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독대' 확인했지만…양승태 앞에서 작아진 '조사단'

2015년 양승태, '상고법원' 관련 문건 들고 박근혜 독대
양승태 전 원장과 통화조차 하지 못한 '조사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기억 안 난다" 일관
조사단 "양승태 고발 검토중이지만 유죄심증 줄까 우려"…사실상 추가조사 없어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5년 상고법원 관련 문건을 들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독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특별조사단은 양 전 원장을 직접 부르지도 못하고 조사를 마무리 지어 셀프조사 한계를 자인하는 꼴이 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관계자는 28일 "2015년 8월 당시 양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법관 임명에 관한 대통령의 권한을 확보할 수 있는 간략한 문건을 준비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면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당시는 양 전 대법원장이 야심차게 준비 중이던 상고법원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을 피해 직접 대통령 오찬 자리서 상고법원 추진 동력을 얻자는 생각이 당시 법원행정처에 있었다는 게 조사단 측 설명이다.

이처럼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충분한 정황이 나왔지만, 조사단은 사법부 최고 책임자격인 양 전 대법원장과 직접 통화조차하지 못했다. 비서실장을 통해 양 전 원장의 조사 거부 취지만 전달받은 것이다.

이후 조사단은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 진술에 의존해야했다. 그러나 조사단 관계자는 "임 전 차장이 대법원장 이야기만 나오면 '기억나지 않는다'고만 했다"며 "사실상 더 추궁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동시에 조사단 관계자는 "임 전 차장이 업무에 욕심이 매우 많았고 조직에 충성적이었다"며 청와대와의 교류 문건 작성 자체가 임 전 차장 선에서 이뤄졌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조직에 충성했던 임 전 차장이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에게 보고한 내용을 하나도 기억 못했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이에 조사단 관계자는 "조사에 임한 판사들은 일선에서 수사를 했던 사람이 아니고, 구성요건을 갖춘 내용을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이라며 "우리가 가진 본질적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셀프 조사'의 한계를 시인한 셈이다. 다만 의혹이 제기된 문건들은 법관대표회의에서 열람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조사단은 향후 양 전 원장에 대한 형사고발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을 잘 아는) 법원행정처가 수사의뢰 주최가 되면 유죄의 심증을 던지는 게 돼 적극 나서기도 부담"이라고 밝혀, 향후 양 전 원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조사단 차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을 추가 조사할 계획도 전혀 없는 상태다. 결국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동으로 시작된 이번 최종 조사가 임 전 차장 선에서 끝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조사단 관계자는 "사법행정권 남용 및 부적절행위가 누적되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징계 수위는 인사권자가 감사위원회나 법관대표회의 의견을 들은 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도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조사단에서 최종적으로 제출하도록 예정돼 있는 개인별 정리보고서를 다시 한번 검토해 합당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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