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월 최저임금 157만여원을 기준으로 25%인 39만여원을 초과한 상여금과 7%인 11만여원를 초과하는 복리후생 수당은 최저임금에 산입하게 된다.
이날 소위에서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이 법안에 반대했지만 이례적으로 표결을 통해 강행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면서 앞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해도 실제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도록 제한된다.
기본급을 최저임금만큼 받고, 매월 수당 20만원, 두 달에 한번씩 상여금 100만원을 받던 노동자 A씨의 사례를 가정해보자.
A씨의 올해 월급은 평균 227만원, 만약 내년 최저임금이 15% 인상돼 시급 8660원이 될 경우 월 최저임금은 180여만원으로 올라 상여금과 수당을 그대로 두면 대략 월 평균 25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산입범위 개정안대로 산입범위가 확대되면 수당 20만원 가운데 12만 6천원(180만원의 7%)의 초과분은 최저임금에 포함되기 때문에 그만큼 기본금이 깎여도 최저임금법을 어기지 않아 사실상 월 242만 6천원 가량의 월급을 받게 된다.
이에 더해 환노위는 고용주가 노동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단순히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거치기만 하면 상여금 총액의 변함없이 월 단위로 쪼개서 지급하는 형태로 규칙을 바꿔도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도록 특례조항을 달았다.
원래 A씨의 경우처럼 1개월 이상 간격을 두고 지급하는 상여금은 매월 1회 이상 정기 지급해야 포함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정안 내용대로라면 만약 고용주가 노조 혹은 노동자 대표와 형식상의 면담 과정만 거쳐도 A씨의 상여금을 월 50만원씩 매달 주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상여금 50만원 가운데 최저임금의 25%인 45만원을 초과한 5만원은 최저임금에 포함되기 때문에 월급이 237만 6천원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시급 1만원을 약속한 2020년 실제로 최저시급이 1만원을 달성하더라도 정작 실제 월급 인상폭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환노위는 개정안 부칙을 통해 단계적으로 산입범위를 늘려 2024년에는 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 전액을 산입범위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르면 2020년에는 상여금은 최저임금의 20% 초과분이, 수당은 5% 초과분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A씨의 경우 산입범위가 개정되지 않았을 때 최저시급 1만원일 때 월 평균 279만원을 받아야 하지만, 위 기준대로 산입범위가 확대되면 약 18만원 가량 임금이 깎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환노위 측은 대략 연소득 2500만원 이상인 노동자들은 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이 최저임금에 산입된다며 저임금 노동자들의 피해는 적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임금 노동자 중 상당수가 상여금을 받지 않는 대신 식대, 교통비 등 복리후생수당을 많이 받는 경우가 상당한데, 이 경우에는 오히려 임금 삭감 폭이 훨씬 커질 수 있어 저임금 노동자라도 안심할 수 없다.
최저임금위원회 위탁을 받은 최저임금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조차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복리후생 수당을 산입범위에 넣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이번 개정안에 일제히 반발하면서 고강도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헬 조선의 지옥문을 연 최저임금법 전면개악"이라며 오늘 오전 긴급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총파업 등 최저임금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한 투쟁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노총 역시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사형선고로 소득주도 성장정책 폐기선언"이라며 한국노총 소속 최저임금위원이 모두 사퇴하고 향후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8년여 만에 재개된 노사정대화는 물론 불과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내년 최저임금 산정 과정에도 한동안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