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이 거듭되면서 그때 그때 상황논리를 바탕으로 공세 일변도였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스텝도 덩달아 꼬이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남북‧북미회담을 ‘위장평화쇼’ 등에 비유하며 깎아내리던 홍 대표의 발언과 달리 한반도 정세가 정반대로 펼쳐지면서 공세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취소 후 다음날인 지난 25일 오후 한국당 경기도 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우리가 그렇게 걱정했던 남북평화쇼 장애물이 없어졌다"며 “나는 지난 1월에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여하겠다고 발표할 때부터, 판문점 선언을 할때도 김 위원장이 평화쇼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중국을 (협상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도 필요 없고, 트럼프 대통령도 필요없는 것"이라며 "결국 지난 6개월 동안 김 위원장의 한바탕 사기쇼에 대한민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이 놀아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인 26일 김 위원장의 요청으로 문 대통령과 2차 남북회담이 열리면서 북한에게 더 이상 한국 필요없을 것이란 홍 대표의 말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전격 취소 발표에도 북한이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북한에게 미국은 체제 안정보장이나 경제 발전을 위해 절대적인 존재라는 사실이 계속부각되고 있다.
홍 대표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쇼’라고 규정해 놓고 반나절도 안 돼 ‘환영’한다는 상반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그는 2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저와 자유한국당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 남북정상의 만남을 환영한다”며 “한반도 문제를 평화롭게 풀기 위해 남북의 정상이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강연재 노원병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는 "어제 갑자기 문 대통령이 쇼를 시작했다"며 "30년 이상 내려온 북핵 문제를 한바탕 쇼로 정리하려고 하는 것은 오로지 지방선거용"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남북회담은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격식 없이 열릴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든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특히 홍 대표의 2차 남북회담에 대한 평가도 국내외 전문가 및 내외신들의 평가와 동떨어졌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 외교참사에 이를 정도로 무시를 당한 문 대통령을 구해주기 위한 김 위원장의 배려"라고 규정하며 “깜짝 정상회담인데 여러분들이 보셨겠지만 아무런 내용이 없다. 그런데 왜 정상회담 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홍 대표의 해석과 달리 북한이 그동안 고수해 온 ‘벼랑 끝 전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먹히지 않자, 김 위원장이 회담 재개를 위해 직접 문 대통령에게 남북회담을 요청했다는 게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론이다.
또 문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의 요구를 양쪽에 적절히 전달하며 ‘중재자’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북미회담 취소 선언에 기습을 당했지만 새로운 해법으로 난관에 대처했다고 보도했다.
ABC뉴스도 문 대통령이 취소 위기에 놓인 북미회담을 구제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중재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