는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문재인 대통령의 노고에 사의를 표하면서 역사적인 조미 수뇌회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고도 전했다. 북미정상회담의 정확한 날짜를 구체적으로 언급해 회담이 열려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북미 간 비핵화에 대한 이견이 좁혀진 것은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대화의 문이 다시 열렸지만 비핵화 논의가 앞으로 순탄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음달 12일까지 북미 간에는 비핵화 방법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문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 자리에서 "우리가 원하는 특정한 조건들이 있다.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을 안 할 것이고 나중에 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특정한 조건'은 CVID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내 강경파들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핵무기를 폐기해 미국에 옮긴 뒤 보상하는 '리비아식' 핵폐기를 제안해 온 볼턴 보좌관은 "정상회담의 목적은 CVID이며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최근 미국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서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많이 늘고 있다"면서 "CVID에 대한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빈 손일 수 있다. 비핵화에 대해 어떻게 합의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막연한 비핵화에 대한 개념을 서로 공유하고 제3의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체제보장에 대해 여러번 공언한만큼 남은 기간동안 미국이 어떤 '당근'을 내놓는지에 따라 비핵화 논의도 새 물살을 탈 수 있다.
문 대통령도 "김 위원장에게 불분명한 것은 비핵화 의지가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를 할 경우 미국에서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가"라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