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求時報)는 25일 사설에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폐쇄한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발표한 것을 상기시키며 "평양은 아마도 이같은 시간 차를 고의적이라고 여길 것이고 이로 인해 더욱 분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회담을 취소했는데 한반도에 수 개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형성돼 온 긴장완화 국면이 강력한 충격을 받게 됐다"며 "이번 결정은 다른 나라들에게 미국 정부가 제멋대로 한다는 인상을 주고 미국의 국제적 신뢰에도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북미 양국이 서로 만나지 않더라도 자제를 유지하고 둘다 과격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쌍방이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최악의 국면으로 가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핵실험을 하지 않고 비핵화 목표를 확립한 북한에 대해 중국은 계속해서 관계 개선과 우의를 발전시킬 것"이라며 "바라건대 한국 역시 미국이 다시 북한에 대해 극단적인 군사적 압박을 가하려는 것을 말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 SNS 매체인 협객도(俠客島)는 이날 쑨싱제(孫興杰) 지린(吉林)대 공공외교학원 부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배경을 분석했다.
쑨 교수는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인 절차 없이 서둘러 북미정상회담을 받아들인데다 양국이 이야기하는 비핵화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다른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북미정상회담의 중재자 역할을 한 한국의 책임을 부각시켰다. 쑨 교수는 "한국은 아마도 북미정상회담 성사과정에서 외교적으로 중대한 역할을 맡고 싶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의 의사를 미국에 전달하는 과정 가운데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 쌍방의 차이가 매우 컸고 공통적인 인식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북한의 의사를 미국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차이를 제대로 납득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취소된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성사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희망이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회담을 성사시킨다면 임기 내에 가장 중요한 외교적 성과가 될 것이고 중간 선거에서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트럼프는 완전히 문을 걸어 잠근게 아니다"고 분석했다.
다만 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한시 바삐 협상을 통해 양국이 '비핵화'에 대한 공통인식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만 보더라도 미국은 핵실험장 폐쇄를 비핵화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여기지만 북한은 핵실험장 폐쇄 자체를 비핵화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CCTV도 이날 아침 뉴스에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회담 취소 소식을 톱뉴스로 뽑아 비중 있게 다뤘다. CCTV는 워싱턴과 평양 특파원을 차례로 현장 연결해 양국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데 주력했다.