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은 아마 2차 회담까지 생각한 듯
- 트럼프, 강경파에 밀려 판 깨놓고 퇴로 고민중
- 北 미사일 발사 등 강경대응은 못 할 것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5월 25일 (금)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 정세현> 네.
◇ 정관용> 단도직업적으로. 이게 판이 깨진 겁니까? 아니면 그냥 협상 전술입니까?
◆ 정세현> 판이 깨졌다고 말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이게 단순한 협상 전술이라고 하기에도 조금 그 비중이 있죠.
◇ 정관용> 중간 정도군요?
◆ 정세현> 네.
◇ 정관용> 우선 왜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고 보세요?
◆ 정세현> 외형적으로는 최선희 부상의 펜스 부통령 비난, 공격. 이게 조금 말이 험했어요. 얼뜨기니 무슨 미국을 겁박하는 그런 내용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표현도 있었고. 외형적으로는 그런 핑계를 댔는데 내막적으로는 아마도 실무 협상, 물밑 협상하는 과정에서 비핵화의 시간표와 그 범위에 대해서 조율이 잘 안 돼서 6월 12일날 만나기에는 시간이 너무 급박하지 않나. 특히 싱가포르에서 조금 더 높은 급에서 실무회담을 하자고 얘기했는데 북한이 안 나왔답니다. 이런 점 등이 아마 트럼프 대통령과 그 주변의 참모들을 자극했던 것 같아요.
◇ 정관용> 북한이 실무협상에 나오지도 않고 연락도 안 받았다는 게 지금 밝혀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또 뭘까요?
◆ 정세현> 그건 그냥 하는 소리겠죠. 왜 연락을 못 받았겠어요. 문제가 복잡해지니까 책임 회피 차원에서 그랬을 거고 그 사람들 충분히 그런 식으로 반응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간단히 말해서 비핵화 시간표와 범위에 대한 실무적 조정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6월 12일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이 판단을 내렸다?
◆ 정세현> 그렇죠.
◇ 정관용> 그럼 지금 계속 실무협상은 앞으로 진행이 된다고 봐야 합니까?
◆ 정세현> 아니요, 지금은 스톱했다고 봐야죠. 그런데 다시 실무협상을 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서한에서 전화를 걸던지 편지를 보내라 그랬는데 아마도 김정은 위원장 이름으로 다시 만나자라는 메시지를 보내야 될 것 같아요. 전화는 그렇고 공개 서한 내놓으면 되죠, 그냥.
◇ 정관용> 그런데 오늘 아침에 바로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발표했고 그 담화 내용에 이건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을 받아'라는 표현까지 있단 말이에요. 그러면서 상당히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우기도 하고 계속 만날 용의가 있다는 걸 밝혔는데 이 정도 가지고 부족할까요?
◆ 정세현> 트럼프 대통령도 공개 서한으로 발표해 놓고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또 했다면서요. 서로 떠보는 겁니다. 김계관 부상이 내놓은 담화. 위임에 의하여 그건 김정은의 뜻이 담겼다는 얘기인데, 그리고 저는 이 대목에 주목을 했어요. 이게 한술에 배부를 수 없다. 그러니까 이게 한방으로 해결할 수 없다. 말하자면 싱가포르에서 한 번 만난 뒤에 다시 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해서라도 비핵화 시간표와 범위 같은 것을 조정할 수 있는데 왜 한방에 끝내려고 하냐. 트럼프는 아마 6월 12일날 한방에 해결하려고 그러는 거고, 그쪽은 다음 번에 또 한 번 만나야 될 필요가 있지 않느냐라는 식의 얘기가 오고갔던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 나아가니까 트럼프도 다시 만날 수 있다. 완전히 끝난 건 아니라는 식으로 답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김정은이 편지를 보내게 하는, 김정은의 이름의 편지로, 김정은 명의의 편지로 해서 수신인을 미국 대통령으로 해서 공개하면 다시 실무협상은 시작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한테 보내는 공개 서한의 형식을 빌렸으니까 거기에 격을 맞춘다면 역시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공개 서한, 이런 방식이 되겠다. 이 말씀이군요.
◇ 정관용> 우리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정세현> 결국은 김정은 위원장한테 빨리 전화해서 이거 판 깨지면 김정은 위원장도 여러 가지로 어려워집니다, 국내 정치적으로. 또 트럼프 대통령도 사실은 판이 깨지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거예요. 사람이 한꺼번에 호랑이 한 마리 등에 올라탄 기호지세라는 비유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상황이 그러니까 이걸 지금 판을 깨서 안 되고 이번에 트럼프가 편지를 공개한 만큼 김정은 위원장이 김계관 부상의 담화 내용을 좀 더 멋지게 정리를 해서 편지를 보내는 게 좋겠다, 공개 서한. 그리고 실무접촉을 하자는 암시를 보내면 살아날 수 있다. 이렇게 먼저 김정은 위원장 전화 통화해야죠.
◇ 정관용> 일단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은 취소됐습니다마는 우리 장관님께서도 판이 깨졌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씀하시는 그런 근거가 트럼프의 공개 서한도, 김계관의 그 담화 내용도, 과거의 트럼프답지 않고 과거의 김계관답지 않은 그런 표현과 내용들 아닙니까?
◆ 정세현> 그렇죠. 조금씩 슬금슬금 다가가는 중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세게 얘기해 놓고.
◇ 정관용> 그 얘기는 트럼프의 서한도 김계관의 담화도 내용이 과거와 달리 변화했다는 얘기는 둘 사이의 거리가 그만큼 좁아졌다는 거 아닐까요?
◆ 정세현> 그전에도 많이 좁아졌죠. 그런데 마지막에 접점을 못 만든 것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바심을 냈던 것 같고 북한은 어차피 이것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인데 왜 이렇게 서두르느냐, 옥신각신이라고 할까요. 이런 게 있었던 것 같아요.
◇ 정관용> 지금 트럼프의 전격 취소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12시간의 막전막후 이런 기사들을 보니까 역시 가장 강경파로 알려진 존 볼턴이 이 취소 결정을 주도했다는 식으로 나오거든요. 미국 내 강경 세력, 군산복합체 세력의 조직적 반발, 이렇게까지 볼 수 있을까요?
◆ 정세현> 있다고 봐야죠. 그리고 백악관과 국무부 또 국방부 밖의 워싱턴의 싱크탱크들이 대개 지금 좀 보수적이고 트럼프에 대해서 냉소적인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특히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냉소적이고 성과가 없을 텐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그런 얘기들을 한다고 하니까 볼턴이나 이런 사람들로서는 영향을 받죠. 그런데 그 사람들의 이름을 빌려서 빨리 서두르면 안 된다. 대통령한테 계속 입력시키니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그런가 싶어서 일단 얘기를 해 놓고 사실 이게 판이 깨지면 완전히 끝나면 자기가 입을 정치적 상처가 상당히 크다고 생각해서 본인도 12시간도 채 안 돼서 슬슬 퇴로를 찾기 시작하지 않았나.
◇ 정관용>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되면 남북 고위급 회담 일단 취소돼 있는 상태인데 맥스선더 훈련 끝나면 남북 관계도 정상화 잘 될 거다라고 문재인 대통령이 얘기했었는데 그 남북 관계 정상화 부분도 아무래도 이 문제에 대한 가닥이 잡힌 후에나 윤곽을 드러내겠죠?
◆ 정세현> 그렇죠. 그런 문제 맥스선더 훈련이 끝나면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릴 거라고 문 대통령이 뉴욕에서 그런 얘기하지 않았어요. 그런 만큼 국민들한테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도 김정은 위원장하고 전화 한번 해야 돼요. 그러면서 첫째는 북미정상회담 재개와 관련된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 서한 내놓는 문제. 그거 권고하고.
◇ 정관용> 그렇죠.
◆ 정세현> 그다음에 이제 맥스선더 훈련도 끝났고 고위급 회담이 이어져야 무슨 말을 하든지 말든지 하고 그다음에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우리가 북한과 미국 사이에 중간다리 역할도 할 수 있느냐 할 수 없느냐 설득을 해야죠.
◇ 정관용>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한테 트럼프에게 편지 보내라 라고 해라 이 말씀이 가장 핵심인데. 최악의 경우 말이죠. 과거에 북한식으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같은 걸 감행하고, 그래서 미국은 또 강경한 군사적 대응에 나서고 이럴 가능성은 없겠죠?
◆ 정세현> 지금 그렇게 말하자면 유턴하는 건데, 김정은 위원장. 그러기에는 너무 멀리 왔죠. 핵실험장도 폐기시켜 버렸고. 그다음에 2년 전에 일어났던 7차 노동당 대회에서 내놨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의 비전도 그게 또 2020년에 끝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다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4월 10일날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3차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서, 이제는 핵은 일단 됐다고 보고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그런 선언을 해 왔기 때문에.
◇ 정관용> 내부적으로 그렇죠.
◆ 정세현> 그렇죠.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서는 밖에서 돈이 들어와야 돼요. 특히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돼야만 돈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런 여러 가지 국내 사정 때문에 북미 관계가 결정적으로 틀어지게 되거나 또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더 강화되도록 하는 것은 그건 굉장히 위험한 거죠, 위험한 일이죠. 자충수입니다. 아마 그렇게까지는 안 갈 것 같아요. 이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어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판이 완전 깨진 건 아니다, 이 말씀이군요. 고맙습니다.
◆ 정세현> 네.
◇ 정관용>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