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 사퇴한 DMZ 영화제, 빠르면 내달 말 새 수장 뽑을 듯

"영화제 잘 이끌어 갈 인물 뽑아야 한다는 데 공감"
영화인 모임, 연명 서명 등 DMZ 영화제 '정상화' 요구에 힘 보태

DMZ 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회는 25일 회의에서 성폭력 사실이 드러나 자진사퇴한 배우 조재현을 대신할 새 집행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사진=DMZ 국제다큐영화제 페이스북)
배우 조재현이 성추행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DMZ 국제다큐영화제(이하 DMZ 영화제) 집행위원장에서 물러난 지 약 3개월이 흘렀다. 집행위와 영화계에서는 영화제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여러 분야에서 지지받는 새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르면 내달 말, 늦어도 7월 말까지는 새 집행위원장을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DMZ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지난 25일 회의를 열어 차기 집행위원장 선출과 관련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지난 3월 DMZ 영화제 정상화를 요구하며 연명 서명을 낸 영화인 모임도 참석해 의견을 냈다.

회의 결과, 집행위는 새 집행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배우 이광기가 지난 3일 직무대행을 맡아 당장 공백은 메꿨지만, 임기가 새 집행위원장을 뽑기 전까지로 제한된 만큼 원활한 영화제 운영을 위해 새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인 모임은 DMZ 영화제를 주최하는 경기도를 비롯해 영화계 의견을 두루 수집해 추천을 받고, 집행위원회에서 후보군을 간추린 후 영화인들과 공개 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부분까지 의견 일치를 이루지는 못했고, 이번주 금요일(6월 1일)로 예정된 회의에서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집행위원 중 한 명인 한국독립영화협회 고영재 이사장은 26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영화제 자체가 위기 국면인 만큼,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영화제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분을 새로운 집행위원장으로 뽑아야 한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빠르면 6월 말, 늦어도 7월 말까지는 새 집행위원장을 뽑아야 하지 않을까. 이번 영화제(9월 13일 개막) 치르기 전까지는 해야 한다는 데는 다들 공감했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새 집행위원장 선출을 위한 추천위원회 필요성에도 공감한 상태다.


새 집행위원장의 자격으로는 △영화뿐 아니라 영화제 행정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인물 △무엇보다 다큐멘터리에 관한 이해도가 높고 관련 경력이 있는 인물 △영화계의 고른 지지를 얻는 인물 △DMZ 영화제가 발전하도록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인물 등이 거론됐다.

영화인 모임의 일원으로 참석한 김일란 감독('두 개의 문', '공동정범' 연출)은 "집행위원장과 관련해서 정관에는 '경기도지사가 임명한다'고 딱 한 줄이 나와 있다. 선출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고, 만약 위원장이 부재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규정이 없다"며 "기존처럼 도가 임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나아가서는 다큐에 대한 비전을 가진 분이 위원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위가) 새 집행위원장 선출을 큰 틀에서 수용하기로 한 데에는 경기도의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 같다. 또, 다큐 감독들이 (연명 서명 등으로) 영화제에 목소리를 낸 게 어느 정도 변화를 만들어낸 게 아닐까 싶다. 결국, 독립 다큐 감독들에게 DMZ 영화제가 무척 중요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고 이사장도 영화인 모임을 두고 "여러 가지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그동안의 행사 평가도 해 주시고, DMZ 영화제가 이뤄낸 것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부족한 부분을 지적했다. 영화제에 대해 애정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상영 경험 있는 분들이 많아서 좋은 말씀이 많이 나왔고, 많이들 공감했다"고 전했다.

앞서 영화인 모임은 지난 3월 연명 서명 안을 만들어 경기도와 DMZ 영화제에 △전 집행위원장(조재현)의 성폭력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할 것 △범 다큐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집행위원장 후보자 추천 및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TF'를 구성할 것 △인적 쇄신을 포함한 개혁안을 제시할 것 3가지를 요구한 바 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DMZ 국제다큐영화제는 국내 유일의 다큐멘터리 전문 영화축제로 다큐의 대중화, 다큐 제작 지원을 통한 산업 기반 조성, 다큐의 교육적 가치 발견, DMZ 관광자원 연계 등 4가지를 운영 방향으로 한다. 제10회 DMZ 국제다큐영화제는 오는 9월 13일부터 20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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