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7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어제 판문점 회동에서는 남북관계의 발전 상황, 북미회담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개최할 것인가 하는 양 정상 간에 아주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을 만나기 전에 진행됐던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3국 정상 간에 핫라인 통화를 하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 "남북미 3국이 핫라인 통과를 개설할 정도까지 가려면 사전에 남북미 3자간 정상회담부터 먼저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북미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대한 의지는 지난달 27일 1차 정상회담 직후 나온 판문점선언에도 선명하게 담겨있다. 판문점선언 3조 3항에는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런 점들로 미뤄볼 때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2시간이나 이어진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방법, 로드맵과 체제보장 방안 등을 논의하면서 자연스럽게 종전선언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음달 12일 예정됐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가능성이 다시 높아가는 가운데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뿐만 아니라 북한 체제보장에 대한 김 위원장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첫 단계가 종전선언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성공리에 개최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곧바로 싱가포르로 날아가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도 예상 시나리오로 외교가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연장 가능성을 시사한 부분도 새삼 관심을 끈다.
물론 종전선언은 양해각서(MOU)이자 정치적 선언일 수 있지만 남북미 세 정상이 종전선언을 한다는 자체가 65년간 이어진 휴전체제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점에서 그 차제로 엄청난 역사다. 아울러 최소 남북미중 4자가 참여할 평화협정의 본격적인 논의를 알리는 서막인 셈이다.
보통의 상상력으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한반도 정세에서 정전협정체결일인 7월 27일에 세 정상이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예측도 허황된 장밋빛 전망이라고만 치부할 수도 없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언제 어떻게 개최하느냐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된 것이 없고, 계속 실무진 차원에서 가능성에 대한 검토만 진행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